≪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홍인화, 양정원./사진=텐아시아DB
홍인화, 양정원./사진=텐아시아DB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tvN STORY '씨름의 여왕’이 사고에서 시작해 사고로 끝났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씨름 부흥기’를 일으키며 우리 스포츠를 알리고자 했던 기획 의도는 ‘씨름판의 위험성’만 알리면서 끝이 났다.

‘씨름의 여왕’에서 두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그중 한 명은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까지 앞둔 상황. ‘안전’보다 프로그램의 ‘재미’에 무게를 둔 제작진의 안전관리 미흡이라는 의견이 새어 나오는 상황.

지난 9일 방송된 '씨름의 여왕' 2화에서는 단체전 2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양정원과 강소연이 맞붙었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였다. 경기가 끝난 후 양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통증에 눈물을 터뜨렸고 흐느껴 우는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결국 양정원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는 "밭다리 기술로 한 차례 무릎이 돌아갔는데 버티다 보니. 두둑 하는 소리가 났는데 버텨서 부상이 왔다”며 “둘 다 배운 것을 열심히 하려다 한 거다. 승부의 세계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에서도 무릎 부상 사고가 났다. 지난 11일, 한 연예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홍윤화가 10일 '씨름의 여왕' 촬영 도중 다리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속사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 측은 "촬영 중 사고로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현재 출연 중인 방송 스케줄을 최대한 조정 중에 있다. 곧 수술 날짜를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윤화는 부상에도 '씨름의 여왕' 출연진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촬영 후 회식 자리에도 참여했다는 후문.
tvN STORY '씨름의 여왕’ 방송 화면./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tvN STORY '씨름의 여왕’ 방송 화면./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제작진은 12일 텐아시아에 프로그램 안전 관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측은 “촬영장에는 안전을 위해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며 “양정원 씨 역시 부상 직후 의료진의 응급 처방을 받은 후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돼 진료받았다”고 전했다.

‘씨름의 여왕’ 여자들의 한판 대결을 담은 ‘격투 예능’으로 소개됐다. 전성호 PD는 출연진의 체급을 나누지 않았다. 키와 몸무게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드라마틱한 '반전'에 목표를 두고 있었기 때문.

전 PD는 "친목 도모 정도의 스포츠면 편차가 있게 연출을 안 했겠지만, 어디까지 올라갈지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일단 섭외 과정에서 자신감을 보이신 분들은 힘이 좀 있으신 것"이라고 전했다.

씨름은 손, 다리, 허리 기술 등으로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투기 경기. 하지만 수많은 심리전과 복잡한 기술들이 오가는 스포츠다. 더욱이 중심을 잡기 어려운 모래판에서 펼쳐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단순한 힘 싸움을 넘어 기술과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제작진은 사고가 일어난 후의 상황에만 만전을 기울였다. 모래판에 발이 빠지는 등 씨름이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살피지 못한 미흡한 대처가 아쉬움을 안긴다.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출연자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험한 촬영 환경과 제작진의 배려 부족으로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출연자도 적지 않다. 출연자의 보호보다 웃음이 우선시된다는 쓴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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