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한때' 효자 예능, 이름표 그대로 부활
프로그램 흥망 좌우되는 콘텐츠 활용 방향
사진=티빙 '마녀사냥 2020' 포스터,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포스터
사진=티빙 '마녀사냥 2020' 포스터,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포스터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JTBC와 tvN 부흥을 이끌던 효자 예능이 OTT로 둥지를 옮겼다. 프로그램명과 포맷은 동일하되 무대만 바뀐 것. OTT 특성상 제작에 있어 제한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창의적인 콘텐츠보다는 흥행이 보증된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SNL코리아'와 '마녀사냥'이 쿠팡플레이와 티빙에서 각각 부활했다. 공교롭게도 양 프로그램의 주축 MC는 신동엽이다. 타 방송사의 지난 예능이 새단장한 가운데, 흥망에 대한 부담감이 일부 신동엽에게 안겨졌다.

tvN 장수 예능으로 활약했던 'SNL코리아'는 각종 논란 속 2017년 시즌 9로 종영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콩트와 정치 풍자가 시들해졌고, 성추행 및 비하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은 것.

에이스토리는 2021년 판권을 보유한 NBC 유니버셜과 'SNL코리아'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쿠팡 플레이와 독점 스트리밍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4년 만에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새 시즌으로 돌아온 'SNL코리아'는 정치 풍자 코미디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배우 주현영은 '주기자' 캐릭터를 통해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정치권을 향한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재미까지 더해져 전성기 인기를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OTT의 흥행 데이터는 플랫폼 내부의 집계. 방송 시청률처럼 콘텐츠의 성적을 확인할 만한 지표가 없기 때문에 서비스 내 순위로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흥행 여부는 자체적인 판단인 셈이다.

더욱이 풍자 콘텐츠를 되살리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지난 시즌의 과오까지 그대로 잇고 있는 모양새다. 수어(手語) 패러디로 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더불어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풍자하는 등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코미디로 공감을 얻지 못한 것.

티빙에서 7년 만에 부활한 '마녀사냥 2022'는 바뀐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음지에만 있던 성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MZ세대의 시각에서 풀어낸 것.

'마녀사냥'이 부활할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콘텐츠 때문이다. 티빙은 '마녀사냥' 제작진과의 판권 계약을 통해 '19금 연애 상담'이란 파격적인 소재에 다시금 '그린라이트'를 켰다.

티빙이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들여온 건 이번이 최초. CJ ENM은 JTBC 스튜디오와 2019년 9월 합작 OTT 법인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한바. 양 사의 협업 배경에도 눈길이 쏠린다.

'마녀사냥'은 2013년부터 JTBC에서 방영된 토크 예능프로그램. 당시 15세 시청 등급으로 시작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으며 19세 시청 등급 프로그램이 됐다.

'마녀사냥 2022'는 출발부터 '19금'으로 방영된다. 당당하게 '야한 이야기'를 위한 판을 깔아놓고 시작하자는 취지. 홍인기 PD는 "요즘 연애가 많이 바뀌고 있더라"며 "MZ세대 청춘들이 어떤 연애를 하는지 심층적으로 다뤄보고 싶어서 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검증된 콘텐츠는 프로그램을 안전한 길로 이끈다. 최근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며 드라마 판은 호황을 맞았다. 예능 판 역시 기존에 있던 아이템을 그대로 살려 부흥을 노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하기보다 편안한 길을 택하려는 방송사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향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인기기도 한다. 새 둥지에서 부활한 프로그램의 흥망이 갈릴 포인트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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