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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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이 세상의 오해와 편견 앞에 자조하며 한바다를 떠났다.


지난 6일 방송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시청률은 전국 4.0% 수도권 4.4%를 기록(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수목드라마 1위에 올랐다. 또 분당 최고 5.4%까지 치솟았다.


이날 방송에서 우영우(박은빈 분)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동생이 형을 죽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됐다. 피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거라는 정명석(강기영 분)의 판단이 있었지만, 우영우는 김정훈(문상훈 분)과의 첫 면담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자폐의 공식 진단명인 ‘자폐스펙트럼’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인은 다양하다. 우영우도 그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영우는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에게 자폐인과 대화하는 법을 물었다. 그의 해법은 ‘좋아하는 걸 파고들라’는 것.

우영우는 두 번째 면담에서 아버지의 조언대로 정공법을 선택했다. 정명석, 최수연(하윤경 분)과 함께 펭수의 노래를 부르며 김정훈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왜 형을 때렸습니까?”라는 우영우의 돌직구에 다시 물거품이 됐다. 김정훈은 “죽는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괴로워했다. 그 순간 우영우는 깨달았다. 김정훈의 “죽는다”라는 말이 피해자의 행동일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 것. 사망 당시 형 김상훈(이봉준 역)은 술에 취해 있었고 부검 감정서에는 ‘목에 난 자국’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생전 자살 시도가 있었냐는 우영우의 질문에 피고인의 엄마 전경희(윤유선 분)는 불쾌감을 드러냈고, “(정훈이를) 직접 만나는 건 오늘까지만 하겠다”라며 돌아섰다.


우영우는 증거를 찾기 위해 이준호(강태오 분)와 함께 죽은 김상훈의 방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거칠게 잡아 뜯긴 노끈과 김상훈의 다이어리를 찾아냈다. 김상훈의 다이어리에는 공부 때문에 괴로워한 그가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명백한 증거에도 아버지 김진평(성기윤 분)은 수능 만점에 서울 의대를 다니던 엘리트 아들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노발대발했다. 사건 당일 동생이 자살 시도를 한 형을 말리려고 했을 수 있다는 정명석의 말에도 진평은 부정했다. 공부 잘하기로 유명했던 아들이 고작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 시도를 했을 리 없다는 것. 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죽은 애 망신 주는 것밖에 안 된다는 말에 우영우는 “죽은 김상훈 씨의 명예보다는 살아있는 김정훈 씨의 감형이 더 중요하지 않냐?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형을 때려죽인 동생으로 보이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노기 가득한 고함이었다. “건방지게 평가질이냐. 그래봤자 너도 자폐잖아!”라는 진평의 말은 우영우를 혼란스럽게 했다.


우영우는 자폐아 동생이 의대생인 형을 살해했다는 기사의 댓글을 보며 현실의 높은 벽을 체감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다”라는 우영우의 내레이션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전경희의 부탁으로 변호를 다시 맡게 된 우영우는 첫 공판에서 또다시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다.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라는 이유로 검사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이로 인해 김정훈의 심신미약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없게 되자 큰 충격을 받은 것. 김정훈의 상해치사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정황도 발견했지만, 재판에서 빠져 달라는 김진평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우영우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명석은 김진평의 요구가 ‘차별’이라며 대표 한선영(백지원 분)에게 설득을 부탁했다. 한선영은 우영우를 대하는 정명석의 변화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신입 변호사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어 달라”는 조언을 남겼다. 정명석은 주저하지 않았다. 우영우의 권리를 위해 법정에 서지 않기로 결정한 것. 또 앙숙인 변호사 장승준(최대훈 분)에게 사건을 양보하면서도 정중히 부탁해야 하는 굴욕도 견뎌냈다. 재판은 우영우가 찾아낸 증거를 토대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재판을 보는 내내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에 휩싸인 우영우는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를 사유로 사직서를 작성했다. ‘변호사 우영우’ 명패를 빼낸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빈 프레임이 우영우의 공허한 마음을 투영하며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우영우가 마주한 현실은 씁쓸했다. 장애를 바라보는 오해와 편견은 일상 곳곳에 존재했다.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 자폐인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세상의 눈은 여전히 한 가지다. “저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저한테는 보이지만, 검사는 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판사들도 마찬가지다. 저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니다”라는 우영우의 자조는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하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우영우의 세상이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부당하고 차별적인 처사에 분노하며 ‘우리 팀’ 우영우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워준 정명석의 모습은 뭉클함을 더했다.


한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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