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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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스젠더 유튜버 풍자가 사기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와 커밍아웃 후 칼을 들고 대치했다는 아버지까지 안타까운 가정사를 전했다.

지난 1일 방송된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이하 ‘금쪽상담소’)에서는 워커홀릭이 된 풍자의 고민이 공개됐다.

이날 풍자는 “‘별풍선을 많이 받자’로 해서 풍자가 됐다”고 소개하며 "나는 나를 미친 애라고 표현하고 싶다. 쉬는 날이 1도 없다"며 "자는 시간도 아깝다. 오늘도 두 시간 자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약 1년 반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46시간 동안 물까지 금식해야 해는 상황에서 마취가 깨자마자 방송을 했다"며 "1시간이라도 쉬면 사람이 불안해진다. 심장이 빨리 뛰고 얹힌 것처럼 답답해진다"고 털어놨다.
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 화면.
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 화면.
워커홀릭 진단 테스트에서 7개 모두 해당 된 풍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3개월 정도 걸을 수 없고, 나머지 3개월은 목발을 짚어야 하는데도 3일 만에 걸었다고. 그는 "내가 아파서 쉬고 있지만, 만약 잊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들 몰래 새벽 내내 걸어다녔다"고 말했다.

풍자는 "무통주사를 살면서 2번 맞아봤다. 첫 번째는 성전환 수술, 두 번째는 인공관절 수술했을 때다. 두 번 다 내가 직접 무통 주사를 뺐다. 뭔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헤롱헤롱한다는 게 싫었다"며 "내 생각에 안 아플 것 같았고,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때 휴대폰으로 업무를 계속했다. 내시경 검사도 비수면으로 했다"고 고백했다. 과거 자해를 했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오은영에게 풍자는 “옛날엔 자해를 좀 했다”며 성 정체성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무시할 순 없던 문제,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겪은 혐오와 차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술 취한 여성분을 화장실에서 만난 적 있다. 내적 친밀감이 높았나 보다. 나를 변기로 끌고 가더니 '같은 여자니까 서로 보여주면 안 돼요? 너무 궁금한데?'라고 하며 가슴을 만지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모양이나 기능에 대한 질문도 서슴없이 한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나는 비밀이 없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부분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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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도 상처를 받았다고. 아버지에게 세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고 밝힌 풍자는 "첫 번째는 본의 아니게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듣게 됐는데, 아빠는 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 두 번째 커밍아웃을 했을 때는 아빠가 너무 많이 우셨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의 부재로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셨다"며 "세 번째 때는 칼을 두고 대치했다. 수술 후 이 모습으로 찾아갔는데, 나한테 '나는 죽어도 너를 이해 못 한다. 네가 지금부터 어떤 말을 하든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오늘 이야기 끝에 네가 여자로 살겠다고 한다면 이 칼로 나를 찌르고 가라'고 말씀하더라"고 회상했다.

긴 시간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자신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자 집에서 도망 나왔고, 가족과 10년간 연락이 끊겼다는 풍자. 그는 "그때 나이가 19살, 20살이었다"며 “어느 날 뜬금없이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우시더라. '아빠가 된장찌개에 밥해줄 테니까 집으로 와' 딱 한 마디 하더라.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사기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 지방에서 일하며 자녀들을 돌보지 못했던 아버지, 부모의 부재로 홀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어린 시절도 떠올렸다.

풍자는 “막내가 3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삼 남매를 돌봐주셨는데 1년 만에 돌아가셨다”며 자신이 엄마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시게 된 건지 묻자 풍자는 “집이 사기를 당해 충격으로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며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어머니가 농약을 드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빈소에 앉아 있었는데 '왜 바보처럼 퍼질러 자다가 이런 일까지 만들었을까', '내가 잠들지 않았더라면 뛰쳐나가서 뺏었을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책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산소에 한 번도 가지 못 했다는 풍자. 그는 “한 번도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립단 생각 안 했는데 얘기하니, 보고 싶긴 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오은영은 “지금까지 꿋꿋하게 잘 살았어,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든 어떤 시선으로 대하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로 귀하고 소중해. 건강을 돌보고 자신을 너무 아프게 하지마라”고 위로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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