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닝업'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제공)
'클리닝업'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제공)
JTBC ‘클리닝 업’ 실세 미화원 뒤에 감춰진 김재화의 반전 사연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클리닝 업’에서 제대로 터진 ‘말발’로 동료들에게 눈썹 문신을 권유하며 강렬한 첫 등장을 알린 베스티드 투자증권 미화원 맹수자(김재화). 먹잇감을 노리는 한 마리의 맹수 같이 베스티드를 활보하는 수자의 모습은 갓 문신한 그녀의 시커먼 눈썹 만큼이나 강렬했다.

화려한 언변으로 그토록 깐깐하다는 파트장 천덕규(김인권)를 마음대로 구워 삶고, 일 몇 시간이라도 더 따 내기 위해 동료들 감시는 기본, 천 가지 얼굴과 만 가지 꿍꿍이로 베스티드 미화원들을 손 바닥에 꽉 쥐고 있는 수자는 그야말로 실세 중 실세다. 그녀의 날카로운 레이더에 한번 걸린 순간 빠져 나오기란 힘들었고, “실수하는 거 내 눈에 딱 걸려봐 다 일러 바칠 거야”라는 매서운 포효는 가히 정글의 왕 다웠다.

그런데 이 정글의 왕이 집에만 가면 서열 꼴찌가 되는 기이한 상황이 목격됐다. 남편 정사장(고인범)은 아내가 아끼는 물건을 일언반구도 없이 내다버리는 등 그녀를 함부로 대하면서도 왕대접을 받았고, 수자가 끔찍이 아끼는 아들 정근우(권지우)는 면전에서 방문을 쾅 닫으며 쌀쌀 맞게 대했다.

할 게 태산인 제사 준비도 온전히 수자의 몫이었다. 재료들을 힘겹게 이고 지며 들어와, 제사상을 차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굳게 닫힌 남편 방의 문이 열린 건 딱 한 번, 제기를 꺼내던 수자가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을 때였다. 그 마저도 수자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제기 걱정 뿐이었다.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수자 앞에는 남들이 다 퍼가고 야채 몇 조각만 남은 초라한 해물찌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 편으론 복장 터지고, 한 편으론 너무나도 딱한 수자의 반전 사연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전국 ‘수자맘’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단의 서사는 김재화의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인해 더 큰 몰입감을 끌어냈다. 미화원의 실세부터 서열 꼴찌 엄마와 아내까지, 자유자재의 연기 변주에 그녀가 아닌 ‘맹수자’는 감히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예측불가 주식 전쟁이 만들어낸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이따금씩 풀어주는 코믹 요소들도 김재화가 주도하고 있다. 어용미(염정아)가 도청기를 설치할 시간을 벌기 위해 ‘신’에 빙의한 연기력으로 윤태경(송재희)을 사무실로 못 들어가게 붙잡아 두거나, 용미를 믿지 못해 얼렁뚱땅 변장술로 미행하고, 교묘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동서(차청화)와 남편을 속으로 나마 씹는 등의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극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리는 김재화의 막강한 저력을 톡톡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카멜레온 같은 김재화의 다채로운 활약은 앞으로를 더 기대케 하는 최대 포인트. 수자가 드디어 용미, 안인경(전소민)과 손잡고 ‘싹쓸이단’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재화가 방송 전 밝힌 수자의 능력치는 “여러 직업을 경험하면서 쌓인 내공, 예를 들어 훌륭한 재봉틀 솜씨, 천덕규를 구어 삶는 언변” 등이다. 이 내공이 어떻게 주식 전쟁을 좌지우지 할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클리닝 업’은 매주 토, 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신지원 텐아시아 기자 aboca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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