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소별, 정은혜. / 사진=이소별 인스타그램,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소별, 정은혜. / 사진=이소별 인스타그램, tvN
다운증후군 배우가 다운증후군 인물을 연기하고, 농인이 농인을 연기하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자연스럽고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일이다.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와 농인 배우 이소별의 생생한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따스함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옥(한지민 분)은 누군가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연락으로 인해 해녀 삼촌들에게 오해를 샀다. 육지에 남자나 아이를 두고 제주로 혼자 와서 돈 버는 데 혈안이 됐다는 것. 이영옥 역시 연락 오는 이에 대해 '재앙', '하나뿐인' 등의 말로 설명하며 의심을 키웠다. 하지만 이영옥에게 연락한 사람은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이영희(정은혜 분)였다.

지난 방송에서 박정준(김우빈 분)은 이영옥에게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이영희 소개받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정준은 이영옥에게 이영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며 사과했고,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했다.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영상 캡처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영상 캡처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첫 드라마 연기에 도전한 정은혜는 캐리커처 작가. 노희경 작가를 비롯해 지금까지 4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 정은혜는 이영희 역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실제 모습을 그대로 녹여내며 안정적 연기를 선보였다.

노희경 작가는 정은혜와 1년 동안 교감하며, 실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정은혜의 모습을 이영희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한다. 한지민, 김우빈은 정은혜와 촬영 전 따로 만나며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이영희 캐릭터가 더 진정성 있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유다.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영상 캡처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영상 캡처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또 한 명의 장애인 배우가 등장한다. 농인 배우 이소별. 해녀 달이(조혜정 분)의 동생 별이 역을 맡았다. 별이는 시장에서 커피차를 운영하고 있고, 언니 달이의 일을 돕기도 한다. 지난 방송에서는 별이와 이영희가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영옥이 다운증후군 언니 이영희의 손을 잡고 나타나자 일부 마을 사람들이 "좀 모자란 것 같다"고 동요했다. 이에 별이는 "모자란 거 아니고 다운증후군"이라며 사람들의 편견을 바로잡았다. 별이와 이영희는 장애라는 공감대로 금세 가까워졌다. 별이가 "나는 농인"이라며 귀에 착용하고 있는 보청기를 보여주자 영희는 "그럼 우리는 친구네?"라며 반가워했다.

1996년생인 이소별은 3살 때 홍역으로 고막 손상을 입어 청력을 잃었고, 현재는 보청기를 끼고 생활한다고 한다. 10살 때까지 일반 학교에 다녔던 이소별은 친구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다가 수어를 배운 뒤 "새로운 세상이 열린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소별은 채널A '아이콘택트'에도 출연한 적 있다. 그은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농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수어로 표현하는 노래와 춤을 배워 무대에 선 적이 있다는 이소별은 "그 때부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소별은 배우 송일국과 2020년 제75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사진=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중계 방송 캡처
사진=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중계 방송 캡처
외국의 경우 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한국에선 드문 일. 지난 3월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조연상 수상자는 청각장애인 배우인 트로이 코처였다.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이 수어로 트로이 코처를 호명하고 수상을 축하하며, 수어를 위해 양손을 써야하는 트로이 코처를 위해 옆에서 트로피를 들어주기도 했다. 그 만큼 외국에선 장애인 배우의 활동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

자신의 경험이 담겼기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정은혜, 이소별의 연기.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장애가 있는 배우들도 충분히 대본을 숙지하고 연기를 소화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