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지상파 예능, '중간광고' 도입 후 콘텐츠 질 향상됐나
호흡 바뀐 예능판…유튜브는 '호황'
사진제공=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사진제공=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이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잠시 후 계속됩니다'

코너와 코너 사이, 하이라이트 장면 직전에 어김없이 배치되는 문구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후 예능 판의 달라진 풍경이다.

중간광고의 도입으로 경영난을 겪던 방송사는 호흡기를 달았다. 하지만 형편이 나아진 이후 콘텐츠의 질이 향상될 거란 시청자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48년 만에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했다. 많은 방송 카테고리에 가운데서도 유독 예능 판의 중간광고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프로그램의 '긴 호흡' 때문이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45~60분 분량은 1회, 60~90분 프로그램은 2회 광고가 허용된다. 나아가 90분 이상은 30분당 1회가 추가되며 180분 이상은 최대 6회까지 송출할 수 있다. 다만, 1회씩 회당 1분 이내로 제한된다.

방녹송의 길이가 중간광고의 횟수를 좌우한다. 일각에선 중간광고를 위해 방송의 '질'보다 '길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성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의 예능은 90분 이상, 최대 100분 분량으로 편성돼 있다. 과거 50~70분 내외로 편성되던 시간보다 최대 2배가까이 늘어난 것. 프로그램의 길이가 늘어났지만, 촬영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녹화된 분량은 같은데 양을 채우다 보니 전개와 상관 없는 장면이 등장하고 시청자는 흥미를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루해진'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사이 각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호황을 맞았다. 광고를 걷어내고 압축한 콘텐츠의 조회수가 본 방송에 비해 압도적으로 치솟고 있는 것. 프로그램의 요약본을 게재하는 유튜브의 인기가 시청자의 불만을 방증하는 셈이다.
사진제공=애플TV '파친코', tvN '머니게임', '살인자의 쇼핑목록'
사진제공=애플TV '파친코', tvN '머니게임', '살인자의 쇼핑목록'
드라마 판의 경우 최근 시청자의 선호도에 따라 개선 움직임을 보인다. 편성을 줄이면서 한 회 안에 빠른 전개와 압축된 재미를 담는 전략을 짠 것. 애플TV '파친코', OTT 시리즈 '머니게임', 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 알찬 8부작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에 출연 중인 배우 진희경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야기를 재밌게 압축해서 하기에는 8부작이 컴팩트하게 잘 전달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킬힐'은 방영을 앞두고 기존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편성을 변경했다. JTBC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역시 본래 16부로 기획됐지만, 8부로 마무리된다. 이후 분량은 시즌2를 기약한다.

사람들의 시청 방식이 달라졌다. TV 앞에 앉아 방송을 기다리던 시절과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스트리밍 시대'의 콘텐츠는 빠른 전개와 높은 퀄리티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유튜브는 돈을 지불하면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입하면 된다. OTT 역시 광고 없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시청자는 지루한 광고를 억지로 봐야 하는 '본방사수'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 본방이 사수 되지 않으면 TV광고를 팔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 빠듯한 제작비의 구원투수가 될 줄 알았던 중간 광고가 매출 부진의 방아쇠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중간 광고를 허용한다고 갑자기 흑자로 돌아설 상황도 아니고, 아마 계속 상황은 안 좋을 것"이라며 "중간광고 허용은 벼랑 끝까지 몰린 방송사의 경영상황 개선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중간광고로 인해 질적인 면에서 특별히 크게 바뀔 가능성은 기대되지 않았다"며 "실제로 결과도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현 상황을 바라봤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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