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결혼·임신·출산 문제 유희거리로 소비하는 예능·드라마
'동상이몽2'서 혼전동거 공개한 손담비♥이규혁
'우리는 오늘부터', 돈 주며 대리모 요구
다양한 가치관 존중 받지만 쉽게 다룰 문젠 아냐
배우 임수향, 손담비. / 사진제공=SBS
배우 임수향, 손담비. / 사진제공=SBS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인륜지대사는 인간이 살아가며 치러야할 큰일을 말한다. 결혼과 출산은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하나로 꼽힌다. 최근 방송에서는 결혼과 임신, 출산 문제를 그저 유희거리로 이용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방송된 SBS '동상이몽2'에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손담비·이규혁이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미 함께 살고 있었다.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혼전동거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두 사람의 혼전동거는 의아함만 자아냈다.
사진=SBS '동상이몽2' 방송 캡처
사진=SBS '동상이몽2' 방송 캡처
먼저 잠에서 깬 손담비는 배달앱으로 아침 식사를 시키고 이규혁에게 줄 더덕주스를 만들었다. 이규혁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규혁을 깨웠다. 청소, 설거지 등 허술한 손담비의 뒤치다꺼리는 모두 이규혁 몫이었다. 식사 후 손담비는 '오래된 루틴'을 지키기 위해 곧바로 '30분 취침'에 들어갔다. 이규혁은 손담비를 그저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다뤘다.

연인끼리 서로를 챙겨주고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모습이라기엔 가벼웠다. 방송에서는 둘의 혼전동거를 그저 연애의 연장선처럼 연출했다. 반려자와 함께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혼전임신 루머, 가짜 수산업자 사건 등 예비부부를 둘러싼 논란거리와 이들의 해명만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손담비는 심지어 "잘사는 모습 보란 듯이 보여줄 것"이라고 오기를 부렸다. 결혼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오해를 살 대목이었다.
사진=SBS '우리는 오늘부터' 방송 캡처
사진=SBS '우리는 오늘부터' 방송 캡처
SBS 월화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는 '유쾌한 소동극'이라는 장르를 앞세워 깊이 있게 다뤄야할 대리모 문제를 얼렁뚱땅 무마시켰다. 혼전순결을 맹세한 오우리(임수향 분)는 산부인과 의사의 실수로 인공수정 시술을 받게 되면서 라파엘(성훈 분)의 아이를 임신한다. 항암치료로 불임이 된 라파엘에게는 치료 전 얼려둔 정자가 마지막. 라파엘 아버지(주진모 분)는 오우리에게 아이를 낳아주는 대가로 10억 원이 든 사과상자를 건네며 출산 후에 10억 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한다. 라파엘 아내(홍지윤 분) 역시 "열 달만 외국에 가서 있다가 오면 된다"고 거든다. 오우리는 임신 중단을 위해 수술대에도 올랐지만 갑작스럽게 생각을 바꾸고는 "얘는 완벽한 가정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성애에는 조건이 없는 것이지만 오우리의 행동에는 맥락이 없었다. 의료사고로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기로 했다면 그 과정과 이유가 드라마에서 충분히 설명돼야 했다. 중학생 때 자신을 낳은 엄마가 "괜히 낳았다"고 말한 것에 상처를 받아 '반항심'이나 그런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출산을 결심했다기엔 황당하다.

그보다도 숙고해서 다뤄야할 대리모 문제를 스쳐지나가듯 가벼운 소재거리로 전락시킨 것이 더 큰 문제. 대리출산은 신체와 관련해 금전 거래를 한다는 점 때문에 반인륜적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행위. 극 중 인물이 미안함, 죄책감도 없이 당연하다듯 돈으로 대리모를 거래하려는 모습은 경악하게 만든다. 제작진은 '돈이면 다 되는 거 같냐'는 오우리 엄마의 한 줄 짜리 대사로 시청자들의 비판에서 빠져나갈 구실까지 깔아놨다.

결혼과 임신, 출산과 관련해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받는 시대다. 비혼주의자, 딩크족, 자발적 미혼모 등 새로운 생활양식도 수긍된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렇다고 경망스럽게 다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즐거움을 위한 혼전동거, '쉽게 쓰인' 대리모라는 소재까지, 결혼과 임신, 출산을 왜 인륜지대사라고 일컫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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