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잃은 신민아 캐릭터, 빛 잃은 이병헌 로맨스 서사
중학생이 고등학생에게 "망가트려 달라"며 성관계 요구
우울증+집착에 아들 응급실 行→양육권 패소
신민아, 제 몸에 맞지 않는 듯한 연기력까지 '도마'
'우리들의 블루스' 신민아, 이병헌./사진제공=tvN
'우리들의 블루스' 신민아, 이병헌./사진제공=tvN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이병헌과 신민아의 과거 인연과 현재의 사연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가운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신민아 캐릭터의 행동이 로맨스 서사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과하게 집착하고 제멋대로인 모습은 캐릭터를 응원하게 만들지 못했고, 이에 같이 호흡을 맞춘 이병헌의 열연도 빛을 보지 못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티저./사진제공=tvN
'우리들의 블루스' 티저./사진제공=tvN
이병헌과 신민아가 주를 이루는 ‘동석과 선아'는 ‘우리들의 블루스'의 가장 메인이자 기대를 모은 에피소드였다. 방송 초반에는 옴니버스 형식상 우울증에 걸려 시간의 개념조차 잊어버린 선아(신민아 분)의 불안한 상태와 만물상 트럭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도는 삶을 사는 동석(이병헌 분)의 모습만 잠깐 비쳤고, 7년 전 동석이 입을 맞추자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며 상처를 준 선아의 모습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에 지난 6회서는 이혼 후 남편과 아들의 양육권 논쟁을 벌이던 선아가 제주에 내려와 바다에 투신해 응급실에 실려 가고, 그런 선아를 신경 쓰는 동석의 모습이 펼쳐졌고, 7~8일 방송된 9~10회에서는 동석과 선이의 에피소드가 극의 중심을 이뤘다.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10대 시절 선아와 동석의 사연 역시 밝혀졌다. 당시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것. 그러나 이 서사에서 중학생 선아가 고등학생이었던 동석의 친구에게 ‘망가트려 달라'며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신이 망가지면 아빠가 정신 차리고 자신을 보살펴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정은 너무나도 위험한 수위였다.

앞서 현(배현성 분)과 영주(노윤서 분) 에피소드에서도 청소년의 원치 않은 임신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여성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바. 또다시 청소년의 성(性)을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은 서사는 불편함을 자아냈다.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현실서도 불편함은 계속됐다. 양육권 재판을 위해 서울에 올라온 선아가 아들에게 집착하며 팔을 붙잡고 놔주지 않은 채 잡아당겨 응급실까지 실려 가게 한 것.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선아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약속된 시간을 어긴 데다 막무가내로 데리고 자겠다고 칭얼거린 건 선아였다. 무엇보다 선아의 집착이 아들에게까지 해를 가하게 된 상황. 이에 아들과 살고 싶은 마음만 앞선 선아가 아닌 우울증에 빠져 사고까지 낸 선아에게서 아들을 보호하려는 전남편 태훈(정성일 분)에게 양육권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캐릭터의 공감력이 떨어지자 이를 그려낸 신민아의 연기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캐릭터임에도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스타일링과 함께 재판서 패소한 후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계속해서 얼굴을 가리는 동작으로 캐릭터가 가진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 제 옷을 입은 듯 동석 그 자체로 분한 이병헌과는 다르게 신민아의 연기는 어딘가 제 몸에 맞지 않는 듯 어색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 사진제공=tvN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 사진제공=tvN
화려한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방송 초반부터 크고 작은 잡음과 함께 캐릭터 서사에 대한 호불호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하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행복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상처가 아닌 희망에 주목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던 노희경 작가의 메시지는 아직 제대로 전달되진 못한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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