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구교환 인터뷰
"차 타도 안 죽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MBTI=INFP, 내 목소리 독특하다 생각 안 해"
"신현빈 친구처럼 느껴져, 김지영에겐 실수한 거 아닐까 걱정"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저의 검은 지옥은 무생물, 도형 같은 것들이 나를 짓누를 것 같아요.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는데, 많이 공포스럽더라고요. 도형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도 가끔 그 공포가 생각납니다."

2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구교환이 티빙 오리지널 '괴이' 속 상황처럼 실제로 귀불의 눈을 본다면, '검은 지옥'은 어떠한 모습일지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6부작 '괴이'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를 담은 작품. 티빙에서 지난달 29일 전편 공개됐다. 구교환은 극 중 기이한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고고학자 정기훈 역을 맡았다.

구교환은 '괴이'에 참여하게 이유에 대해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함께 참여한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호감과 신뢰, 궁금증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작품 속에서 차에만 타면 죽는다는 루머가 있더라. 차에 타는 역할을 맡아도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기훈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도 느꼈다고. 구교환은 "설정상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정기훈은 월간 괴담이라는 잡지를 출간하는 사람이다. 지금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종이로 잡지를 출간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월간 괴담 잡지의 홍보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종이의 질감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반가웠다"고 말했다.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구교환은 '괴이'를 오컬트 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며 "오컬트는 장르적인 카테고리일 뿐, 기훈과 수진(신현빈 분)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며 "장르를 벗어나 기훈과 수진의 관계에 더 집중했다. 또 딸 하영이, 진양군청까지 함께하는 석희(김지영 분) 등 인물 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다가갔다"고 밝혔다.

고고학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냐고 묻자 구교환은 "직업의 형태와 모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고학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앞집, 옆집, 위층, 아래층에 사는 고고학자 정기훈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극 중 기훈은 잃어버린 딸을 그리워하며 혼돈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묻자 구교환은 "대체 상황을 만들었던 것 같다. 고고학자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한 가지 작업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탐구했던 시간이 있다. 그리워하는 인물 역시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전에 만났던 누군가일 수도 있고. 나의 경험을 가지고 와서 마주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작은 본 소감에 대해서는 "나는 연기한 장면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시나리오나 장면, 테이크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시사회나 OTT로 작품으로 마주할 때 낯설고 신기하다. 처음 보는 눈으로 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괴이'는 연상호 감독이 선보였던 '방법' 속 귀불, '부산행' 속 좀비 창궐지 진양군을 소재로 해 외전에서의 세계관 확장이 기대됐지만, 앨프레드 히치콕의 '새' 등 고전 클리셰와 작가의 자가복제로 혹평받기도 했다.

이에 구교환은 "영화는 만들고 나면 관객의 것이고 드라마 역시 만들고 나면 시청자의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느끼고 감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 빠지는 결말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극 전체로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정기훈으로서는 수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만나서 함께 벗어났기 때문에 정기훈으로서는 알찬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현빈과의 호흡을 묻자 구교환은 "'개그 듀오'라고 소개할 만큼 유머도 나누고 위로가 많이 됐다. 이번 작업으로 처음 만났는데 함께 해온 친구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극 중 한석희(김지영 분)에게 반존대를 사용하고, 누나라고 호칭을 사용한 것이 의도였냐고 묻자 구교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양 군청으로 가는 시간을 나눈 동료로 보이고 싶었다"며 "극 중 내가 오빠일 수도 있었는데, 실수한 거 아닐까"라며 웃었다.

"김지영 선배님과도 마치 십년지기 친구처럼 농담도 하고 상황을 즐기면서 치열하게 연기했습니다."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배우 구교환./사진제공=티빙
'괴이' 시즌이 이어진다면 계속 참여하실 의향이 있을까. 구교환은 "이어지나요?"라며 물으며 "사람 마음은 바뀌니까.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괴이' 시즌2가 된다면 어떤 형태의 이야기고 어떤 사건을 마주할지에 대한 호기심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꿈의 제인', '메기', '반도', '모가디슈', 'D.P.', '킹덤: 아신전' 등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역할로 시선을 사로잡은 구교환. 특히 독특한 목소리는 구교환만의 매력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이에 구교환은 "나는 내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지 꽤 됐다"며 웃었다.

MBTI를 묻자 구교환은 "인프피(INFP)라며 "지금 내 태도를 보면 결과가 잘못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와 연출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꼽은 구교환. 언제 처음으로 재미를 느꼈냐고 묻자 그는 "처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꾸준히 좋아했던 기억들이 쌓여서 더 재밌고 즐기게 된 것 같다. 누군가에게 반했을 때 첫 순간이 기억나지 않지 않나. 아득하다"고 말했다.

"재미가 떨어지는 순간이요? 권태기를 느낄 때쯤 다른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서 또 즐거워져요. 그래서 전 한가지 캐릭터를 오래 하는 것보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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