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채널 '노는언니2' 방송화면./
E채널 '노는언니2' 방송화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보름이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팀 추월 왕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E채널 '노는 언니2'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보름이 출연했다.

이날 박세리는 "평창 때 좋지 않은 일이 있었잖아"라며 올림픽 당시 '팀추월 왕따 논란'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김보름은 "사실 힘들었다고 밖에 이야기를 못 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김보름은 선두로 나서 마지막 두 바퀴를 이끌었다. 그러던 중 세 번째 선수와 격차가 벌어졌고, 이는 '왕따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보름은 경기 이후 맹비난을 받았다.

김보름은 "마지막 선수와의 격차는 팀 추월 경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라며 "시속이 50km이상이어서 아무 소리가 안 들린다. 뒤에 있는 선수가 힘이 빠져서 거리가 벌어질 것 같으면 사인을 줘야 한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다. '아!' 이렇게만 소리쳐도 된다. 선수들간의 암묵적인 룰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보름은 "사인을 못 받았다. 저는 그냥 열심히 타서 빨리 이끌면 된다고만 생각했다"라며 "혼자 갈 이유가 없다. 마지막 선수의 통과 기록이 팀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소통이 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이상화는 "당시 김보름과 룸메이트였다. 선수촌이었는데 제 바로 앞 방이었다"라며 "경기 이후 숙소 방에서 나오질 않더라. 문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밥 먹었니' 라고 문자로만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에 김보름은 "화장실 가다가 이상화 언니와 한 번 마주쳤다"라며 "아무 말 없이 안아줬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박세리는 "왜 반박하지 않고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보름은 "무서웠다.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라며 "모든 선수가 메달을 원하고, 평생 스케이트 타지 않느냐. 그런 생각으로 시합에 임했고, 매순간 최선을 다 했다.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오해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 솔직히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진실을 알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이상화는 "그 일이 올림픽 초반에 벌어졌다. 김보름은 올림픽 후반에 주종목인 매스스타트 경기가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김보름은 "팀 추월이후 이틀 동안은 집에 가려고 했다. 포기하려고 했다"라며 "하지만 평생을 준비한 대회였다. 메달이 너무 갖고 싶었다. 결국 5일 뒤에 열린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나서 최선을 다했다. 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보름은 은메달을 땄다.

이어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이후 운동을 내려놨다. 몸도 너무 안 좋았다. 운동을 그만둘 생각으로 6개월 동안 쉬었다"고 고백했다. 박세리는 "운동선수에게 6개월 공백은 길다. 엄청 쉬었다는 것이다"라며 놀랐다. 한유미도 "그 나이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논란이었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힘들었겠다"라며 공감했다.

김보름은 "약도 많이 먹었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며 "3~4개월 지나니까 스케이트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스케이트장에 갔다. 처음엔 적응하고 싶어서 스케이트장만 봤다. 그 다음에는 스케이트를 신고 가만히 서 있었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하루하루 적응했다. 나중에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 때 팀추월 이후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내가 응원해줄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너는 타야 돼'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탄 것이다"라고 말하며 울컥 했다.

4년 후 김보름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 나서 5위를 기록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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