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당나귀귀' 정호영X김병현, 무례한 갑질·진상에 쏟아지는 비난
김병현, 정호영./사진=김병현 공식 SNS,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김병현, 정호영./사진=김병현 공식 SNS,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가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아 성찰을 내세워 놓고, 도 넘은 '갑질’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가게 홍보를 위해 민폐도 서슴지 않는 정호영, 장사의 기본도 안된 몰상식한 태도로 일관하는 김병현도 문제지만, 결국 이들을 비호감으로 만든 건 악의적인 설정으로 이들을 활용한 제작진과 그로 인해 이익을 얻는 방송사다.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보스와 그런 보스들에게 '갑질’하는 방송사의 행태에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진=KBS2 '당나귀귀' 방송 화면.
사진=KBS2 '당나귀귀' 방송 화면.
지난 17일 방송된 '당나귀 귀’에서 정호영 셰프는 맛 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 칼럼에 자신의 제주도 우동집을 넣고자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모습으로 불편함을 자아냈다. 제주도에 내려온 박찬일 셰프는 이미 칼럼 구성을 마쳤고, 방문할 식당 두 곳도 정한 상태였음에도 음식을 못 먹게 막고 자기 음식을 먹이려 하는 건 상대방의 일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

여기에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박찬일 셰프에게 자기 음식을 들이밀며 칼럼에 써달라고 질척이는 모습은 무례하기까지 했다.

정호영의 이러한 '진상’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직원들의 숙소에 기습 방문해 물방울 떡을 만들라고 시켜 놓고 자신은 소파에서 자는 모습으로 황당함을 자아냈고, 진급 승진을 결정하기 위해 직원을 근무 시간 외에 불러내 돈을 빌려달라고 의리 테스트하는 장면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 속 웃자고 한 연출이라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KBS2 '당나귀귀' 방송 화면.
사진=KBS2 '당나귀귀' 방송 화면.
이는 버거집 사장으로 변신한 전 야구선수 김병현도 마찬가지다. 청담동에 버거집을 연 김병현은 첫날부터 실수를 연발했다. 홀서빙에 나선 그는 메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포스기에 주문서를 작성하는데도 한참을 버벅거려 답답함을 유발했다. 두 달이라는 가오픈 기간에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또 주문을 까먹어서 실수해 놓고 자기 잘못이 아닌 "고객들 잘못"이라고 탓을 돌리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손님이 와도 양해 없이 자기 할 일만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열악한데, 최소한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영업하는 김병현의 모습은 자영업자들을 향한 기만으로 여겨지기 충분했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들의 하차를 요구하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KBS2 '당나귀귀' 포스터
사진=KBS2 '당나귀귀' 포스터
문제는 이러한 개념 없는 모습들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당나귀 귀’ 제작진이다. 제작진은 충분히 자극적인 연출을 뺄 수 있음에도 계속해서 논란이 불거질 만한 소재를 끄집어냈다. 정호영, 김병현이 정말로 진상 사장인지, 철저히 짜인 콘셉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일정 부분 '매운맛’ 연출이 들어간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논란이 불거져도 가게는 성황을 이루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갑질’ 보스는 방송국인 셈이다. 이들을 비호감으로 만들어서라도 치열한 일요일 예능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불편함이 극에 달하면서 시청률은 김병현의 햄버거집 에피소드 이후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출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시대착오적인 '갑질’을 버리고 '자아성찰’이라는 본래의 의도를 되찾지 않는다면 '당나귀 귀’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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