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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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손석구가 김지원을 추앙하기 시작했다.


17일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4회에서는 염미정(김지원 분)과 구씨(손석구 분)의 관계에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마침내 구씨가 염미정을 ‘추앙’하기로 한 것. 염미정을 위해 날아오른 구씨의 모습 위로,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울려 퍼지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이 돼 있는 거?”라는 구씨의 질문에 확실하다는 답을 내놓은 염미정. 특별한 관계로 거듭난 두 사람의 앞날에 관심이 쏠렸다.


해방을 꿈꾸기 시작한 염미정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태훈(이기우 분), 박상민(박수영 분)과 함께 사내 동호회에 ‘해방클럽’을 열어서 모임을 갖는가 하면, 구씨에게도 더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구씨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염미정은 어쩐지 구씨 앞에서 자꾸만 솔직해졌다. 애써 미소 짓지도 않고, 공허함을 감추지도 않았다.


염미정의 인생은 내내 무채색이었다. 천둥, 번개가 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 만큼 끝을 바라던 삶이었다.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고 여기던 인생이었다. 염미정은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 염미정의 눈에는 늘 구씨가 들어왔다. 어딘가 망가진 것 같고, 자신과 비슷한 내면을 가진 듯한 같은 남자였다. 천둥, 번개가 치던 밤, 염미정은 폭우를 뚫고 달려가 구씨를 구했다. 이대로 다 끝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염미정이 구씨에게 달려간 건 뜻밖이었다.


그리고 구씨도 달라졌다. 언제 비가 왔는지도 모르게 볕이 쨍쨍한 한낮, 염씨네 가족들과 구씨가 밭일을 나간 그날 일이 벌어졌다. 잠시 땀을 식히던 중 염미정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개울 저편으로 떨어졌다. 염창희(이민기 분)가 모자를 가지러 가려는 순간, 구씨가 일어섰다. 그는 전속력으로 달려 개울 저편으로 점프했다. 염미정을 위해 날아오른 구씨. 그 위로 염미정과 구씨가 나눈 대화가 흘렀다.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구씨의 질문에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라는 염미정의 대답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염미정을 추앙해보겠다는 듯한 구씨의 변화는 가슴 뭉클한 엔딩을 낳았다.


한편 염창희와 염기정(이엘 분)의 날들은 여전히 속시끄러웠다. 편의점 영업관리 일을 하는 염창희는 점주와의 관계가 어긋나며 회사에서 한 소리를 들었다. 옆자리 선배가 점주에게 괜한 말을 전해 진심이 왜곡된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별 수 없었다. 점주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 일은 해결됐으나 일이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염창희는 요즘 자기 얘기를 한참이나 늘어놓는 한 점주의 전화를 계속 받아주고 있었다. 식사 중에도 전화를 끊지 못하고 매달려있는 아들을 보자 아버지 염제호(천호진 분)는 속에서 열불이 났다. 그는 “사내자식이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그런 전화 하나 딱딱 못 끊고”라며 아들을 나무랐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던 염창희도 폭발했다. “아버지는 인생을 계획하는 대로 사셨습니까?”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다시 집에 들어가 아버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그의 모습은 현실 그 자체였다.


염기정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기질이 또 다시 발동했다. 눈밑 주름에 시술을 받으러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조경선(정수영 분)을 마주친 염기정은 그의 동생 조태훈과도 재회했다. 앞서 조태훈과 민망한 상황을 겪었던 염기정은 그를 다시 마주 보는 게 불편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새 그의 넓은 등짝과 친절한 태도에 매료됐기 때문. 동생 앞에서는 괜스레 뒷담화를 했어도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염기정은 선물받았던 복권 열 장을 조태훈에게 건네며 다시 연락할 만한 핑계를 만들기도 했다. 자려고 누으면 친절하게 인사하던 조태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었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삼 남매와 구씨의 일상은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염미정을 추앙하기 시작한 구씨의 태도,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감동을 안겼다.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응원하는 것이 ‘추앙’이라는 염미정의 말, 그와 함께 다른 계절을 맞아보겠다는 구씨의 변화는 무채색의 인생에도 빛깔을 드리웠다. 삶에 미련이 없던 두 인물이 특별한 관계로 거듭나게 되면서 어떤 이야기를 그려갈지, 설렘과 기대를 자극하는 엔딩이었다. 여기에 산포에 ‘잘못 내렸다’고 말한 구씨의 과거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가 품고 있는 사연에도 호기심이 쏠렸다.


염기정과 염창희의 에피소드 역시 공감과 웃음을 선사했다. 올겨울엔 아무나 사랑하겠다던 염기정은 친구의 동생이자 싱글대디인 조태훈에게 빠지고 말았다. 과연 두 사람의 만남이 두근거리는 ‘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염창희의 팍팍한 일상, 아버지와의 갈등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승진만이 출구인 것 같은 상황, 염창희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계획 없는 삶을 성실히 이어나가는 염창희에게 찾아올 새로운 이야기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나의 해방일지’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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