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우리들의 블루스' 옴니버스 단점 드러나나
방대한 서사에 집중되지 않는 에피소드
사진 제공 = 지티스트
사진 제공 = 지티스트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비인두암 투병으로 긴 공백기를 가진 배우 김우빈의 6년만 복귀작, 연인 신민아와 처음으로 같이 참여한 작품, 톱스타들의 대거 합류한 라인업 등 방송 전부터 수많은 수식어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부족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을 내세운 만큼 에피소드마다 편차 역시 심하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차승원, 이정은, 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이들의 캐스팅은 사실 '우리들의 블루스'가 아닌 '히어'로 먼저 이루어진 라인업. 코로나로 인해 '히어' 제작을 포기하게 되면서 노 작가가 이 배우들 그대로 '우리들의 블루스' 집필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배우 라인업./사진=각 소속사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 배우 라인업./사진=각 소속사 제공
이들 모두의 캐스팅은 옴니버스 형식이기에 가능했다. 인물들의 관계별로 에피소드를 나눠 자신이 주연이 아닌 에피소드에서는 조연이자 지나가는 단역 정도로 등장한 것. 노 작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를 집필한 이유에 대해 "남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지겹더라. 우리 삶 속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데 드라마 속에서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나 불편했다"고 말했다.

큰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우리들의 블루스'는 현수(차승원 분)와 은희(이정은 분)의 에피소드를 주축으로 시작됐고, 만물 트럭 상, 해녀, 수산업 장사꾼, 선장 등의 캐릭터들을 차례대로 등장시키며 제주도의 모습을 비쳤다. 여기에 자신을 첫사랑으로 기억해주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을 보여주며 씁쓸한 공감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14인의 주연 진이 뭉친 만큼 분량이 분산되는 느낌을 지우긴 힘들었다. 옴니버스 형식상의 최대 단점인 에피소드 간의 단절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지만, 메인 에피소드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로 인해 서사가 방대해진 것. 2회 오프닝에서는 선아(신민아 분)가 첫 등장, 7년 전 동석(이병헌 분)이 입맞춤을 하자 정색하는 모습으로 궁금증을 유발했지만, 이후 등장하지 않아 떡밥만 던지는 오프닝이 됐다.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사진=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무엇보다 지난 17일 방송된 '우리들의 블루스' 4회는 영옥(한지민 분)과 정준(김우빈 분)의 첫 에피소드였지만, 지난 에피소드에 비해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배선장(윤병희 분)과 클럽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정준에게 자신의 전 남자친구들을 나열하며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헤픈' 해녀로 분한 한지민과 묵묵하게 영옥의 곁을 지키는 정준의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

여기에 단체 생활이 중요한 해녀 작업에서 전복을 더 따느라 구역을 벗어나 물질 종료 시각까지 어기고 10분 늦게 나왔음에도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영옥의 모습은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또 전교 1등 고등학생 영주(노윤서 분)가 현(배현성 분)과 성관계 후 생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배 선장이 음주운전을 하는 모습 등은 갑작스럽기까지 했다.
사진= '우리들의 블루스' 에피소드
사진= '우리들의 블루스' 에피소드
'우리들의 블루스'는 크게 8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다. 4회 메인 에피소드였던 영옥과 정준의 다음 이야기는 7회 뒤인 11회에서 동석과 선아 에피소드와 함께 이어진다. 그전에 짧게 씩 등장하겠지만, 한수와 은희가 1~3회 연속으로 이어진 것에 비해 한 회 만에 에피소드가 바뀌는 상황. 두 사람의 로맨스 서사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인 이유다.

차려놓은 게 너무 많은 탓일까.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되는 상황 속 자극적이지 않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내세운 '우리들의 블루스'. 앞으로 등장할 에피소드가 매우 남아있는 가운데, 잔잔함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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