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그린마더스클럽' 일베 논란, 故 노무현 대통령 실루엣 사용
주연 추자현,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 "죄송하다" 사과
'그린마더스클럽' 메인 포스터./사진제공=SLL
'그린마더스클럽' 메인 포스터./사진제공=SLL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방송 전에는 출연 배우의 구설수로 입방에 오르내리더니 공개 후에는 일베 논란까지 휩싸이며 뭇매를 맞고 있다. JTBC 새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이야기다.

지난주 첫 방송을 시작한 '그린마더스클럽'은 첫 회에서부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실루엣과 일치하는 사진이 삽입되며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장면은 이요원이 연기한 이은표가 '어느 시간 강사의 피 끓는 항변'이라는 기사를 보는 장면으로, 대학 시간 강사로 일하던 이은표가 교수에게 받은 부당한 요구를 당했다고 폭로하는 내용이다. 이는 SNS서 비공개로 써 놓은 글을 이은표의 아들이 실수로 전체 공개하며 의도치 않게 기사화된 것으로, 교수 임용을 앞두고 있던 이은표는 망연자실하며 교수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사진='그린마더스클럽' 일베 논란 장면
사진='그린마더스클럽' 일베 논란 장면
여기서 논란이 된 건 기사 속 실루엣 이미지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고 노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 이에 지난 11일 '그린마더스클럽' 측은 "제작 과정에서 해당 이미지의 유사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정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며 "관련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당 장면은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SNS 등에서 변경 조치 중"이라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이 방송에서 쓰여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OCN '플레이어'에서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범죄자의 사진 실루엣으로 등장했고, MBC '뉴스투데이'에서는 아이돌 편법 마케팅 논란 이슈를 소개하며 해당 이미지를 사용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MBC '섹션 TV 연예 통신'에서도 소송에 연루된 영화배우의 소식을 전하는 과정서 삽입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렇듯 몇 차례의 논란을 지나오며 충분히 인지됐을 사항인데도 여전히 생각 없이 사용한 '그린마더스클럽'에 더욱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이유다.
사진=추자현 중국 SNS 영상 캡처
사진=추자현 중국 SNS 영상 캡처
특히 '그린마더스클럽'은 방송 전부터 주연배우인 추자현이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해 한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추자현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샤오홍슈(중국판 인스타그램)에 남편 우효광이 끓여준 라면을 먹는 영상을 게재했고, 라면과 함께 등장한 김치를 '파오차이'로 두 차례나 오기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성 음식으로, 무, 오이, 양배추, 배추 등 채소류를 염정한 절임 식품을 통칭하는 단어. 중국은 동북공정의 하나로 김치의 기원이 파오차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중국 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추자현의 실수에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추자현은 논란을 인식한 후 해당 영상을 조용히 삭제만 했다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폭로로 5일 만에야 소속사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고유 음식의 이름을 바로 알고 사용하며 올바른 표현이 더욱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간 김치와 파오차이의 번역 및 표기는 관용으로 인정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며 "작년 7월 시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훈령 이후 신치(辛奇)로 표준화하여 명시한 것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급히 사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다.

반복되는 논란에 드라마에 대한 이미지 역시 안 좋다. 시청률 역시 전작 '서른, 아홉'에 비해 현저히 낮은 2~3%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답답한 캐릭터들로 인해 시청자들에게도 외면받는 상황.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그린마더스클럽'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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