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박민영 종영 인터뷰
"후반부 전개 나도 답답해, 걱정 있었다"
"바람 피고 떠난 남자? 나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10년 뒤에는 '내조의 여왕' 할지도"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얼굴로 호되게 태풍을 맞을 줄 몰랐어요. 눈하고 귀에 물이 잔뜩 들어갈 정도로 바닷바람을 맞았죠. 메이킹 영상에서도 제주도 당분간 절대 안 올 거라고 말했는데, 진심이었습니다. 너무 추웠어요. 재밌기도 했지만, 저체온증도 왔고 그걸 회복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걸렸거든요. 고생했던 것보다 너무 짧게 나와 아쉽기도 해요. 이시우(송강 분)과 이별 장면은 처연하게 잘 나왔더라고요. 아파야 잘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박민영이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묻자 “제주도 바닷가 촬영”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일 '기상청 사람들' 종영을 맞아 박민영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박민영은 극 중 기상청 총괄2과 총괄예보관 진하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방송 초반 빠른 전개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답답한 전개로 아쉽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박민영은 "나는 4부 대본까지 나온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4부까지는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결정했는데, 내심 걱정도 있었다.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다보면, 주저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거라는 불안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 대사처럼 항상 맑은 날만 있을 수 없고, 재밌는 부분이 초반에 몰아있으면 시련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 역시 왜 저들은 진전을 안 할까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연기했다. 마지막회에 다행히 해가 떠오르는 느낌을 받아서 마무리는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국내 드라마 중 최초로 기상청을 배경으로 다룬 만큼 기상청을 이해하는 과정 역시 필요했다. 박민영은 "기상청이라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나도 날씨가 틀리면 '기상청 왜 이래?' 했던 사람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고, 왜곡되지 않게 과감 없이 사실적으로 전해드리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청에 대한 자료가 희귀해서 다큐멘터리를 반복해서 봤다. 직접 견학해 분위기를 둘러보고 그분들의 말투 등도 관찰했다. 어려운 대사를 내뱉지만 평상 용어처럼 자연스러움을 흉내 내기 위해 최대한 힘을 빼는 연습도 했다. 내가 기상청 내에서 배경색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서 딕션도 흘렸다. 그게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원칙주의자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그는 "엘리트 코스 5급으로 입사한 캐릭터라 주변에 시기 질투가 있을 것이고, 선배인 분들이 부하직원으로 있는 경우가 많았을 거다. 태어나기를 냉정하기 태어났을 수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성격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 '차도녀'라기 보다 주어진 상황 속 어쩔 수 없는 자기만의 체계가 있지 않을까 분석했다. 최대한 감정적인 업다운을 없애고, 매트한 성격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기상청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냐고 묻자 박민영은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예보하기 어려운가에 대해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일 만큼 어려운 지형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나라의 기상청들에 비해 예산이 현저히 적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기상 예보에 대해 무지했어요. 예보를 보면 최고, 최저 숫자 밖에 안 봤죠. 작품을 찍고 나니 저도 모르게 알아듣는 용어들이 매우 많더라고요. 국지성 호우가 왜 어려운지 극을 통해 지식이 조금은 는 것 같아요."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바람피워 결혼한 한기준(윤박 분)과 친구 관계가 되는 설정이 박민영으로서는 이해가지 않았다고. 그는 "나는 불행히도 너무 한국 사람인 것 같다. 나에게 나쁜 짓을 하고 간 남자와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나와 진하경의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 점이 아닐까 싶다. 내게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손도 싫을 것 같다. 나는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웃었다.

실제로 파경을 맞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박민영은 "이별에는 절차가 있지 않나. 처음에는 충격과 배신감, 분노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기준은 사실 언어로 순화시킬 수 없는 '똥차'이지 않나. 이성을 차린 뒤에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해석하면서 빠르게 회복할 것 같다"며 "좋은 사람이라면 타격이 클 것 같다. 어떻게 헤어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운명론자라 인연은 만나게 되어있고 아니라면 거기까지라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영은 극 중 한기준의 지질한 행동을 보며 매번 열 받았다고. 그는 "너무 화나고, 킹받고, 꼴 보기 싫었다. 자꾸 웃으면서 뭘 써달라고 하고, 밥 먹자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며 "그 지질한 한기준은 윤박이 아니었으면 안 됐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그여서 덜 밉고 이해가 되는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나도 좋은 배우다. 칭찬해주고 싶다. 그러나 캐릭터 상에서는 모든 장면이 꼴보기 싫었다"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캐릭터와 닮은점과 다른점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민영은 "쿨함과 사회성이 약간 부족한 부분은 나와 다른 것 같다.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건 일할 때는 완벽주의 성향이라는 거다. 일에 있어서 게으르진 않은 것 같다. 부지런한 편이다. 일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게 강하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기상청 사람들'은 주춤했던 JTBC 드라마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서 선전했다. 이 결과에 박민영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멜로퀸'을 넘어 정말 '믿보배'가 된 박민영.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없을까.

"감사하게도 어깨가 무거워지긴 해요. 승모근이 내려앉는 효과도 있는 것 같고요. (웃음)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시청률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았고, 아쉬움과 감사함이 다른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기분 좋은 부담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부담감이 없으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자신의 결혼관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민영은 "기준과 유진(유라 분)의 결혼을 보면서 성급한 결혼은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시우가 비혼주의고 하경은 연애 끝은 결혼이다는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데, 나는 두 개 다 있다.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는 생각과 아직 준비가 안 돼서 비혼주의에 가깝다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다. 판타지와 현실을 놓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웃었다.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박민영 하면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상황. 로코 장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강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박민영은 "굉장히 내뱉기 힘든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가 하면 덜 이상하게 들린다더라.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뻔뻔하게 내뱉으면 되더라. 나 역시 코미디 장르에 특화되어 있을 법한 성격이다. 그런 게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물 불패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에 맞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학원물도 많이 했고, 중간 정도에는 사극이나 청춘 성장물을 많이 했다. 지금은 오피스물을 많이 보여드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10년 뒤에는 내가 내조의 여왕을 하고 있을지도"라며 미소 지었다.

박민영의 연기 인생을 날씨로 비유한다면 어떨까. 그는 "완전 우리나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확실하게 있고, 가끔은 태풍, 가뭄, 홍수도 있다. 나 역시도 내 나이대에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겪었다"고 말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실제로 기상청에 근무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100% 사전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라 고민도 많았고, 치열하게 연구도 했죠. 매일 밤잠 못 이룰 정도로 많이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과제를 이행하듯이 찍었던 작품이라 저에게는 가장 어려웠던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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