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방송 촬영팀이 벼슬?
민폐·갑질…주민들 피해 호소
고현정, 강호동./사진=텐아시아 DB
고현정, 강호동./사진=텐아시아 DB
≪서예진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목적은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함이라지만, 과정이 좋지 않다. 일부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 과정에서 주민들을 향한 갑질 및 민폐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작품 제작을 빌미로 벼슬아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냐며 혀를 차고 있다.

고현정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팀은 최근 촬영지 주민들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걸’ 측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한밤중 소음을 내고 뒷정리하지 않는 등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게재됐다.

논란이 커지자 넷플릭스 측은 사과에 나섰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께 죄송하다"며 "촬영이 밤늦게 끝나면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현장을 최대한 청소했으며 다음 날 오전 원상복구 했다”며 고개 숙였다.
'마스크걸' 팀이 다녀간 후 모습이라는 커뮤니티 작성자 주장./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마스크걸' 팀이 다녀간 후 모습이라는 커뮤니티 작성자 주장./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또 다른 주민은 23일 커뮤니티에 “촬영장에 여전히 쓰레기가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마스크걸 촬영팀 측의 공지문도 공개하며 “각 가구를 방문해 구두로 설명했다는 주장이 다르며, 사과문도 무성의하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촬영팀의 ‘민폐’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고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MBC ‘시간’ 촬영팀은 공용장소 및 개인 사유지에 불법주차를 하고도 갑질하는 듯한 태도로 공분을 샀다. MBC ‘앵그리맘’ 촬영팀은 새벽까지 대형 조명을 밝혀 주민들을 잠 못 이루게 했다.
MBC '시간' 포스터(왼쪽), 네티즌이 고발한 드라마 민폐 조명 사진.
MBC '시간' 포스터(왼쪽), 네티즌이 고발한 드라마 민폐 조명 사진.
예능 촬영팀의 민폐도 만만치 않다. KBS2 ‘1박 2일’ 팀은 과거 부산 사직야구장을 찾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촬영을 이유로 자리가 부족한 관중석을 일부 비워 사용했으며, 경기장에 난입하는 등 경기 진행에 방해를 끼친 것. 제작진은 “구단 측과 사전 조율이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질타는 이어졌다.

MBC ‘무한도전’팀 역시 ‘민폐의 역사’가 존재한다. ‘돈을 갖고 튀어라' 에피소드 촬영 당시 정준하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두고 시청자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기차 안에서 승객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큰 소리로 촬영을 진행해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SBS ‘정글의 법칙’은 국제적인 민폐로 관계자 전원이 징계까지 받았다.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아일랜드’ 편에서 이열음이 채취한 대왕조개가 멸종위기에 놓인 수생동물이었던 것. 심지어 당시 방송에선 출연진이 대왕조개를 먹는 모습까지 공개돼 전 세계에서 보내는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KBS2 '1박2일', MBC '무하도전', SBS '정글의 법칙' 로고
KBS2 '1박2일', MBC '무하도전', SBS '정글의 법칙' 로고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다는 이유로 예비 시청자들이 시름하고 있다. 한 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는 많은 인원과 시간, 돈이 투입된다.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이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마땅하다. 하지만, 그들이 촬영지로 선택한 곳의 주민들이 밤낮으로 피해를 입어가며 참아줄 이유 또한 없다.

촬영팀의 민폐는 출연진을 향한 원망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 ‘마스크걸’의 주역 고현정부터 ‘1박 2일’의 수장 강호동까지. 프로그램의 얼굴을 담당하는 이들이기에, 특정하기 어려운 스태프 대신 대표로 ‘욕받이’가 되기도 하는 것.

제작진의 실수로 빚어진 논란을 출연자가 떠안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기차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던 정준하와 대왕 조개를 캐온 이열음이 미워 보이는 건 그들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터.

1박 2일’에서 민폐를 끼치는 모습은 강호동으로 비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더불어 ‘마스크걸’ 논란에 고현정의 이름이 늘 따라붙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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