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김무열
작품 마친 소감
"김혜수 팬으로서 '시즌2' 궁굼해"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이 '소년심판'을 통해 호흡한 김혜수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냈다. 더불어 최근 OTT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의 신념과 계획을 들었다.

‘소년심판’의 김무열과 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네 명의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 차태주(김무열 분), 강원중(이성민 분), 나근희(이정은 분)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년범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김무열이 연기한 차태주는 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 역시 법관의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하며 처분 이후에도 소년범들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인물. 신예 김민석 작가가 각본을 쓰고, ‘명불허전’,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그녀의 사생활’ 등 사회 이면의 이야기를 그려왔던 홍종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7일 기준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티브이(TV) 쇼 부문 전 세계 9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방글라데시, 프랑스, 캐나다,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요르단, 터키, 폴란드, 카타르 등 33개국에서 인기를 끌며 선전 중이다.

“어려운 문제,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고 하시더라. 생각이 많이 필요하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소비가 있는 작품에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넷플릭스 특성상 월드 와이드지 않냐, 외국 분들의 반응이 보이는 게 신기했다.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뜨겁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외국에 계신 분들의 반응들이 너무 신기했다.”

소년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작품 속 김무열은 다소 차분하다. 김무열이 연기한 차태주는 소년범들이 갱생 가능하다고 여기며, 그들의 입장을 항변한다. 네 명의 판사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해하며 변화가 생기지만, 이성을 절제하며 내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은 김혜수마저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김혜수와 이성민의 칭찬과 응원이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힘들었거나 노력을 힘들게 했던 기억은 없다. 워낙에 같이 연기했던 선배님들께서 훌륭한 연기자시고, 선배들을 봤을 때 막말로 제가 딱히 드러내놓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이끌어가고 메꿔주셔서 차태주라는 인물 고유의 색깔을 간직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은은하게 내비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다양하다. 주로 ‘분노’ 쪽이다. ‘소년심판’은 그런 대중의 시각에 다양성을 심어줬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법이라는 테두리 속 개개인의 사정을 보여줌으로써 깊숙한 공감을 끌어낸 것. 과부하 된 시스템의 문제, 소년 범죄의 뿌리에 있는 가정폭력과 가난,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면면의 조명은 작품을 보는 이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소년 범죄라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많은 분이 촉법소년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었다. 저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분노하기도 했었고, 제 생각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소년 법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소년범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보면서 그 고민이 오히려 더 무거워진 것 같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소년심판’은 네 명의 판사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소년범의 입장, 피해자의 입장 모두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룬다. 김무열은 관객들과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의 장점으로 꼽았다. 소년범의 대하는 생각과 태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역시 극 중 차태주가 가진 신념도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과부하 된 시스템을 알게 됐다. 더불어 보호시설이 얼마나 취약하고 모자란 지, 수감시설은 얼마나 취약하고 지원이 부족한지, 수용인원 자체도 얼마나 과부하가 되어있는지. 그리고 엄중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난 이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 우리는 소년범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복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포괄적이고 방대한 문제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그래서 많은 분과 고민을 함께 하고자 했다.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해당 작품은 소년범들과 함께 뒤엉키며 울림을 주는 대사와 장면들을 여럿 배출했다. 그 가운데 김무열이 손꼽은 장면은 심은석 판사와 얽힌 ‘벽돌 투척 사건’. 어린 피의자들은 아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한 심은석 판사의 앞을 유유히 지나간다.

“복도에서 앉아 피의자들이 법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김혜수 선배의 표정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심은석 판사님 같은 경우는 판사님인데도 법이라는 테두리에 가장 최전선에서 앞장서서 있는 분인데도 불구하고 그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잊히지 않는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년범들의 모습도 큰 화제를 낳았다. 대부분의 소년범 연기자들은 ‘소년심판’을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는 신인 배우들. 더욱이 실제 사건을 베이스로 극화된 사건인 만큼 더욱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이야기 자체가 개인적으로 주는 충격도 컸는데, 소년범들의 연기를 보면서 충격이 상당히 크다. 황현정 배우 같은 경우는 이번에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비슷한 사례들에 대해서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공부해 왔더라. ‘특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것도 죄가 되냐’는 대사에서 집중이 잠깐 깨졌다. 대본 리딩할 때도 제가 소리를 질렀다. 현장에서도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워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김무열은 넷플릭스 주간 톱10을 장악한 한국 콘텐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정서를 다루는 방식인 것 같다”며 “‘지우학’이나 로맨스, 오피스 드라마들도 그 정서에 접근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디테일하게 꼼꼼히 챙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견디기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신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신파로 다가가기 위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며 “그게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심판은 범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도 제시하지만, 정서적으로도 그만큼 꼼꼼히 챙긴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넷플릭스
시즌 2 제작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무열은 “제작이 된다면 기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인물로서 성장한 모습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심은석 판사님이 어떤 모습을 보이실지 한 사람의 시청자이자 팬으로서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단순 재미인가, 사회적인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대한 감상을 토대로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 OTT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무열이 작품 선택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그는 "선이든 악이든 모자라든 똑똑하든, 어떤 역할이든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공감된다면 언제든 도전해 볼 생각"이라며 앞으로 그려갈 그의 모습을 예고했다.

‘소년심판’, ‘그리드’ 등 OTT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무열. 2017년 이후 뮤지컬 작품보다는 안방극장에서 활약했다. 그는 “열심히 작품을 찾아보고 기다리고 있다”며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과 만나서 함께 호흡할 계획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인 곳이다. 사실 제가 가장 신나 하고 좋아하는 곳이다”라며 “꼭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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