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이유미 인터뷰
"경수X나연, 이 정도면 애증의 로맨스라 생각"
"좀비 안됐으면 친구들 도와주지 않았을까"
"'오겜', '지우학' 연타 흥행 후 들어오는 대본 달라져"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아직 제가 못 해본 캐릭터가 많아요. 단명은 많이 했으니 오래 살고, 좋은 사연을 가진, 밝고 재밌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1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이유미가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동명의 웹툰을 시리즈화한 작품. 극중 이유미는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이기적인 태도로 친구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나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를 지키며 큰 흥행을 거뒀다.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우학'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둔 이유미는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줬고,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고 있다. '지우학' 배우들이 '오징어게임' 때 많이 축하해줬는데 지금은 다 같이 축하하는 상태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한테는 두 작품 모두 소중한 작품이고, 항상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작품이에요. 잘될 거라 예상했던 것 보다 모든 게 다 그 이상인데, 막상 그 순간이 되니 그 이상을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오묘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는 이유미. 그는 "오디션에서 많은 인물이 섞여 있는 대사를 뭉쳐서 줬는데, 연기하던 중 대사를 조금 씹었던 기억이 있어서 아쉬워하며 나왔다. 오디션을 잘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촬영 전에 감독님에게 넌지시 캐스팅된 이유를 물어봤는데, 감독님께서 내 전 작품들을 보고 믿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그 말이 너무 감사했고,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연은 귀남(유인수 분)와 함께 빌런 캐릭터로 나오는 인물. 이유미는 "나연이 캐릭터는 웹툰으로 먼저 접했다. 웹툰을 볼 때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을 내가 하게 됐다"며 "나연이가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할까 많이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받은 교육에 의한 게 아닌가 싶더라. 나연이가 하는 모든 행동은 나연이한테 당연한 거다. 경수(함성민 분)라는 친구를 유독 싫어 하는 건, 경수는 자신에 비해 다른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꼈고, 그게 삐딱하게 표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장에서 함성민 배우와는 호흡은 어땠을까. 이유미는 "항상 끝나면 미안하다고 했다.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너무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어버버하거나 그러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했다"며 "함성민 배우와 대본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행동을 같이 만들고 정하면서 파이팅 넘치게 했다"고 밝혔다.

"이정도면 나연과 경수는 애증의 로맨스 아닐까요? 서로 많이 미워하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거니까요. 저는 저 나름대로 나연이의 방법으로 로맨스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수야 너무 사랑한다.(웃음)"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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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의 매력 포인트를 묻자 이유미는 "주변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설마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들게 하는"이라며 웃었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비슷한 부분을 찾기엔 너무 다르다"며 "나연이한테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니까 싱크로율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연이가 후반에서 죄책감을 느낄 때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보니 감정적인 부분의 싱크로율은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극중 나연은 친구들에게 배척당하고 갈등을 겪으며 ‘기댈대가 없네’라며 방송실을 나간다. 이에 이유미는 "나연이는 어떻게든 친구들 곁에 있으려고 그런 일도 저지르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는데, 그렇게 힘든 일을 해놓고 다 포기하고 나가버리는 거지 않나. 죄책감과 외로움, 내가 지금까지 뭘 노력하고 있었는지를 모르겠는, 어렸을 적부터 생긴 편견과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결국 친구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좀비로 변하는 결말에 대해 만족하냐고 묻자 이유미는 "나연이라는 인물은 이렇게 존재했던 친구이다 보니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연이 역시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좀비가 되지 않았다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좀비 연기는 쉽지 않은 경험이라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 나연 좀비는 좀 다르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나연이의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살짝만 움직이면서 느낌을 살려보려 노력했는데 잘 담겼을지 모르겠어요.“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또래 배우들과의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고, 동갑 친구들도 있었다. 내 친동생이 나보다 10살이 어린데 내 동생과 동갑이 친구도 있더라. 큰 현타가 와서 나도 모르게 이모의 마음이 되더라"며 웃었다.

'지우학'과 '오징어게임' 촬영을 병행한 이유미. 극과 극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유미는 "둘다 지방에서 촬영 하다 보니 많이 왔다갔다 했다"며 "나연이와 지영이의 캐릭터 적인 성격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많이 생각했다. '지우학'을 갈 때는 채워 넣으면서 가고, '오징어게임' 할 때는 버리면서 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욕을 많이 먹은 것에 만족하냐고 묻자 이유미는 "성공했다. 욕 많이 먹어서 오래 살 것 같다. 얄미운 캐릭터를 했는데 이왕 얄미울 거 확실히 얄밉자는 생각이라 욕먹는 것도 즐겁다. 욕먹을 만큼 연기했구나, 그 정도의 감정을 전달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외국인 분이 '오징어게임' 지영이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지우학' 나연이를 보면 때릴 것 같은 모습의 사진을 캡쳐한 게 있었는데 그걸 보고 빵 터졌다. 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다른 걸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유미./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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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14년 차가 된 이유미. 그는 배우로서 원동력에 대해 "성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재밌어서다. 연기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것 같고, 공부해도 끝이 없고, 할 게 많은 것들이 나한테는 재밌는 일이더라.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게 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과 '지우학' 흥행 후 들어오는 대본 속 비중이 달라졌냐고 묻자 이유미는 "달라졌겠죠?"라며 "좀 더 길게 나오고 죽지 않는 것들이 들어오더라. 오래 살고 행복한 친구들도 많고, 좀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접하게 됐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생각도 들고, 너무 감사해서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볼때마다 공부가 되는 느낌이라 하루하루 똑똑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우학'은 이유미의 가장 나쁨을 보여주는, 가장 앙칼진 모습을 보여주는 필모그래피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고양이 같은 느낌이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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