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송캡처)
(사진=방송캡처)

‘한 사람만’이 안은진, 김경남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구원 엔딩과 함께 지난 8주간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8일 연속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 15-16회에서는 표인숙(안은진), 민우천(김경남)의 인생 멜로와 표인숙, 강세연(강예원) ,성미도(박수영)의 워맨스, 그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파장을 남겼다.


하루가 갈수록 상태가 악화된 세연은 죽음을 앞두고 천국의 색을 상징하는 녹색광선이 보고 싶었고, 세 여자는 바다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너르게 펼쳐진 바다는 두려움마저도 삼켰다. 그래서 겁이 많은 세연도 다가온 죽음이 결코 무섭지 않았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던 세연은 환각으로 나타난 천국의 색을 보며 눈을 감았다.


미도는 집착했던 가볍고 헛된 것들을 모두 놓았다. 딸이 죽는다고 해도 얼굴 한번 안 비춘 엄마가 재벌 구지표(한규원)와의 결혼 소식에 돈을 빌려 달라며 찾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처음으로 엄마를 냉대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나쁜 사람’이었던 구지표의 동영상도 직접 인터넷에 올렸다. 막상 다 놓고 나니 그리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미도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죽기 직전 꿈에 그리던 동생의 얼굴을 보며 떠났다.

인숙과 우천은 살인 누명을 벗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딸 산아(서연우)가 무거운 비밀을 지니며 곪아 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엄마 우경미(차희)가 자수했기 때문. 그렇다고 해도 우천은 살인청부업자로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했다. 인숙에게 그때까지 자신을 위해 버텨 달라 눈물로 호소했고, 기대하지 않으려 수술을 받지 않았던 인숙은 마음을 바꿨다. 우천이 복역한 사이 수술은 성공했지만, 부작용으로 기억력에 저하가 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출소한 우천과 다시 만난 인숙. 다리 위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를 나눴다. 새롭게 써 내려갈 기억의 첫 페이지였다. 이처럼 서로의 존재가 구원이 된 아름다운 엔딩으로 깊은 여운을 선사한 ‘한 사람만’이 남긴 것을 정리했다.

#. 안은진, 김경남, 강예원, 박수영 호평 이끈 빈틈없는 열연


안은진-김경남-강예원-박수영 등 방송 전부터 ‘연기파 대세 배우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던 ‘한 사람만’. 이들 모두는 캐릭터에 완벽 흡수된 빈틈없는 열연으로 호평을 이끌었다. 특히, 안은진은 특유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삶에 무감한 세신사부터 한 사람을 만나 살고 싶어진 시한부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수많은 호평 댓글을 양산했다. 안방극장이 주목하고 있는 배우 김경남 역시 그 아닌 민우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감정 열연으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묵직하면서도 디테일한 연기로 몰임갑을 높인 강예원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칭호에 걸맞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여기에 연기까지 완벽하게 섭렵한 박수영은 안정적인 감정 변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 따뜻한 스토리

‘한 사람만’은 죽음을 선고 받은 사람들의 여정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에 도달하는 과정은 결코 무겁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가득 나는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시련을 마주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만’은 “신에게 기도하라. 그러나 육지를 향해 젓는 손은 멈추지 마라”라는 러시아 속담을 빌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내라고 말한다. 설사 그 시련이 죽음일지 언정 말이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건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사는 것 밖에 몰라서다. 그러나 막달레나(이수미) 수녀가 고이 간직하고 있는 아침의 빛 사람들의 이름처럼, 떠난 이들은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른 얼굴로 살아 숨쉬고 있다. 죽음이 그렇게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을 이유였고, ‘한 사람만’이 빛을 향해 가는 여정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 한 사람만 있다면 구원일 우리의 인생

삶이 아무리 진창이어도 진정한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것은 구원이다. 진창인 인생을 홀로 겪어내느라 춥기만 했던 인숙과 우천의 만남은 그래서 서로에게 구원이었다. 인숙은 우천의 존재 때문에 처음으로 간절히 살고 싶어졌고, 그와의 미래를 바랐다. “기대 같은 건 안 해”라고 꾸준히 말해오던 인숙이 가능성이 희박한 수술을 받기로 마음 먹은 이유였다. 마찬가지로 어떤 죄책감도 없이 청부 살인으로 살아가던 우천 앞에 인숙이 나타났고, 그에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숨통을 죄어오는 감옥 같던 집도 인숙과 함께 하니 천국이었다. 어렸을 때 인숙이 우천을 구해준 일부터, 곰 인형, 하용근(백현진) 살인사건까지 많은 우연들을 반복해, 무수한 확률을 뚫고 만난 두 사람은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으며 서로의 한 사람이 됐고, ‘한 사람만’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또 한 편의 인생작이 됐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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