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프리즘》

방송에 뻗치는 정치의 바람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PD 하차
국민의힘 김건희 방송정지
사진=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영상 캡처
사진=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영상 캡처


《서예진의 프리즘》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현황을 살핍니다. 프리즘을 통해 다양하게 펴져 나가는 빛처럼 이슈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권의 방송 군기 잡기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예민한 녹취는 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사에 압력을 넣어 진행자를 교체하기도 한다. 5년마다 정부에 사업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는 정치적 외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이하 ‘시사특공대')를 진행한 이재익 PD가 갑작스럽게 방송 하차 소식을 전했다. 6일 이 PD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항의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일) 방송 이후 주말에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였다”고 밝히며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PD는 지난 4일 방송에서 가수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선곡했다. 당시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노래 가사를 언급하며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겠다'는 일반론이 어딜 봐서 편향적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부인 관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항의를 한 것.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 선대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연히 그런 보도가 나오면 해당되는 후보 진영이 항의하게 돼 있다”면서도 “항의를 전달한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을 없애라든가 이런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 PD의 하차는 방송국 측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 사건의 경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곳은 진행자 교체를 한 SBS. SBS는 이 PD의 하차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항의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의 대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SBS 노조는 이 PD의 하차를 결정한 회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SBS 측은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자지 더타임즈는 김 씨를 언급하며 "남한의 지지율 선두 후보의 부인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언론에 대해 복수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은 언론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자유로운 해석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언론의 내보내는 정보를 믿을지 여부는 결국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민감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마이크를 잃는 일이 발생해선 양심에 따라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 받기 마련이다.

방송가에 세 자랑을 하는 것은 여당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야당인 국민의 힘 역시 김건희씨 녹취록이 방송 예고가 됐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송 자체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MBC에 제공한 ‘서울의 소리’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6일 김 씨와 유튜브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가 나눈 7시간 분량의 전화 통화 내용이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방송된 것. 이날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 17.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김 씨 측은 법원에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동의 없이 녹음한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치 공작으로 취득한 녹음파일은 언론 자유 보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소리 측 변호인은 “소속 언론사와 기자 신분을 밝혔다”며 “언론 취재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반론했다.

MBC 측은 재판부가 금지한 일부 발언은 제외하고 방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김건희 씨의 녹음 방송 후속 보도를 포기했다. '스트레이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6일 159회 방송에서 김건희 씨 녹취록 관련 내용을 방송한 뒤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후속 취재를 진행했지만, 취재 소요 시간, 방송 분량 등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1월 23일 160회에서는 관련 내용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언론 개입은 불신 또는 국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마법의 단어를 앞세워 진짜 의견을 말살 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입을 막아버리는 원색적인 방식으로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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