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SBS 예능, 연이은 헛발질
'뒷통수 친' 인기작에 망신살
'골때녀'(위)와 '미우새'/ 사진=SBS 제공
'골때녀'(위)와 '미우새'/ 사진=SBS 제공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조작부터 표절까지 SBS 예능 프로그램이 연달아 잡음을 빚어내고 있다. 논란의 프로그램들은 지난달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트로피를 쓸어담았던 주인공이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시작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경기 조작 의혹이 터지면서다. 지난 12월 전파를 탄 '골때녀' FC 구척장신, FC 원더우먼의 경기가 치열한 양상으로 펼쳐졌지만 일부 시청자에 의해 골 순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제작진이 현장에서 적은 점수판, 중계진의 멘트, 물통의 개수, 감독들이 앉은 위치 등 경기 순서가 편집에 의해 바뀌었다는 증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의혹이 커지자 제작진은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실토했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편집 순서를 뒤바꿨다는 것. 이에 스포츠 가치를 훼손하고 진정성 있게 프로그램에 임한 출연진과 시청자들을 우롱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골때녀' 측은 조작에 가담한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 징계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했다. 이후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첫 방송에서 다양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골때녀' 제작진의 조작 논란 사과/ 사진=SBS 캡처
'골때녀' 제작진의 조작 논란 사과/ 사진=SBS 캡처
하지만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던 SBS의 노력은 곧바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터진 논란에 가려졌다. 주말 예능을 대표하는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의 표절 시비가 불거지면서다.

지난 9일 방송된 '미우새'에서 김종민과 지상렬이 '동물의 왕은 사자 vs 호랑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과정을 두고 많은 시청자는 웹툰작가 이말년의 유튜브 콘텐츠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두 콘텐츠를 비교한 결과, 단순히 주제만 가져다 쓴 수준이 아니었다. 이날 김종민과 지상렬이 각각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근거로 뒷받침한 내용은 과거 이말년과 웹툰작가 주호민이 토론할 때 나온 주장과 일치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미우새'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참조했다고 시인하며 사과했다. 제작진은 "이말년 웹툰 작가와 연락하여 과정을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향후 '출처 표기'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우새' PD, 작가의 무능함을 넘어 지상파 방송 3사의 낮아진 수준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쏟아졌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유튜브 채널보다도 못하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비와 인력을 투자해 만드는 TV 프로그램이 개인 방송보다 성의 없이 탄생한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했다.
'미우새'(위)와 '침펄토론'/ 사진=SBS, 유튜브 캡처
'미우새'(위)와 '침펄토론'/ 사진=SBS, 유튜브 캡처
앞서 논란이 된 두 프로그램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하던 SBS 간판 프로그램이다. '2021 SBS 연예대상'에서 '골때녀'는 8관왕의 영광은 안았고, '미운 우리 새끼'는 단체 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터뜨린 샴페인에 탄산이 다 빠지기도 전에 조작과 표절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추락한 지상파 방송사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2021 SBS 연예대상' 시상자로 나섰던 최영인 SBS 예능본부장은 한해를 돌아보며 "올한해 건강한 웃음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 선보일 예능 프로그램 제목을 나열한 뒤 "저희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터무니 없는 자신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2021년을 이끈 프로그램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미우새'와 '골때녀'의 실상은 엉망진창이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SBS 예능본부가 무턱 대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늘릴 것이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인 상황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양보다는 질'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면 현재 인기 프로그램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