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돌아온 정치 풍자 코미디
균형감 갖춘 풍자에 '환호'
'SNL 코리아'의 '콜드오프닝'/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SNL 코리아'의 '콜드오프닝'/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아드님이 PC방에서 뭐 걸고 이런 거를 좋아하시나봐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는 이러한 대사들이 나오고 있다. 연일 정치권을 비꼬는 코미디쇼를 선보이며 풍자 개그의 부활을 알리기 시작한 것. 방송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정치 풍자 코미디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새 시즌으로 돌아온 'SNL 코리아'는 '콜드 오프닝'이라는 코너로 프로그램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해당 코너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부로 분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윤 후보는 배우 김민교, 아내 김건희 씨는 주현영이 연기하며 이 후보는 권혁수, 아내 김혜경 씨는 정이랑이 분하고 있다. 네 사람은 이웃사촌으로 만나 서로의 부부에 대해 묻고 답하며 양 후보는 물론 '가족 리스크'까지 꼬집고 있다.

'콜드 오프닝' 1~2회에서는 윤 후보의 '도리도리', 김건희 씨의 사과 기자회견, 이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불로소득'이라고 비판한 이 후보가 정작 자신은 재테크로 이익을 본 점 등을 풍자하며 웃음을 안겼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긴 정치 풍자 개그에 감탄했다. 이에 힘입어 쿠팡플레이 앱은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전달 대비 90만명 이상 성장해 서비스 개시 후 약 1년 만에 3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정치나 시사 풍자 개그는 코미디쇼의 주요 장르다. 정치권력이나 사회 부조리 등에 대한 풍자와 해학으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과거 '유머 1번지'의 '탕자 가라사대', '쇼 비디오 쟈키'의 '네로 25시'부터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까지 풍자 코미디는 오랫동안 대중들의 뜨거운 인기를 받아왔다.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사진=tvN 캡처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사진=tvN 캡처
하지만 tvN 'SNL 코리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KBS2 '개그콘서트'가 종영하는 등 코미디 프로그램의 약세가 이어지자 정치 풍자 개그도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제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풍자 개그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직전 대선 정국 당시에는 '여의도 텔레토비'가 각 후보자들을 풍자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도 'SNL 코리아'는 거침없이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 집권 후 더 이상 풍자 코미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앞서 언급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하자 정치권을 풍자하는 코미디를 볼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일부 프로그램이나 개그맨, 방송인들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과거 정치권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들이 정권 교체 뒤 태도가 바뀌었다는 취지에서다. '개그콘서트'가 폐지한 이유에 대해선 어설픈 정치 풍자 개그만 시도하다가 재미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의 진영 갈등이 심해지고 특정 정치인들을 향한 팬덤이 강화되면서 개그맨들이 누군가를 저격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을 건드리면 SNS에 테러를 당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것도 코미디언의 정치 풍자에 대한 부담감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
'개승자'의 '압수수색' 김원효/사진= KBS2 캡처
'개승자'의 '압수수색' 김원효/사진= KBS2 캡처
그런데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SNL 코리아'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보수 정권을 향한 쓴소리만 내놨던 '개그콘서트'의 방식과는 달리 좌우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판해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과거 선보인 '여의도 텔레토비'보다 훨씬 더 균형을 맞춰 공감대를 넓혔다.

'SNL 코리아'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주현영은 '주기자' 캐릭터를 통해 정치인들을 직접 만나 풍자 개그를 선보이기도 한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등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들이 출연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출연분은 조회수 240만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풍자 개그를 이어가려는 코미디언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과거 '비상대책위원회' 코너를 통해 모순된 사회 시스템을 비판했던 김원효는 최근 KBS2 '개승자'에서 검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 비꼬는 개그를 선보였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 셈이다.

모든 코미디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SNL 코리아'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많은 박수를 받은 이유다. 풍자 개그는 정치권을 향한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사명감을 갖고 명맥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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