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조작인 줄, 골 때리네"
'골때녀' 저격한 '도시어부'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한 '골때녀' 중계진/ 사진=SBS 캡처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한 '골때녀' 중계진/ 사진=SBS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했지만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제거하지 못했다. 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이 대놓고 '골때녀' 조작에 대해 언급하는 등 후폭풍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달 방송된 '골때녀'에서는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FC 구척장신이 6대 3으로 승리했다.

방송에서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의 경기는 3대 0, 3대 2, 4대 3, 6대 3으로 치열한 양상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적어놓은 점수, 중계진의 멘트, 물통의 개수, 감독들이 앉은 위치 등을 근거로 점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양 팀의 경기는 5대 0으로 승부가 기울었던 상황에서 최종 6대 3으로 종료된 셈이다.

이에 '골때녀' 제작진은 조작 의혹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승패에 대한 조작은 없었지만 예능적 재미를 위해 편집 순서를 뒤바꿨다는 해명이다.

'축구에 대한 진정성'으로 똘똘 뭉친 출연진과 감독들의 서사가 '골때녀'의 인기 요인이었기에 조작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다. 열화와 같은 응원과 격려를 보냈던 만큼 급속도로 냉랭한 시청자 반응이 나왔다.

신뢰를 잃은 '골때녀' 측은 결국 편집 논란을 일으킨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골때녀'는 "환골탈태하겠다"는 포부가 무색하게 타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 6일 방송된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3'에서 '골때녀'를 저격한 자막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덕화가 물고기를 낚자 김준현이 감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때 제작진은 "주작인 줄" "골때리네"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주작'은 많은 누리꾼이 온라인상에서 '조작'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다. 최근 조작 논란에 휩싸인 '골때녀'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골때리네'라는 문장과 함께 사용해 저격 논란이 불거졌다. '조작'의 대명사가 된 '골때녀'의 망신살을 공개적으로 뻗치게 한 격이다.
'골때녀'를 저격했다는 의혹을 받은 '도시어부3'/ 사진=채널A 캡처
'골때녀'를 저격했다는 의혹을 받은 '도시어부3'/ 사진=채널A 캡처
지난해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무려 8관왕을 차지하며 간판 프로그램으로 올라선 '골때녀'가 타 방송국으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골때녀'가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골때녀'는 지난 5일 조작 논란이 터진 이후 첫 방송에서 반성과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제작진은 이날 자막을 통해 "'골 때리는 그녀들'을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득점 순서 편집으로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예능답게 출연진들의 열정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중계를 맡고 있는 배성재와 이수근도 "지난 연말 시청자분들의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잘 새겨 듣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며 "이번 일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제작팀의 교체에 이은 재발 방지 대책도 모두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이들은 전·후반 진영 교체와 중앙 점수판 설치, 경기감독관 입회, 경기 주요 기록 홈페이지 공개를 약속했다.

두 자리수 시청률에 육박하는 프로그램을 절대 놓칠 수 없는 방송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연한 처사"라고 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에 성난 시청자들도 누그러진 모양새다. 조작 논란 후 첫 방송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은 8.9%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직전 회차 시청률(9.5%)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조작에 대한 실망감은 여전하지만 '골때녀'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있다.

'골때녀'는 앞으로도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없지만 출연진의 뜨거운 열정과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발빠른 대응과 수긍 가능한 대책을 내놓은 제작진도 현재의 비판과 굴욕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재도약의 기회로 잡아야 할 시기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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