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배두나 인터뷰
"원작이 시라면 넷플릭스 시리즈는 소설"
"공유, 샤워 습관 고쳤다더라"
"괴로울 수 있는 현장, 배우들 때문에 행복했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1화에서 자극적인 골든타임이 있어야 한다는 평을 봤는데, '고요의 바다'는 일부로 그런 공식을 따라가지 않았어요. '고요의 바다'는 외부에서 파도가 치는 드라마가 아니라 내부에서 소용치는 드라마라 자극적인 걸 좋아하면 안 맞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지난 3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배두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향한 호불호 평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 했다. 극중 배두나는 다른 대원들이 임무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홀로 발해기지를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저명한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날 배두나는 "원작 단편 영화를 보고 굉장히 영리한 방법으로 SF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인 기술력보다 사람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에 반했다. 이미 나는 미국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2144년 이야기도 찍어봤기에 헐리우드가 아닌 한국 예산으로 SF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최 감독님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리고 이 작품 안에서 내가 잘 할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는 "한정된 시간과 조건 속에서 피땀 흘려 최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과의 차별점을 묻자 배두나는 "원작이 시 같은 느낌이라면 넷플릭스 시리즈는 소설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설명도 많아지고, 볼거리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차별점은 우리 아닐까요? 좋은 배우들"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 물이 부족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원부족, 기후변화, 자원경쟁, 계급문제, 연구윤리 등 여러 주제를 건드린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실제로 '지구에 물이 없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냐고 묻자 배두나는 "당연하다. 상상을 안 해보고는 찍을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펑펑 쓰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 씨가 샤워할 때 물을 펑펑 쓰다가 이 작품을 찍고 나서 조심한다고 하더라거요. 순기능인 것 같아요.(웃음)"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최항용 감독님을 모티브로 송지안 캐릭터를 잡았다는 배두나. 그는 "감독님이 말이 없고 얼굴이 하얗다. 한 번도 자외선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 같고, 은은한 오타쿠 같은 느낌이 있다"며 "그 모습을 보며 지안 역시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사회성이 없고, 사교성도 없고, 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인간관계는 제로인 은둔형 외툴이 스타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요의 바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배두나는 "그동안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우주복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무게감이었다. 7개월간 찍으니 승모근이 발달하더라. 그런데 그건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고생 축에도 못 낀다"고 말했다. 앞서 배두는 제작발표회에서 헬맷을 뺀 우주복 무게만 5kg 정도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배두나는 "가장 어려웠던 건 송지안 캐릭터가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을 따라오게 하는 포지션이라 그걸 놓치면 끝장이라는 부담감이었다. 은둔형 외톨이에서 시작해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거기서 섬세하게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찍은 소감을 묻자 배두나는 "새로운 경험이라 좋았다. 입다 입다 우주복까지 입는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배우가 좋은 직업인 게 여러 가지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거다. 감사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초반 며칠은 우주복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긴 했는데, 재밌었다. 괴로우려면 굉장히 괴로울 수 있는 촬영 현장이었지만, 배우들과 케미가 너무 좋아서 우리끼리 웃고 농담 따먹기하고, 행복하게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요의 바다'는 공개 후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이에 배두나는 "내 주변에서는 다 너무 재밌다고 했다. 전개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긴장감이 조여와서 다음화를 안 볼 수 없었다는 댓글에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전개가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난 오히려 대본이 짧다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를 많이 해본 세대라 그 기준으로 보면 축약되어 있다고 생각한 대본이다. 그리고 나는 원래 여백이 있는 시나리오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최후로 생존하는 사람은 송지안, 홍닥(김선영 분), 루나(김시아 분)로 모두 여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배두나는 "셋만 남았네라고 느낀 게 마지막 장면 찍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여자들만 남았다는걸 깨닫지 못했다. 다 찍고 보니 그렇더라. 큰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선영, 김시아 배우와 케미에 대해서는 "김선영 배우님은 진짜 최고다. 촬영하다가 너무 놀랐다. 리허설 할 때 김선영 선배를 보면 자신이 어떻게 연기해야 장면이 쫀쫀해질지 알더라.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고 의지했다. 실제로도 지안과 홍닥같은 사이였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시아는 사랑이다. 너무 소중해서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그렇다. 불면 날아갈까 너무나 아름다운 영혼 같은 친구"라며 "배우로서도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하다. 어른 10명보다 더 어른스럽더라. 존경한다. 캐릭터를 위해 손톱과 발톱까지 길러서 왔더라. 감명받았다. 촬영 내내 투정하는 것도 못 봤다"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배두나./사진제공=넷플릭스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며 쉬지 않고 종횡무진 일하고 있는 배두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영화 드라마 작품에서 내가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이 결국은 나의 전투력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해외 나가서 찍고 우리나라 와서 찍고 하는 게 너무 재밌다. 국내 작품을 하면서 해외에서 느끼지 못하는 힐링을 느낀다. 농담 한마디도 잘 통하는 우리만의 문화를 공유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재밌다.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촬영장을 경험하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도 장르나 역할을 가리지 않아요. 주연도 하고 조연도 하고, 저예산도 해보고, 독립영화도 해보고, 블록버스터도 다 할 겁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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