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설강화' 둘러싼 갑론을박
"역사 왜곡"vs"다른 해석"
'설강화' 메인포스터/ 사진=JTBC 제공
'설강화' 메인포스터/ 사진=JTBC 제공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가 방송 2회 만에 수많은 논란을 생산해내며 각종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져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뭇매를 맞고 있는 반면,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지나친 비판이라는 반대 의견도 분분하다. '설강화'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틀렸다"는 이들과 "다른 해석일 뿐"이라는 이들로 대립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1987년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간첩과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3월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글 등이 유출되면서 방영 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공개된 내용에 따라 '설강화'는 안기부와 간첩 미화, 민주화운동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고 비판의 중심에 섰다.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긴급 종영을 결정했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당시 제작진은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큰 잡음 없이 제작됐지만 방영일이 다가오자 '설강화'는 다시 한 번 뜨겁게 타올랐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감독은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일각의 우려에 대해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 기관은 가상의 창작물"이라며 "수호(정해인 분)와 영로(지수 분)의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 포커싱돼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듭된 제작진의 설명과 달리 '설강화'는 첫 방송을 내보낸 뒤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여주인공이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고, 이 남주인공이 안기부 직원에게 쫓길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깔리는 등 일부 누리꾼들이 우려했던 지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설강화'의 폐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2일 30만여 명의 동의를 훌쩍 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4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업들의 제작 지원 중단이 시작됐으며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도 '설강화'를 규탄하는 행동에 나섰다.
'설강화'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배우 정해인, 지수, 조현탁 감독/ 사진=JTBC 제공
'설강화'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배우 정해인, 지수, 조현탁 감독/ 사진=JTBC 제공
그런데도 JTBC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많은 분들이 지적한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을 뿐이다.

'설강화'를 옹호하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설강화' OST '곁에 있어준다면'을 부른 가수 성시경이다. 앞서 그가 OST 참여 소식을 알리자 일부 팬들은 해당 드라마가 '설강화' 아니냐며 걱정했다.

이에 성시경은 "몇 번에 몇 번을 확인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방송이 되면 알겠지만, 그런 내용(역사 왜곡)이 아닌 걸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수가 옳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소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와 다르면 죽여버리자'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성 작가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강화'의 광고, 협찬이 줄줄이 끊기도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캡처해 올렸다. 그러면서 "'설강화' 핍박자들아. 민주화 인사라 불리는 자들이 학생 운동권 시절 북괴 간첩들에게 교육받았던 것은 역사적 팩트다. 이건 그냥 현대사 상식 같은 거다. 증거도 차고 넘친단다. 제발 공부부터 하고 움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설강화'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보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다. 그 초석을 흔드는 자들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다른 시청자들의 권리를 자기들이 침해해도 된다고 믿는 건지. 징그러운 이념깡패들의 횡포를 혐오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다"며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강화'를 두고 입장차를 보인 가수 성시경(왼쪽)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텐아시아 DB
'설강화'를 두고 입장차를 보인 가수 성시경(왼쪽)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텐아시아 DB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설강화'의 잘못된 역사관을 지적하며 방영 중지를 위한 집단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일부 시청자가 보기 불편하다고 창작 활동이 탄압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양측 모두 더 이상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않고 이념적 가치를 앞세워 맹렬히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아쉬운 건 '설강화' 측의 대처다. 계속해서 "곧 우려가 해소될 테니 드라마를 지켜봐달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시간을 벌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러한 논란을 예상하고 사전에 방지 및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제작진은 전혀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상 쉽사리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손 치더라도 사태가 이 정도까지 커졌으면 지난 2개 회차에서 불거진 논란의 장면만이라도 역사왜곡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분열을 야기하는 듯한 무책임한 태도가 일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깨달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작정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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