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예능
신정환, 초라한 복귀
'부캐전성시대' 신정환/ 사진=TV조선 캡처
'부캐전성시대' 신정환/ 사진=TV조선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가수 신정환이 부캐를 앞세우며 대중 앞에 돌아왔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TV조선 '부캐전성시대'는 신정환을 내세우고도 마땅한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부캐전성시대'는 페르소나별의 수도 새울시가 정체불명의 '블루 바이러스'로 힘겨워 하고 있는 시대에 그 치료제인 '행복'을 찾기 위해 나선 다섯 분파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 최초 메타버스 예능이다.

이 가운데 신정환은 '씬스틸러'라는 부캐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는 샛노랑색 가발을 쓴 채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새로운 캐릭터로 분했다.

이날 방송된 '부캐전성시대'에서 신정환은 블루바이러스를 퇴치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특별 사면된 '봐달라구' 분파장 '씬스틸러'라는 이름을 가진 부캐릭터 설정으로 등장했다.

가수 김성수는 기자로 등장해 신정환의 출소 장면을 취재했다. 특별 사면으로 풀려나온 그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아 찍지 말라"면서 "얼굴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수가 "도박"이라고 말한 뒤 멈추자 신정황은 가발 사이로 날선 눈빛으로 대응했다. 이에 김성수가 "도벽은 고쳤냐"고 묻자 신정환은 "도벽 고쳤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도벽은 '도박'을 연상케하며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신정환은 "혹시 지난날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깊은 생각에 잠겼고, 어디선가 두부가 날아와 그의 몸을 타격했다. 이에 당황한 신정환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가 애써 유쾌하게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두부 맞고 끝난 일이 아닌데'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신정환은 오래 전 불법 도박, 댕기열 거짓 해명 등 논란을 빚었던 방송인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복귀를 타진해왔지만 번번이 대중의 역풍으로 몸을 감춰왔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고정 예능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과거 타고난 입담으로 대중들을 현혹시켜왔지만 더 이상 그의 복귀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소수에 그친다.

신정환은 2010년 해외 원정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앞서 그가 불법 도박으로 방송을 중단한 바 있는데도 신정환은 '뎅기열'이라는 카드로 반박하며 대중의 분노를 더욱 거세게 키웠다.

사실상 방송가에서 퇴출된 그는 2017년 싱가포르에서 12살 연하 비연예인과 결혼 소식을 알렸고, 빙수 사업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신정환은 한때 잘나가는 연예인인데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복귀가 어려운 연예인으로 평가됐다.

이후 그는 2017년 Mnet '프로젝트S: 악마의 재능기부'를 통해 재기를 노렸고, 대중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2018년에는 JTBC 인기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던 '아는 형님'을 향한 보이콧이 쏟아져 존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끄러웠다.

이처럼 꾸준히 복귀를 타진해왔지만 대중의 반발로 무산됐던 그가 약 4년 만에 '부캐전성시대'를 통해 돌아왔기에 갑론을박이 일었다. 신정환이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에 아직까지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와 반해 그가 자숙을 할 만큼 했기에 더는 죄를 묻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부캐전성시대' 신정환/ 사진=TV조선 캡처
'부캐전성시대' 신정환/ 사진=TV조선 캡처
여러 번 복귀에 실패한 그가 선택한 카드는 '부캐'였다. 신정환 자체의 위험도를 줄이면서도 그를 복귀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있었던 것. 그럼에도 대중은 더는 그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방송된 '부캐전성시대'는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0.7% 시청률에 그쳤다.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염두했을 때 비참한 성적이다.

신정환이 나온 분량은 극히 일부분에 그쳐 모든 패인을 그에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그의 복귀를 향한 폭발적인 반발이 잃었던 게 이번에는 관심조차 없는 양상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연예계 격언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신정환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며 연예계 복귀를 타진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도 싸늘하다.

"오랜만에 활동했는데 어려운 점은 전혀 없었다"던 그는 과거보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부캐전성시대'에 출연 중이다. 신정환이 부캐 옷을 입고 "지구의 블루 바이러스를 물리치러 왔다"고 자신했지만 시청자가 내릴 수 있는 답은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는 대중의 냉정한 반응이 녹아있는 결과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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