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늘 옆에서 힘이 돼준 소중한 친구"
양세찬 "형 양세찬과 비교, 알게모르게 눈치"
김구라 "2년 전 시상식 발언, 갈 길 잃었다"
'2021 SBS 연예대상' 신동엽/ 사진=SBS 캡처
'2021 SBS 연예대상' 신동엽/ 사진=SBS 캡처
'2021 SBS 연예대상'이 막을 내린 가운데, 스타들이 주옥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재치 있는 수상 소감부터 뼈 있는 소신발언까지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지난 18일 오후 생중계된 '2021 SBS 연예대상'은 가수 이승기, 방송인 장도연, 모델 한혜진의 사회로 마련됐다.

이날 최고의 영예인 대상은 SBS '미운 우리 새끼' 팀의 공동 수상으로 돌아갔다. 한해 동안 돌풍을 일으킨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8관왕을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 가운데 스타들의 번뜩이는 소감은 시상식의 재미를 더했다.

◆ 신동엽 "한 새끼만 주지"

단체 대상을 수상한 '미우새' 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앞서 개인상을 수상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수 이상민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상민은 개인 수상 없이 단체 수상에 그쳤다.

이에 탁재훈은 "직감적으로 지석진 형이나 이상민의 박빙 대결일 거라 생각했다. 누굴 줘도 대상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우새' 팀을 단체로 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민이 '미우새'에서 궂은 일을 많이 했다. 내심 이상민이 받으면 어떻게 감정을 추스려야하나 생각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됐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이크를 받은 임원희도 "이상민이 받을 줄 알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자 가장 마지막에 마이크 앞에선 신동엽은 단체 수상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예상한 듯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는 "TV를 보면서 '대상 누가 탈까'하며 끝까지 봐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여러분 마음 다 비슷할 거다. '그냥 한 새끼만 주지'란 생각을 갖고 계실텐데 제작진 입장에선 결정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며 "한 명씩 보면 누가 받든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미운 우리 새끼'의 메인 MC답게 신동엽은 팀 수상에 대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그의 임기응변이 잘 드러난 순간이다.
'2021 SBS 연예대상' 신동엽/ 사진=SBS 캡처
'2021 SBS 연예대상' 신동엽/ 사진=SBS 캡처
◆ 상 받을 맛 나게 한 신동엽의 시상 멘트

이날 신동엽은 달변가답게 시상 멘트도 남달랐다. PD들이 직접 뽑아서 주는 '프로듀서상' 시상에 나선 그는 "얼마 전 친구 지상렬과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기실을 같이 썼다. 안경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빌려달라고 했는데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경을 썼는데 너무 선명하게 또렷하게 잘 보였다. 내 눈이 그렇게 안 좋았던 거다"고 밝혔다.

신동엽은 "난 그동안 내가 봤던 세상이 또렷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30년 동안 현장에서 내 의견을 주장하고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불투명할지도 모르는 내 판단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무심히 안경을 씌워줬던 이들이 PD들 같다"며 "그 분들이 안경을 씌워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늘 PD를 부모처럼 생각하라고 말한다.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대하는 것 같다. PD만큼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 존재에게 인정받는 단 한명이 누굴까 궁금하다. 그 어떤 상보다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고 상의 가치를 치켜세웠다.

그는 또 "딱 봤는데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면 내 임의대로 이 상에 걸맞는 사람을 말씀 드리겠다"며 이름을 확인한 뒤 "공교롭게도 내가 생각한 사람이 여기 딱 적혀있다"고 이승기를 호명했다.

그렇게 트로피를 안은 이승기는 "내가 받은 상 중에 가장 시상 멘트가 날 뿌듯하게 만들어줬다. 신동엽 선배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수 이승기/ 사진=SBS 캡처
가수 이승기/ 사진=SBS 캡처
◆ 'PD상' 이승기, 연예계 고민부터 연인 이다인 언급까지

상을 받은 이승기의 수상 소감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한해 힘들고 지치고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늘 옆에서 힘이 돼준 소중한 친구, 내 곁에서 늘 응원해줬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소중한 친구'가 올해 공개 연애를 시작한 배우 이다인이 아니냐는 누리꾼의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승기는 또 스스로를 '적당히 잘한다'고 평가하며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그는 " 가수, 배우, 예능을 같이 하다보니까 1등의 자리에 가고 싶은 욕망이 많지만 두루두루 적당히 잘한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혔다"며 "20대 때는 타고난 천재들을 동경했고, 선배님들이 걸어간 길을 답습하고 싶고 따라가야하나 생각했는데 올해 그 고민이 끝났다. 적당히 두루 잘하는 걸 꾸준히 하다보면 나만의 특별함이 생기는 것 같다는 걸 느낀 한 해였다. 이 상이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확신과 힘을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그러면서 이승기는 "늘 그래왔듯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겠다"며 "내년에는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개그맨 김구라/ 사진=SBS 캡처
개그맨 김구라/ 사진=SBS 캡처
◆ 역시 연예대상 촌철살인의 사나이 김구라

이날 올해의 예능인 상을 받은 김구라는 "좋은 프로그램 만나서 5년째 이런 좋은 상을 받는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짧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에 MC들이 "진짜 기분 좋은 것 맞냐"고 묻자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2년 전 시상식에서 퍼포먼스를 한 이후로 갈 길을 잃었다. 진공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무난하게 즐기다가 가겠다"고 털어놨다. 과거 그가 지상파 3사 연예대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역효과를 언급한 것.

이후 김구라는 '가족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둘째는 누워 있다. 걔는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열심히 누워있어야 한다. 가끔 둘째를 보면 방긋 방긋 웃어주고 그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얼마 뒤 시상자로 나선 김구라는 늦둥이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재차 언급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송지효는 김구라에게 "늦둥이 아빠들의 워너비가 됐다"며 "'런닝맨' 멤버들 중에서도 늦둥이 욕심내시는 분이 계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그러면 지석진씨 밖에 없다. 지석진씨가 저보다 4세 위인데 형수님도 젊으시다"며 "개그맨들 사이에서 대단한 정력가로 소문나 있다. 노력만 열심히 하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석진을 향해 "아이도 커서 적적할 텐데 여기 예쁜 케이크가 많다. 가져가서 분위기 한 번 잡아보라"고 조언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하하에게 "묶었냐?"고 질문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송지효에게 "머리 스타일이 화제가 됐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송지효는 "김구라 선배님도 늦둥이 아빠가 너무 잘 어울린다"고 화답했다.
개그맨 양세찬/ 사진=SBS 캡처
개그맨 양세찬/ 사진=SBS 캡처
[종합]"한 X끼만 주지" 신동엽, 논란 예상한 대상 소감…'2021 SBS 연예대상' 말말말
◆ 눈물 삼킨 서장훈X양세찬X박군

감동의 수상소감도 이어졌다. 올해의 예능인상을 받은 서장훈은 "보고계실지 모르겠다"며 "저희 어머니가 빨리 완쾌되셨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많은 동료들은 박수로 위로했다.

양세찬은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 호명과 동시에 눈물을 쏟았다. 그는 "'런닝맨'을 한 지 이제 5년 조금 넘었다. 지금도 잘하지 않지만 4년 넘게 헤메서 속으로 힘들었다"며 "끝까지 리액션해주고 웃어주고 기죽지 말라고 응원해줘서 '런닝맨'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은 세형이 형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며 "엄마도 늘 형이랑 제가 비교가 된다고 티는 안 내지만 알게 모르게 눈치 주면서 응원해줬다. 집에서 보고 계실 거라 믿고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단 말 하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신인상을 탄 가수 박군은 "전역하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이 길이 꽃길이 될 지, 가시밭길이 될 지 모르지만 늘 나에겐 전시상황과도 같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 "항상 저를 믿고 묵묵히 고생해주신 소속사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박군 밖에 모르는 팬 여러분 평생 같이하자"고 말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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