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SBS, 대상 영광 누구
개그맨 지석진(왼쪽)과 가수 이상민, 탁재훈/ 사진=텐아시아DB, SBS
개그맨 지석진(왼쪽)과 가수 이상민, 탁재훈/ 사진=텐아시아DB, SBS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올해 대상 후보 강력한 사람 없다"

지상파 3사 연예대상 통산 15관왕에 오른 유재석은 '2021 SBS 연예대상'에 대해 이러한 분석을 내놨다.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을 향한 평가가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다.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SBS는 18일 '2021 SBS 연예대상'을 열고 한해 예능 프로그램을 총결산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개개인과 프로그램의 공로를 치하하는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SBS는 2021년 지상파 3사중 가장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두루 받았다.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 '집사부일체' 등 기존의 간판격 프로그램에 '신발 벗고 돌싱포맨', '골 때리는 그녀들', '편먹고 공치리' 등 신규 프로그램까지 선보여 적절한 조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유력한 대상 후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개개인의 활약을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공헌도가 높은 인물이 없다. 딱히 한 명을 꼽자니 떠오르는 사람도 없고 애매한 상황이다.

게다가 SBS 예능프로그램에서 오래 활약한 예능인들 중 받을 만한 사람들은 다 받았다. 지난해 수상한 김종국에 유재석, 신동엽, 이승기까지 각자의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번씩 영광을 안았던 만큼 더욱 예상하기 어렵다. SBS는 하루 전까지도 대상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그동안 받지 않았던 새로운 예능인들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방송인 지석진과 가수 이상민, 탁재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연말 시상식이 다가오자 프로그램 안에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런닝맨' 지석진 특집/ 사진=SBS 캡처
'런닝맨' 지석진 특집/ 사진=SBS 캡처
먼저 '런닝맨'은 지석진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기획으로 수상 가능성을 높이려고 시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런닝맨'은 '석진이의 세포들'이라는 주제로 지석진 특집을 선보였다. 멤버 두 명이나 연예대상을 안겨준 프로그램답게 노련한 전략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석진의 연예대상 수상 가능성도 대놓고 언급됐다. 지석진은 "인터넷에서 '지석진 대상 주라'는 얘기가 많다. 만약 연예대상을 받게 된다면 수상소감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손사레를 쳤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에 지난해 수상자인 김종국도 "이상하다. 시상식 앞두고 이런 특집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냐"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유재석은 "올해 대상 후보가 강력한 사람이 있지도 않다"며 지석진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또한 김종국은 "탁재훈 형도 (대상을) 노리고 있다"며 "복귀한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대상은 욕심이다. 형은 11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하 역시 "솔직히 자격이 있다"고 맞장구 쳤다. 이에 지석진은 "주시면 혼자 받는 게 아니다. '런닝맨' 모두가 받는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석진의 수상 불발 가능성도 크다. 멤버들의 팀워크가 주를 이루는 '런닝맨' 특성상 개개인의 활약이 도드라지기가 어렵다. 이에 지석진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이라기 보다는 다른 출연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있다. 한해동안 '런닝맨' 안에서 지석진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도 지석진이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비결에 대해 양세찬은 "재석이형"이라고 말했다. 이때 제작진은 "전국민이 다 아는 그의 성공비결"이라는 자막을 덧붙였다. 결국 지석진도 "(수상하게 된다면) 수많은 좋은 동생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라며 "그중에 재석이도 빼놓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유쾌한 농담이었지만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니란 의미다.

또한 '런닝맨'은 2019년 유재석, 2020년 김종국의 수상으로 2년 연속 대상을 배출한 프로그램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올해마저 '런닝맨' 팀에게 대상을 주기가 곤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석진이 이를 뛰어넘을 만한 활약을 펼쳤는지는 방송사가 판단할 문제다.

지석진을 위협할 인물로는 이상민과 탁재훈이 꼽힌다. 두 사람은 '미운 우리 새끼'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올해 '신발벗고 돌싱포맨'을 새롭게 선보여 화요일 저녁 안방극장에 안착시켰다.
'돌싱포맨'(위)과 '미우새'/ 사진=SBS 캡처
'돌싱포맨'(위)과 '미우새'/ 사진=SBS 캡처
두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 중인 이상민과 탁재훈 역시 대상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냈다. 공교롭게도 '런닝맨'이 지석진 특집을 선보인 지난 12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 탁재훈은 대상 수상을 기원하며 한라산에 올랐다. 이상민 역시 '미우새' 안에서 연예 대상 수상 경험이 없어서 굴욕을 당해왔던 만큼 내심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상민은 평균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미운 우리 새끼'의 터줏대감이다. 2017년 처음 합류한 그는 현재 출연 중인 '미우새' 아들 중 가장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지켜온 인물이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까지 자리를 잡아 지난 몇년 간의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개그맨 김구라는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SBS가 개인으로 받을 분은 다 받았다"며 "'미우새'에서도 야외촬영 나가서 프로그램 이끌어나가고 있고, '돌싱포맨'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상민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지난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바로 직전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았던 만큼 이날 연속 수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이 가운데 탁재훈 역시 올해 대상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현재 '신발 벗고 돌싱 포맨',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미우새 반고정'이라는 수모를 겪었던 그가 이제는 대체불가능한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탁재훈은 앞서 김종국이 언급했듯 다른 후보들에 비해 활약 기간이 짧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가 대상 수상을 위한 의욕을 개그화했기에 넘어갈 확률도 높다.

물론 유재석, 신동엽 등 전통의 강호들에게 대상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어느 누가 받아도 간발의 차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올해 특출난 후보자가 안 나온 상황에서 방송사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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