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김혜준 종영 인터뷰
"케이, 20대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캐릭터"
"이영애 선배, 극을 이끄는 에너지 커"
"'갯마을 차차차' 같은 로코 찍고파"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케이는 20대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탐낼 캐릭터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또 상대 배역이 이영애 선배님이잖아요.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생각했죠. 고민할 시간도 아까웠어요. 욕심을 안 내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웃음)"


배우 김혜준이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구경이'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극중 김혜준은 맑은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는 케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15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앤드마크 소속사에서 만난 김혜준은 "너무 행복하고 재밌는 촬영 현장이었는데, 이제는 나가지 못해 아쉽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혜준은 처음 '구경이'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첫눈에 반했다며 "내가 대본을 진득하게 읽는 걸 못 하는데 '구경이'는 5부까지 한 번에 읽었다. 만화 같고, 참신하고, 독특했다. 케이가 매력적인 캐릭터라 도전할 부분도 많았다"고 밝혔다.

사고로 위장해 '나쁜 사람들'을 제거하는 케이를 어떻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묻자 김혜준은 "케이는 천진난만한, 순수한 아이같이 행동하는 친구라 생각했다. 그에게 살인은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놀이인 거다. 또 뭐든 가볍게 생각하고 호불호도 명확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좋다', '싫다'를 극단적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는 빌런 케이를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낸 김혜준.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사이코패스들의 모습에 차별화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케이가 과장된 표현도 많이 하고 연극적인 대사나 과장된 연기가 많아서 내 안에 있는 하이텐션을 모조리 끌어모아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등 외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김혜준은 "캐릭터 설명에 '어딘가 모르게 아이돌스럽고 힙스럽다'고 표현되어 있었다. 케이는 좋아하는 게 뚜렷하지만, 취향이 없는 친구다. 그래서 어느 날은 스포티하게, 어느 날은 샤랄라하게 입는다. 일반화되지 않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을 의상과 머리에도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싸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냐고 묻자 김혜준은 "어떤 캐릭터를 참고하게 되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처럼 연기할 것 같아 찾아보지 않았다"며 "케이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솔직한 아이다. 일반 사람들과 포인트가 다를 뿐이지 웃길 때 웃고, 누군가를 애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천진난만하고 장난스러운 모습들을 연기하고 나니까 실제 성격도 좀 밝아진 것 같아요.(웃음)"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실제 현장에서 만난 이영애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김혜준은 "현장을 대하는 태도나 열정을 보면 왜 톱스타인지 알겠더라. 극을 이끄는 에너지가 큰 배우라는 걸 많이 느꼈다"며 "현장에서 무섭게 대하는 것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먼저 말도 걸어주며 다가와 줬다. 애교도 많고 귀여운 언니처럼 편하게 대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부담감도 있었다. 이영애 선배님이 연기하는 구경이와 기운이 비등비등해야 하고 압도하는 기운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표현을 하는 부분이지만 대본에 충분히 나와 있다고 생각했고, 대본 대로만 이행하면 관계성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배님들이 주시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 에너지를 잘 듣고 받기만 해도 합이 쫀쫀해지는 느낌을 받았죠. 김해숙 선배님과 촬영할 때 저한테 와서 나지막하게 '되게 잘한다' 칭찬해주셨는데 후배로서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김혜준은 목을 조르고, 때리는 등의 장면을 찍을 때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차라리 맞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내가 때리는 행위를 하는 게 다 선배님들이라 더욱 걱정됐다. 현장에서 죄송하다고 괜찮으시냐고 했는데 오히려 선배님들이 더 아프게 해도 된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부담을 많이 덜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이영애, 곽선영, 조현철 등이 '조사 B팀'으로 팀워크를 보여주는 데 비해 주로 혼자 다녔던 김혜준. 그는 "혼자 하는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걸 느꼈다. 초반에는 이홍내 배우와 둘이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따로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어느 날 나한테 오더니 너랑 같이 찍다가 혼자 찍으니까 너의 소중함을 알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과거 넷플릭스 '킹덤'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김혜준은 '킹덤' 시즌2에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영화 '미성년', '변신', 드라마 '십시일반' 등을 거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김혜준은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래서 '킹덤' 시즌2 찍을 때 입시하는 것처럼 노력했다. 신경 쓰고, 예민하고, 자신을 믿는 과정들을 겪은 것 같다"며 "나는 연기 연습을 할 때 대본에 나와 있는 것들로 고민한다. 대사 하나를 가지고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고 밝혔다.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 김혜준./사진제공=앤드마크
배우로서 욕심이나 목표를 묻자 김혜준은 "배우로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은 없다. 내면의 성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더라도 '내가 이만큼 성장했어', '이런 사람들을 얻었어' 하면 만족스러워한다. 연기적으로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로맨스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 소망도 밝혔다. "로맨스 코미디(로코)나 청춘물을 안 해봤다. 내 나이에 맞는 순수함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올해 '갯마을 차차차'를 재밌게 봤다. '구경이'를 촬영하며 마음이 어두워졌을 때 스텝들과 '갯마을 차차차'를 보며 마음을 중화시켰다. '갯마을 차차차'처럼 따뜻한 로맨스물을 찍고 싶다"고 밝혔다. 차기작을 검토중이라는 김혜준은 "아직 로코 대본은 안 들어오더라"며 아쉬운 미소를 짓기도.

"'구경이'는 제게 선물처럼 갑자기 찾아온 작품이에요. 어느 때보다 즐거운 촬영장이라 행복했습니다. 필모그래피를 떠나 인생에서 행복했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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