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희미해지는 '스우파' 인기
'런닝맨'(위)과 '유 퀴즈'에 출연한 '스우파' 댄서들/ 사진=SBS, tvN 제공
'런닝맨'(위)과 '유 퀴즈'에 출연한 '스우파' 댄서들/ 사진=SBS, tvN 제공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TV만 틀면 나온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출신 댄서들의 왕성한 방송 활동에 맞는 말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른바 '아는 사람만 아는' 춤꾼이었던 이들이 '스우파' 출연 후 스타덤에 올랐으니 방송 섭외 1순위가 되는 건 예견된 결과다. 하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이미지 소비에 댄서들의 신선함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6일 '스우파' 종영 이후 댄서들은 순회 공연을 다니듯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라운 토요일', SBS '런닝맨', '집사부일체',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등 인기 프로그램에 연이어 등장하며 각종 화제성 지표를 점령했다.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최근 발표한 11월 1주차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 따르면 '스우파' 댄서들이 상위 10개 부문에서 7개 부문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허니제이, 노제는 각각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스우파' 방영 내내 이들이 화제성 부문을 싹쓸이해왔지만 단발성 게스트 출연만으로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건 놀랍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댄서들을 데려다놓고도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몇몇은 평소보다 하락하기도 했다.

엠넷(Mnet)도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인 '스우파' 댄서들을 모은 '스우파 갈라 토크쇼'를 2주간 편성했으나 시청률은 1.9%에 그쳤다. '스우파'가 4회부터 6주 연속 2%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엠넷 입장에선 자신들이 발굴한 스타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스우파' 안에서 댄서들이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선한 캐릭터에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 대중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는 당당한 언행, 춤에 대한 뜨거운 열정, 배틀도 마다않는 자신감은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기성 스타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날 것의 매력이 '입덕'을 유발했다.
'스우파' 8개 크루 리더/ 사진=Mnet 제공
'스우파' 8개 크루 리더/ 사진=Mnet 제공
하지만 현재 '스우파' 댄서들은 연예인들의 연예인이 됐다. '놀라운 토요일' MC 신동엽은 댄서들에게 먼저 사진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고, '놀면 뭐하니?'의 정준하와 하하는 댄서의 전화 연결만으로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제작진도 댄서들 모시기에 혈안이 돼 섭외하기 급급했다. 그러다보니 '스우파' 안에서 보여줬던 것만큼 댄서들이 가진 매력을 전달하기 어려웠다. '스우파' 고정 팬들은 댄서들의 예능 나들이가 반갑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이들의 매력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는 엠넷이 '스우파' 인기에 편승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엠넷은 '스우파'가 심상치 않은 인기를 얻자 일찌감치 '스트릿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 제작 소식을 알렸다.

올해 말 방영 예정인 '스걸파'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고생 크루를 선발하는 프로그램. '스우파'의 8개 크루 리더들이 마스터로 출연해 춤을 사랑하는 여고생들의 심사뿐만 아니라 멘토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8인의 리더를 그대로 심사위원으로 빼오고 참가 대상만 고등학생으로 바꾼 셈이다. MC마저 '스우파' 진행자였던 강다니엘을 발탁하면서 대놓고 '스우파' 후광 효과를 노렸다. 아무리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지만 엠넷이 급하게 내놓은 신작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큰 인기를 얻자 '고등래퍼'를 내놓은 것보다도 성의 없는 엠넷식 자기 복제다. '스걸파'가 '스우파'를 뛰어넘는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지점. 앞서 '스우파'가 국내 최정상의 댄서들의 경연을 그려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높인 것도 '스걸파'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던 엠넷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스우파'의 성공이 '스걸파'의 성적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 '스우파'가 줬던 신선한 충격이 없다면 모처럼 맞은 댄서들의 전성기를 오히려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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