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석 '원더우먼' 종영 인터뷰
"한성운, 밉지만 미워할 수 없어"
"코믹도 로코도 할 수 있단 자신감 생겨"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배우 송원석은 SBS 드라마 '홍천기'와 '원 더 우먼'을 통해 몇 단계 성장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난 그는 연달아 두 작품을 무사히 끝낸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종영한 '원 더 우먼'은 하루 아침에 재벌 상속녀가 돼 악덕 재벌가에 입성한 여검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7.8%를 기록해 자체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송원석은 극 중 한주그룹 차남이자 강미나(이하늬 분)와 정략 결혼한 한성운 역을 맡았다. 이른바 '밉상' 캐릭터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극에 재미를 불어 넣었다.

이날 송원석은 종영소감에 대해 "1년 정도 촬영했는데 노력한 만큼 시청률도 잘 나와서 행복하다"며 "외국인 팬들에게 SNS 메시지가 많이 온다. 각국에서 우리 드라마를 많이 보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 계기에 대해 "'홍천기' 촬영 중이었는데 '원더우먼' 감독님께서 보자고 하셨다. 코믹물이다보니까 가볍고 밝게 연기해야 하는데 다른 캐릭터에 빠져 있으니까 어두웠다. 감독님도 마음에 안 드셨는지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하셨고, 두 번째 미팅 때 비워내고 갔는데 '넌 코믹이 제격'이라고 하시면서 캐스팅하셨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대본과 시놉시스가 너무 재밌었다. 잘 될 드라마라는 감이 왔다. 그런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시청률이 잘 나와서 행복하다"며 "대본이 술술 읽혀졌다. 읽을 때마다 흐트러지고 집중이 안 되는 대본도 있는데 이번엔 너무 재밌어서 4부까지 쉬지 않고 쭉 봤다"고 답했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선 "최고였다.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며 "분위기 메이커는 이하늬였다. 덕분에 현장이 너무 재밌었다. 성격이 밝고 모두를 이끄는 리더십이 있다. 모두가 하나 돼서 촬영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송원석은 이하늬와의 호흡을 두고 "워낙 유명 배우고 누나라서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첫 날 인사할 때 몇 마디 나눠보고 바로 편해졌다.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신다"며 "부담감 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농담도 하고 공감대도 맞춰주려고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이상윤에 대해선 "많이 부딪히는 신은 없지만 되게 잘 챙겨주셨다. 젠틀한 옆집 형같은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하늬 누나는 제가 'SNL 코리아' 고정 크루였을 때 호스트로 나오신 적 있어요. 그때 있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제가 알 만한 이야기들을 먼저 해주셔서 너무 편했어요."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쓴 점을 묻자 송원석은 "한성운은 미운 짓을 골라 한다. 그런데 밉게 보이지 않으려고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며 "표정이나 말투로 귀여움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믹 장르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웃는지 감을 못 잡았다"며 "감독님이 '시청자들을 웃기려고 하는 순간 이미 코믹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억지로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고 편하게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SNL 코리아'때와는 다른 코미디 요소가 있더라고요. 그때 한 게 너무 재밌어서 그렇게 하면 다 웃기겠거니 생각했는데 달랐어요. 그 때의 연기톤으로 준비해가니까 감독님이 정극으로 하라고, 상황 자체가 웃길 거라고 해주셨던 게 도움이 됐어요."

그는 "표정이나 제스처는 애드리브를 많이 넣었다"며 "감독님이 나중에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하셨다. 편하게 누워서 하고 싶으면 누워서 했다. 여태까지 했던 촬영했던 작품 중 가장 애드리브가 많았고, 편집된 것도 많다"고 했다.

아내 역할이었던 이하늬와의 깊은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송원석은 "살짝 했다. 조연주 검사로 바뀌면서부터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나중에 내가 배신을 하더라. 하하. 이번 생에는 안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원 더 우먼'은 제게 전환점이에요. 코믹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로맨틱코미디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번에 너무 하고 싶은 갈망이 생겼어요. 꼭 사랑이 이뤄지는 로코를 해보고 싶어요. 이하늬 누나와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웃음). 제 얼굴이 선과 악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느와르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배우 송원석/ 사진=스타하우스 제공
송원석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홍천기'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두 작품 방영 시기가 겹치며 '열일' 행보를 달렸다. 그는 "'홍천기'는 올 봄 편성이었는데 미뤄지면서 겹치게 됐다. 나한테는 더 좋은 기회였다. 보시는 분들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게 저를 각인시키는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홍천기'에선 눈빛과 액션 위주인데 '원 더 우먼'에선 깨방정 떨고 건들거리는 역할이었다"며 "밝은 연기를 하기 위해 '원 더 우먼' 촬영 전에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기분을 풀고 연기에 임했다"고 회상했다.

싱크로율에 대해선 "두 캐릭터의 딱 중간인것 같다. 무영처럼 과묵한 스타일도 아니고 한성운처럼 가볍고 줏대 없지 않다. 적당히 밝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원 더 우먼' 실시간 댓글 중에서 '얘가 무영이래'라는 게 있었어요. 그때 '내가 잘 소화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뿌듯했습니다."

'하나뿐인 내편' 이후 히트작을 만난 그는 "그때는 연기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여유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작품에 애착이 더 많이 간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준 송원석은 만족도를 묻자 "예전에 비해선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만족을 못하겠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저기까지 밖에 못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조금 더 감칠맛나는 연기를 더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아직은 만족할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열일'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는 "예전에 데뷔하고 오랫동안 쉬었다. 그래서 쉬는 거에 대한 압박감이 있다. 쉬질 못하는 성격"이라며 "5년 동안 안 쉬고 계속 달려왔다. 앞으로 15년은 더 달릴 생각이다. 쉬는 게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송원석은 "스스로 칭찬보다는 채찍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앞으로 채워나가려고 더 노력을 해야될 것 같다"며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더 바쁘게 달릴 거다. 이제는 조연으로서 여러가지 작품이 아니라 한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부어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영화 출연 욕심도 많다. 도전해보고 싶은데 연락이 안 오더라. 하하"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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