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연, '원더우먼' 종영 인터뷰
"이하늬와 호흡, 힘 빼려고 노력"
"'독전' 이후 자신감 생겨"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빌런이 빌런답지 않아서 좋았죠."

배우 진서연이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을 선택한 이유다.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도 않고 살인 교사를 지시하는 재벌가의 악인 연기를 맡았지만 다른 빌런들과의 차별점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 5일 종영한 '원 더 우먼'은 하루 아침에 재벌 상속녀가 돼 악덕 재벌가에 입성한 여검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7.8%를 기록해 자체 최고 성적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진서연은 극 중 한주그룹 장녀 한성혜로 분해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이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해버리는 악인 연기를 소화했다.

진서연은 한성혜에 대해 "처음에는 시청자분들이 무슨 캐릭터인지 의아했을 거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족들에 묻혀 지내다가 중반부터 보여지는 역할이었다. 연주 미나 캐릭터와 대립하는 장면이 많아지고 욕심과 악행이 드러나면서 자세히 보여지기 시작했다"고

이어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빌런들은 화를 내거나 악을 쓰는 등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며 "한성혜는 차분하고 우아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하늬의 캐릭터가 굉장히 하이텐션이고 1인 2역이라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슷한 캐릭터가 붙는 건 재미 없어서 의도적으로 더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하려고 힘을 뺐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상류층의 모습이 이러지 않을까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진서연은 "빌런이 빌런답게 드러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제가 센 캐릭터를 많이 하다보니까 언젠가 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1차원적으로 드러나는 센 캐릭터 제의가 많았고, 그걸 계속 하다가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한성혜도 캐릭터는 세지만 조금은 다른 악역이었어요. 진짜 사기꾼은 티가 안나는 것처럼 실제로 나쁜놈이 있다면 저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한성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빌런이라 선택하게 됐어요."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한성혜는 자신의 악행이 드러났을 때조차 전혀 개의치 않는 냉혈한이었다. 이에 대해 진서연은 "목적을 잊지 않았다. 한주를 갖는 게 목적인 인물이다. 악행이 드러났어도 막을 수 있는 계획을 오랜 시간 구상했을 거다. 초조하고 다급했겠지만 절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 더 냉철하고 우아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성혜는 직접 사람을 죽인 건 아니지만 연쇄살인마다. 그런데 죄책감이 없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모든 걸 치워버리면 된다는 생각이다"며 "갖고 있는 부와 명예 때문에 우아하게 보였던 것 같다. 그가 갖고 있는 환경 때문에 조금 더 차분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 더 우먼'에 출연하는 내내 한성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진서연은 "그가 원하는 건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이었다. 장녀로 태어나 능력 있고 똑똑하지만 남동생들 때문에 치이고 뺏겼다"며 "그리움이나 사랑을 드러낼 수 없는 위치고 다 뺏길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어 그걸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짠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싱크로율을 묻자 그는 "나도 화가 나면 텐션이 올라가지 않고 완전히 훅 꺼진다. 되게 차분해지고 여유롭게 생각하는데 그런 점이 비슷해서 연기할 때 편했다"고 했다. 이어 "나도 딸 셋에 둘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사랑을 오롯이 받지 못했다. 언니, 동생한테 뺏기고 치이고 그랬다"며 "한성혜 역시 잘해도 칭찬 못 받고 남동생한테 밀리는 점이 공감됐다. 부러웠던 점은 없다. 재벌보다는 소박한 삶이 좋다"고 덧붙였다.

진서연은 "원래 캐릭터를 맡으면 레퍼런스를 진짜 많이 준비하는 편인데 한성혜는 사실 그런 걸 준비하지 않았다"며 "이 친구가 처한 환경, 가진 무게를 표현해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하늬의 캐릭터가 워낙 풍성해서 여기서 내가 뭘 더하면 드라마가 과해지고 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았다"며 "한성혜가 갖고 있는 야망을 표출하면서 완전히 폭발했다가 몰락하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욕심을 버리고 다 내려놓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하늬가 연기한 캐릭터가 정말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 부러웠다. 어떻게 할까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120%를 해서 너무 속시원하고 같이하면서 재밌었다. 대리만족을 했다"며 "감정을 누르면서 하는 연기가 많이 힘들었다. 눈빛과 호흡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처음 한 것 같은데 새로운 발견을 해서 좋았다. 배우로서 조금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주변의 반응에 대해선 "매일 촬영하고 누굴 만나지 못해 피드백을 들을 시간이 없어 인기를 실감하진 못했다. 매주 시청률을 확인하니까 큰 힘을 얻고 촬영했다"며 "누가 얘기해줘도 작품 끝날 때까지 말해주지 말라고 한다. 강단 있어보이지만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고 감정이 흔들린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리뷰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 끝날 때 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높은 시청률에 대해 언급하자 진서연은 "이하늬 배우의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당백을 해줬다. 감사하다. 이하늬한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나는 누가 되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하늬 연기 톤에 맞추려고 한 것 밖에 없다. 시너지가 좋았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하늬씨가 법에 관련된 대사를 술술 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감동 받았어요. 저렇게 어려운 캐릭터의 어려운 대사를 잘해낼 수 있다니 멋있고, 도대체 얼마나 준비해야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NG도 안 내고 씩씩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죠."

진서연은 "감사하게도 감독님, 작가님이 내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셨다. 의견을 냈을 때도 100% 수용해줬다. 나를 믿어주신다는 감사함에 더 힘을 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제가 처음 생각한 한성혜 캐릭터는 굉장히 차분하고 우아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본에 소리 지르고 화내는 장면이 몇 번 있었죠. 그래서 차분한 호흡으로 가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는데 굉장히 많이 수용해주셔서 이런 캐릭터가 나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서연은 자신의 연기에 50점을 줬다. "영화 만큼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점이 있었죠. 50% 밖에 못 보여줘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과 캐릭터에요. 그럼에도 해냈어야 했는데 아쉽고 죄송해요. 민망할 정도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겸손함은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캐릭터를 준비하는지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진서연은 "캐릭터에 몰입할 때 미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준비를 많이 한다. 얼마짜리 옷을 입고 어제는 어떤 걸 먹었는 지 등 구체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 게 모여 연기할 때 내가 생각한 본연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번도 연기자로서 굴곡이 있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내가 갖고 있는 만큼 연기했고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했다.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독전' 이후자신감이 생겼다.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는 게 굉장히 큰 응원이 됐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잘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쌓여 집중이 더 잘 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진서연은 아직 차기작을 두고 고심 중이다. 그는 "다음 작품이 잡히기 전까지 나를 쉬게해주고 싶다. 계속 달려왔던 루틴이 있어서 무작정 쉬는 게 편하지는 않다"고 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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