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9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공개
"전현무 합류로 스케줄 조정 더 어려워져"
"나머지 멤버 후발대로 깜짝 등장이 처음 콘셉트"
"몰카 콘셉트만 유지, 출연자 출발 취소한 것이 큰 패착"
[종합] '나혼산' 기안84 왕따 논란, 비하인드 전말 밝혀졌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마감샤워 특집에서 불거진 웹툰작가 기안84 왕따 논란의 전말이 공개됐다.

지난달 27일 MBC는 2021년 9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해당 회의록에는 '나 혼자 산다' 기안84 왕따 논란에 관한 제작진의 입장과 당시 상황이 담겼다.

기안84의 왕따 논란은 지난 8월 10여 년간 연재한 웹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걸 기념하기 위한 마감 샤워 여행에서 불거졌다. 다 같이 떠나는 줄로만 알았던 기안84는 기대에 부풀어 여러 가지를 준비했지만, 뒤늦게 전현무를 제외한 멤버들이 전원 불참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때문. 그러나 누리꾼들은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기안84를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몰래카메라를 가장한 왕따"라며 질책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 측은 들끓는 비판 여론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일주일 만에야 인스타그램에 짧은 공식입장을 내 더욱 공분을 샀다.

이날 전진수 MBC 예능기획센터장은 “제작진과 함께 (조선희) 위원님의 의견서를 확인했고, 따끔한 질책과 중요한 조언을 해줘서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며 “문제 발생 후에 공식 사과문을 냈는데 그것 역시 너무 형식적이고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공식 사과문에 소상히 담지 못한 당시 제작상황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원래 기안84 씨의 웹툰 연재 마감을 기념해서 출연자 모두가 오랜만에 정모를 가지는 기획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전현무 씨가 MC로 합류한 이후 출연진 간에 스케줄 조정이 더 어려워졌고, 난항을 겪던 중 스튜디오 정기촬영일인 월요일 저녁을 활용해서 정모를 찍자고 정했다. 날짜는 8월 2일 월요일 저녁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처음 촬영 콘셉트는 전현와 기안84가 선발대로 출발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후발대로 깜짝 등장하는 것이었다고. 전 센터장은 “그런데 그 무렵,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발효되면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7월을 지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을 2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부 지침 속에서 녹화를 끝내고 출발하면 밤이 되는 그 시간에 4인 이상이 모이는 정모를 감행하기엔 당시 여러 가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스튜디오에서 다수의 출연자가 여러 스태프와 함께 녹화하는 것과 최근 김연경 선수와 국가대표 배구팀 동료들의 캠핑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국가대표 배구팀 선수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2인 플러스 2인이 가능했다. 현재 방송 제작 현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 예외에 해당해서 인원수 제한에는 해당하지 않는 분야다. 또한 모든 촬영 전에 출연자와 제작진이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서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녹화를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분명히 그렇게 모이는 것 자체를 실제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그날은 모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제작진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 아이템 자체를 취소하거나, 기안84 씨에게 오늘 어쩔 수 없이 둘만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고 촬영했으면 이런 비난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제작진의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콘셉트만 유지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발을 취소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이 반성하는 차원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지 절대로 ‘저희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하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 화면.
전 센터장은 “이번 기안84 씨의 따돌림 논란에서 제작진이 고른 선택은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었다. 공식 사과문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는 결코 출연자들의 개별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며 제작진이 촬영 콘셉트를 잡아 기획한 상황이다. 이러한 내용이 기안84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를 잘 살릴 것으로만 생각하고 시청자에게 불쾌감이나 따돌림 트라우마를 되살릴 것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백번 사죄해도 모자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서 해당 에피소드의 나머지 후반부가 방송된 이후, 시청자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였으나 이마저 무성의한 사과문이라고 지탄하고 계신 상황 또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프로그램과 출연자의 입장, 예능본부와 회사 입장의 의견들을 모두 취합해서 발표해야 하는 것이 공식 사과문이라 감성적인 글보다는 드라이한 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기에 대해서도 재빠르게 대응해야 했지만 ‘어떡해야 하나?’ 그러한 망설임이 있어서 많은 비난을 받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센터장은 “따돌림 논란이 있었지만, 기안84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가장 행복했다고 밝혔고 출연자들도 그러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번 사안으로 시청자에게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본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제작진의 판단 착오로 인해 현재로서는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시지 않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든 헤쳐 나가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 예능본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당장 다음 주부터 어떻게 하겠다고 속 시원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부분은 죄송하지만, 저희도 충분히 느끼고 고치기 위해 준비 중이니 좀 더 어여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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