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민, 딸은 엄마의 처절한 모성애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을 잃은 박성훈까지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 남긴 한 가족의 이야기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희수’ 전소민이 안방극장을 서글픈 공포로 물들였다.

22일(어제) 방송된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 시네마’의 첫 작품 ‘희수’에서는 여섯 살 난 딸 희수(김윤슬 분)를 교통사고로 잃은 황주은(전소민 분)과 고태훈(박성훈 분) 부부가 VR로 죽은 딸을 복원시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길을 걷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희수’는 죽은 반려견 구름이의 형상을 복원하는 VR 프로그램에 푹 빠진 딸 희수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 황주은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VR 프로그램의 개발자이자 남편 고태훈의 친구 이준범(김강현 분)의 집에 초대된 황주은은 아이가 현실과 가상을 혼동할까 우려했고, 이준범은 “구름이는 저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사는 거예요”라며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하지만 희수가 갑작스레 이준범의 아내 김상미(박하나 분)에게 돌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이상 행동을 보이자 황주은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이렇듯 아이에 대한 걱정과 회사에서의 고충 등 자잘한 갈등이 존재하던 그녀의 삶을 커다란 비극이 휩쓸었다. 황주은이 도로 위에서 차를 세우고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차에서 내린 희수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것.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일상생활 복귀에 힘들어하는 그녀를 위해 이준범은 죽은 희수를 VR로 복원해 다시 만나볼 것을 권유했고, 이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움직이는 희수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고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환희에 취한 황주은은 집에서도 온종일 VR 기기를 착용하고 지냈고, AI 본체를 진짜 아이처럼 소중히 다루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고태훈에게 “누가 보면 나 혼자 애 키우는 줄 알겠어. 아빠 없는 애로 만들 거야?”라며 함께 육아에 전념하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태훈은 추악한 비밀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친구 이준범의 아내 김상미와 불륜 관계였고, 두 사람이 몰래 입 맞추는 장면을 우연히 희수가 목격했던 것. 심지어 희수가 사고로 죽어가던 순간에도 김상미와 은밀한 만남 중이었던 고태훈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VR 프로그램을 통해 희수와 대화하던 고태훈은 “아빠는 엄마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네?”라는 의미심장한 말에 몹시 불안해 했다.

부부는 사고 이후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병실에 찾아갔고, 이곳에서 황주은은 심각한 이상 행동을 보였다. 볼 수도 있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직접 만질 수는 없는 딸의 체온과 감촉이 그리웠던 그녀는 가해자의 다섯 살 난 아이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내의 착란 상태가 심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고태훈은 결국 이준범을 찾아가 VR 프로그램을 종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김상미와의 관계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준범과의 답답한 결혼생활에서 고태훈만이 유일한 해방구였던 김상미는 그와 자신이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황주은에게 알렸다. 설상가상으로 VR 프로그램이 셧다운돼 더이상 희수와 소통할 수 없게 된 황주은은 절망과 분노만 남은 채 고태훈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원이 꺼진 AI 본체에서 갑자기 희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 VR 기기를 착용하고 홀린 듯 희수가 손짓하는 곳으로 따라가던 황주은은 결국 아파트 복도 난간을 뛰어넘어 추락하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반전이 고태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의 공격에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희수의 목소리를 내는 AI 본체가 112에 신고를 했고, “엄마가 죽었어요. 엄마는 아빠가 죽였어요”라며 거짓 신고로 그를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어붙은 고태훈의 표정과 동요를 부르는 희수의 음산한 목소리, 그리고 이준범의 모니터에 떠 있는 CCTV 화면 속 입을 맞추는 고태훈과 김상미의 모습이 교차하며 절정에 다다른 비극의 씨앗이 어디에서 파생되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2년 후 출소한 고태훈은 집으로 돌아갔고, 그곳에는 따뜻한 웃음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아내 황주은과 사랑스러운 딸 희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는 가족의 모습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선사했지만, 환상이 걷힌 곳에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싸늘한 방 안에서 홀로 박수치는 고태훈의 모습만이 남아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했다.

이렇듯 ‘희수’는 아이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부부의 균열과 추악한 진실이 밝혀져 붕괴를 맞은 한 가정의 비극을 보여줬다. 특히 ‘희수’는 KBS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영화 프로젝트 4편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애틋한 가족애가 담긴 스토리에 ‘SF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목해 이제껏 경험해 본 적 없는 재미를 안겼다.

한편, 오는 29일(금) 밤 11시 25분에는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1–TV 시네마 ‘F20’이 방송된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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