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가하려면 전문적인 심사 필요
NCT 태용, 심사 한 마디 없이 리액션만
이채연은 '노 리스펙', 심사위원은 아이돌도 '환영'
저지로 출연하는 태용(왼쪽), 보아, 황상훈./사진제공=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
저지로 출연하는 태용(왼쪽), 보아, 황상훈./사진제공=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
Mnet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심사위원 자격 미달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춘 댄서들에 비해 빈약한 심사평에 대해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스우파'는 '댄싱9', '힛 더 스테이지', '썸바디'에 이어 최정남 PD가 새롭게 선보인 '춤싸움' 프로그램이다. 일반인과 연습생 등의 오디션을 거쳐 경연하는 기존 포멧과 달리 시작부터 실력 검증이 필요 없는 프로들만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지난 24일 첫 방송 된 '스우파'에는 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이 출연했다. 아이돌 출신인 이채연은 타 댄서들에게 무시당하며 그들 사이에서 최약체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 그는 출연 댄서들이 지목한 약자에게 전달되는 '노 리스펙'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그가 리스펙 받지 못하는 이유에는 "아이돌과 댄서는 춤추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영역 자체가 다르다"는 타 크루들의 주장이 있었다.
사진제공=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사진제공=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소개된 세 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두 명은 아이돌이었다. 퍼포먼스디렉터 황상훈과 함께 21년 차 아이돌 경력을 자랑하는 가수 보아와 그룹 NCT의 태용이 저지로 나선 것. 크루들은 아이돌이 경쟁 상대조차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댄스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이들은 저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태용이 등장하자 "나 NCT의 팬이야"라고 환호하는가 하면, 보아의 등장에 "어린 시절 보아를 보면서 춤을 연습했다"며 "꿈은 아니겠지"라며 감격하기도 했다.

전문가를 평가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심사가 필요하다. 황상훈이나 보아, 태용의 댄스 실력은 이루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들은 크루들을 심사하기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감상과 함께 리액션에만 중점을 뒀다.

특히 태용은 방송 내내 한 번도 심사평을 하지 않았다. 어떤 기준인지 모를 이들의 투표는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같은 날 방송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보아는 "춤과 노래에 관해서는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다르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답이란 게 없는 게 예술 문화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함께 저징을 하면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보아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를 심사하는 자리에 있는 이상 시청자가 개인의 취향과 별개로 참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전달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립제이와 피넛은 '왁킹' 장르의 댄스로 맞붙었다. 이들의 대결에 타 크루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보아는 해당 무대에 대해 "립제이가 패턴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고 황상훈은 "손톱 하나의 디테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전원 립제이를 선택했다.

실력 있고 박진감 넘치는 건 알겠으나, 오직 '느낌'에만 충실한 모호한 심사평에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최고의 글로벌 K-댄스 크루가 되기 위한 자존심을 건 크루간의 배틀'이라는 슬로건을 걸었으면 그에 걸맞은 성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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