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女동성애 코드
'더 로드' 김혜은, 관계 영상을 미끼로 백지원 협박
'알고있지만' 이호정, 윤서아에게 "좋아해" 고백
'더 로드', '알고있지만' 포스터./사진제공=tvN ,JTBC
'더 로드', '알고있지만' 포스터./사진제공=tvN ,JTBC
안방극장에 금기시되던 여자 동성애 코드가 최근 드라마들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마인‘을 시작으로 JTBC '알고있지만‘, tvN '더 로드-1의 비극‘에서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 것.

지난 12일 방송된 ‘더 로드'에서는 차서영(김혜은 분) 앵커와 권여진(백지원 분) 국장의 은밀한 관계가 드러났다. 차서영은 카메라가 설치된 호텔방으로 권여진을 불러냈고, 자신과의 내연 관계를 미끼로 프라임 시간대 방송을 얻어낸 것.

여기에 차서영은 백수현(지진희 분)이 자신과 권여진과의 사이를 눈치채자 권여진에게 자신과의 관계 영상이 담긴 몰래카메라로 거래를 제안했다. 권여진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선을 긋는 차서영에게 "난 너한테 진심이었다"고 외쳤지만, 돌아오는 답은 "진심인 사람이 그 자리를 나 하나 안 줬을까"라는 차서영의 비아냥이었다.
사진=tvN '더 로드' 방송 화면.
사진=tvN '더 로드' 방송 화면.
이처럼 차서영은 권여진이 성소수자라는 약점을 쥐고 그를 이용하는 악랄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권여진 역시 차서영을 향해 애틋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청와대 대변인 최종 후보에 오른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될까 분노를 표출했다.

문제는 이러한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애 코드로 풀었어야 했는지다. 특히 ‘더 로드'는 얽히고설킨 불륜 관계들과 살인,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성소수자 소재는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알고있지만' 역시 윤솔(이호정 분)과 서지완(윤서아 분)의 동성애 코드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그간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동성애를 의심케 했는데, 최근 방송된 7, 8회에서 이들의 진심이 드러났다.

술취한 서지완은 윤솔에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나만 좋아해라, 제발"이라며 눈물을 글썽였고, 윤솔은 잠든 서진완을 보며 "희망 고문하는 거 그만해"라고 슬퍼했다. 이후 윤솔은 서지완을 피해다니다 결국 "난 너 좋아해. 친구로서 말고"라고 고백했고, 서지완 역시 떠나는 윤솔을 뒤에서 껴안으며 "아무 감정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더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JTBC '알고있지만' 방송 화면.
사진=JTBC '알고있지만' 방송 화면.
이들의 로맨스는 23살, 젊은 청춘들이 느낄 수 있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친구와 이성 사이에서의 고민을 담담히 담아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윤솔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서지완의 감정은 애틋하고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원작 웹툰에 없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동성애로 새로운 러브라인을 만들어 낸 데에는 ‘알고있지만'이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를 표방하는 만큼 다양한 이성 관계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과거 동성애 코드는 거부감이 큰 논란의 소재였다. 과거 KBS는 여성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스페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을 선보였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았고, 결국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한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설정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소재를 단순한 눈요기로 사용하는 건 금해야 한다. 설득력 없는 전개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안방극장에 만연해진 동성애 코드가 자극적인 소재로만 쓰이지 않길 바란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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