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김건모부터 박수홍까지
'미우새' 거듭된 논란에
해명도 반성도 없다
'미우새'에서 하차한 김건모(왼쪽부터), 박수홍, 홍진영/ 사진=텐아시아DB
'미우새'에서 하차한 김건모(왼쪽부터), 박수홍, 홍진영/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김건모·홍진영·박수홍, 논란 속 떠나는 출연자들…'미우새' 언제까지 외면할까?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가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을 도려냈다. 논란이 불거진 출연자를 이번에도 해명 없이 침묵 속에 떠나보냈다.

2016년 8월 첫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는 그간 SBS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명 연예인의 엄마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독립한 자식들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스타들의 일상을 함께 엿보는 동안 터져나오는 엄마들의 '찐 리액션'이 큰 웃음을 안겼다. 원년 멤버 김건모, 박수홍부터 뒤늦게 합류한 김종국, 김희철까지 혼기가 꽉 찬 출연자들의 철 없는 행동이 엄마들을 분노하게 만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스튜디오에 나온 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아들의 '혼인'이었다. 엄마들은 여성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미우새' 출연자 중 이상형을 묻는 MC들의 질문에 내심 기대감을 표했고, 아들이 연애 이야기를 하거나 소개팅을 할 때면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들의 바람대로 결혼에 성공한 아들들은 모두 불명예스럽게 프로그램을 떠났다.

최근 결혼을 발표한 박수홍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23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4년간 열애한 끝에 결혼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뒤 법적 부부가 됐다.

그러자 박수홍은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우새' 출연 기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의혹에서다. 그동안 박수홍은 '미우새'를 통해 '중년의 클러버'로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연애 상대가 없다는 걸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 그 결과 젠틀한 이미지의 박수홍은 '속 썩이는 미운 아들' 캐릭터로 제2의 전성기급 인기를 얻게 됐고, 모친과 함께 각종 광고를 찍기도 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가장 큰 축복을 받아야 할 순간에 비판이 커지자 박수홍은 곧장 해명문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햇수로 얘기를 해서 많은 혼동이 생겼다"며 "괜한 오해를 만들어 시청자분들과 '미우새' 제작진들께 피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우새'의 조작 논란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박수홍의 하차 여부를 묻자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박수홍의 어머님도 출연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자연스러운 하차로 보면 될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해명은커녕 하차 여부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한 것이다.
'미우새' 박수홍(위)와 김건모/ 사진=SBS 캡처
'미우새' 박수홍(위)와 김건모/ 사진=SBS 캡처
또 다른 원년 멤버 김건모가 하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우새' 출연 중이던 노총각 김건모는 깜짝 결혼 발표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으나 돌연 성폭행 및 폭행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미우새' 측은 최초 제보가 터진 이후에도 김건모가 아내 장지연에게 프러포즈하는 모습을 편집 없이 내보냈다. 결국 방송 다음날 김건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자 "김건모의 추가 촬영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하차를 인정했다.

가수 홍진영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미우새'는 편집 없이 찍어놨던 촬영분을 공개했다. 특히나 당시 홍진영의 출연분은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에피소드를 담는 등 그의 컴백 홍보 수단으로 그려졌다. 결국 그가 학위를 딴 조선대학교에서 위원회를 소집해 조사에 돌입한 뒤부터 홍진영은 '미우새'에서 자취를 감췄다.

제작진이 김건모와 홍진영과의 작별 과정에서는 다소 억울함을 가질 순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이 프로그램과는 무관하고 '미우새'를 출연하기 훨씬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제작진도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작정 논란을 덮으려고 하다가 어느 정도 심각성이 드러나면 가차 없이 출연자를 내치는 방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우새' 제작진이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가 매번 시청자들의 분노를 더욱 커지게 하는 모양새일 뿐더러, 출연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마저 갖추지 못한 꼴이다.

특히 박수홍의 논란에 대해선 프로그램 조작 논란으로 번진 사안이므로 제작진이 명확한 해명을 내놨어야 했다. 제작진의 침묵은 의리를 지키는 게 아닌 대중의 의혹과 추측을 키우는 데 동조한 결과를 낳았다.

앞서 TV조선 '아내의 맛' 제작진은 출연자 함소원의 조작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폐지를 결정 했다. 방송 5주년을 앞둔 장수 프로그램 '미우새'라고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SBS 예능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지나치게 스스로를 과신하는 태도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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