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령, '결사곡2' 종영 인터뷰
"이혼 기자회견 통쾌했다"
"성훈, 배려 많이 해줘 감사해"
"긴 공백기, 이 앙물며 버텼다"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한 번은 눈 감아 줬을 것 같아요. 불륜녀에게 아이가 없다면요. 그렇지만 아이가 있다면 천륜을 끊어낼 수 없으니 보내줬을 것 같습니다."

배우 이가령이 '결혼 후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에서 이가령은 아나운서 출신의 DJ 부혜령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즌1에서 남편 판사현(성훈 분)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부혜령은 분노를 참지 못했고, 시즌2에서 판사현의 불륜녀 송원(이민영 분)이 임신한 사실까지 알고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은 부혜령은 그의 외도를 용서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딩크족임에도 임신까지 하려 했지만, 자신이 자궁 기형으로 임신이 힘든 상태임을 알고 이혼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 1일 방송된 '결사곡2' 14회에서 부혜령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됐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이다를 선사했다. 부혜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까지 지운 채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고, 불륜녀가 홀몸이 아니라고 폭로한 것. 그간 남편에게 소리 지르고, 뺨을 때리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차분한 모습으로 뒤통수를 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가령 역시 해당 장면을 본방 사수했다며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이 많았는데, 실시간 댓글을 보니 통쾌하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그동안 워낙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쌓아놓은 게 있어서 더 통쾌했던 것 같다. 방송 전부터 기자회견이 진짜냐 상상이냐 말이 많았는데, 상상이 아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이가령은 '결사곡2'을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좋아하면 평생 함께하겠나. 그런데 '결사곡' 남자들 모두 이유없이 바람을 피우다 보니 어떻게 한 사람과 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싶다. 의리로 살수는 있겠지만, 나도 10년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설렐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며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운인데, 평생을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는 건 엄청난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역할을 맡은 성훈과의 호흡을 묻자 이가령은 "성훈 씨와 첫 호흡이었고, 준비 기간도 길지 않았는데, 오자마자 배려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처음 뺨 때리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착한 배우여도 맞으면 기분 안 좋을 수 있지 않냐. 그런데 성훈 씨는 몇 번을 때려도 괜찮다고 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시즌1부터 부혜령의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일명 '연탄 메이크업', '너구리 메이크업'으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평소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가령은 "지난해 겨울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겨울인데다 화장이 너무 두껍다보니 눈이 금방 건조해지더라. 한 시간에 한 번씩 아이라이너를 덧 발랐다. 눈이 피로하니 몸도 빨리 지치더라"고 남다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탄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그래, 나 부혜령이야!' 이런 자신감이 생기면서 진짜로 제가 부혜령이 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너무 화장이 진한가 생각했는데 갈수록 너무 연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호호."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2013년 SBS '주군의 태양' 단역으로 데뷔한 이가령은 2014년 임성한 작가의 MBC '압구정 백야' 주연으로 캐스팅됐으나 최종 불발돼 조연으로 출연했다. 이듬해인 2015년 '불굴의 차여사'에서도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비운의 사고 콘셉트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이가령은 "사람들이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괜찮을 리가 없지 않나. 그렇다고 티를 낼 수 없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또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진짜 괜찮은 줄 알고 생각이 없는 거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이를 앙물고 버텨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긴 공백기를 보냈던 이가령은 임성한 작가의 6년만 복귀작인 '결사곡'에 주연으로 낙점되며 새로운 '임성한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묻자 이가령은 "긴 공백기가 있었고, 마음 아픈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다들 '이제야 하고 싶은 거 하는구나, 이번에는 안 죽고 끝까지 가는구나' 하는 반응이었다"며 "시즌1에서 내가 피토하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다들 내가 또 죽는 줄 알고 걱정했다더라"며 웃었다.

임성한 작가는 대본에 쓰여 있는 대사의 '토'씨 하나도 틀리는 걸 용납하지 않는걸로 유명하다. 대사체도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이 아니라 많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 만큼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나마 '압구정 백야' 대본을 본 게 있어서 낯선 느낌은 덜했어요. 그래도 낯선 조사들이 많아서 외울 때 입에 붙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연습만이 살길이라 장소와 시간 가리지 않고 쉴 틈 없이 연습했습니다."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이가령./사진=조준원 기자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부담스러웠다는 이가령. 그는 "시즌1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는 상태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찍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시즌2는 시즌1을 본 상태에서 촬영하니 훨씬 더 부담스럽더라. 사람들의 댓글에 캐릭터가 흔들릴까 봐 댓글도 자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사곡'은 시즌2에 들어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 14회는 수도권 시청률 13.3%, 분당 최고 시청률 14.5%까지 치솟으며, TV조선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을 돌파했다. 이가령은 이러한 인기에 대해 "작가님이 시즌1에서 쌓은 서사 덕분에 시즌2가 더 살아난 것 같다. 시즌1은 재밌긴 하지만 지루하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앞에 쌓아놓은 서사 덕분에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생겼다. 뒷심이 좋은 게 작가님만의 스타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TV조선 '결사곡2'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결사곡2' 방송 화면.
임성한 작가의 파격 전개는 '결사곡2' 12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박주미와 이태곤 단둘만이 등장하는 2인극으로 러닝타임 70분 전체를 이끈 것. 이가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12회 대본은 촬영이 다 끝난 뒤 나중에 받았다. 시나리오를 확인하는 데 12부만 없어서 물어보니 대본 안에 등장하는 배우만 준다고 하더라. 박주미, 이태곤 선배만 받았다"며 "두 선배님 모두 사법고시 보듯이 한 권을 외우더라. 살이 쪽쪽 빠지시는 게 느껴졌다. 나였으면 울면서 죽기 살기로 했을 것 같다. 부담스럽지만 배우로서 이런 신을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을 것 같다. 작가님 아니었으면 누가 시도했겠나. '저게 가능해?' 라는 마음으로 방송을 봤는데 어느새 싸움 구경하는 걸 지켜 보고 있더라"고 웃었다.

골프, 수영, 드럼이 취미라는 이가령은 "코로나19 때문에 2년째 수영장에 못 가고 있다. 골프도 안 친지 오래됐는데, '골프왕' 예능을 위해 전날 하루 연습하고 촬영했다. 드럼은 계속 배우고 있는데 내가 리듬감이 없어서 감을 잡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요? 어떤 역할을 맡고 싶다기보단 집에 왔을 때 항상 내가 읽을 대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