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PD "시청자와 성장한 김두한"
"안재모, 중절모 쓰는 순간 몰입해"
"향수 자극·새로운 모습 함께 보여줄 것"
'야인이즈백' 유일한 PD/ 사진=카카오TV 제공
'야인이즈백' 유일한 PD/ 사진=카카오TV 제공
"김두한은 홍길동 이후 나타난 한국형 슈퍼히어로입니다. 멋있고 불의에 맞서 싸우고 일본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어요. 그런 히어로가 현실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카오TV '야인 이즈 백'의 유일한 PD는 최근 텐아시아와의 화상인터뷰에서 20년 만에 김두한 캐릭터를 재소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일한 PD는 CJ ENM의 음악 채널 Mnet에서 '비틀즈코드2', '음담패설', '노머시' 등을 연출했다. 퇴사 후 디지털스튜디오 딩고(Dingo)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K팝 미디어 브랜드 '헬로에이티투(Hello82')에서 스트리밍, 커머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유 PD는 최근 카카오TV와 손잡고 가수 이효리 리얼리티로 화제를 모은 '페이스아이디', 배우 안재모의 페이크다큐 '야인 이즈 백' 등을 선보였다.

그는 스타들의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페이스아이디'를 기획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이효리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핸드폰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했어요. 또 카카오TV라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핸드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야인 이즈 백'에 대해서도 "김두한의 오랜 팬으로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 PD는 "약 10년 전부터 사람들의 분노가 차오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세태가 슈퍼히어로를 원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들게 했다"고 밝혔다.

"'야인시대' 김두한은 다른 영웅과 달리 옆에 있을 것 같고 나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죠.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강해진 히어로입니다."

유 PD는 "안재모가 올해 43세로 '꼰대'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며 "외국 영화에서도 은퇴한 배트맨, 슈퍼맨이 짠하게 나온다. 완벽했던 슈퍼히어로도 힘들 삶을 살고 있다면 공감대도 형성되고 자신과 동일시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야인 이즈 백'은 그런 모습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어떻게 보면 복잡할 수 있다. 쉽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카카오TV 채널은 마니아층을 공략하고 찾아오게 만드는 시스템이기에 장르를 살짝 비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세계관에 관한 내용과 떡밥이 점점 풀리고 있다"며 "세밀하게 관찰해주시면 재밌는 포인트가 될 거다. 젊은 B급 감성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야인시대' 팬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감성으로 세계관을 보여주려하고 있다. 예능과 시트콤 중간쯤에 서 있는 장르"라고 덧붙였다.
'야인이즈백' 유일한 PD/ 사진=카카오TV 제공
'야인이즈백' 유일한 PD/ 사진=카카오TV 제공
'야인 이즈 백'은 안재모의 출연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콘텐츠다. 유일한 PD는 안재모의 첫 인상에 대해 "너무 좋은 사람이고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다"며 "지나치게 정상적인 인물이라 대본에 엄청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유 PD는 "안재모가 중절모를 쓰는 순간 변했다.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착장하는데 굉장히 예민하다. 특히 모자 각도에 엄청 신경 쓴다"며 "킹두한의 모습과 몰입도를 잘 지키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20년 전에 했던 캐릭터를 갖고 와서 다시 하자고 이야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실례가 되는 질문이잖아요. 만나서 제안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 무작정 회사로 찾아갔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 외로 쿨하게 '재밌겠다'고 하셨어요. 본인도 망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하셨죠. 촬영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방송을 보고 나서는 너무나 만족하셨어요."

'야인시대'는 방영 당시 50%의 시청률을 넘었던 드라마로,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명장면과 짤을 만들어냈다. 이를 예능으로 옮긴 유 PD는 "엄청난 숙제였다"면서도 "사실 '야인시대'를 만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저희가 (드라마를) 따라하면서 후광을 얻고 싶지만 어쨌든 우리만의 세계관이 있다. 드라마 팬들은 향수를 자극하는 걸 보고 싶어하지만 저는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많이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PD가 생각하는 '야인시대'의 여전한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야인시대' 장형일 감독님이 고인이 되셨는데 정말 대단하시다. 배우들 모두가 존경하더라. 과거 '왜 안재모를 캐스팅했냐'는 물음에 '김두한은 모두의 김두한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더라. 진짜 영웅이라기보다는 옆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원하셨던 것 같다"며 "시대상도 담았고,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야인이즈백' 포스터/ 사진=카카오TV 제공
'야인이즈백' 포스터/ 사진=카카오TV 제공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도 '야인시대' 패러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선 "우리가 캐스팅할 때부터 자기들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전 공개된 걸 봤는데 우리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쪽에서 추구하는 재미와 우리의 방향이 많이 달라서 안심이 됐다"며 "같은 걸로 붙는 건 아니어서 안심했다. 기회되면 협업도 하고 싶다"고 했다.

'야인 이즈 백'에는 김두한 외에도 '야인시대' 출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유 PD는 "우리가 모시고 싶은 분은 거의 다 나오기로 이야기돼 있다. 김두한의 맞수들이 등장할 예정이라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가장 모시고 싶은 분은 안재모와 한 화면에 나올 수 없는 김영철 배우다. 세계관이 깨질 수 있지만 꾸준히 연락을 드리고 있다. 꼭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야인 이즈 백'은 공개된 2편만으로 누적 조회수 420만뷰를 기록한 상황. 유 PD는 "지금까지는 킹두한을 리부트하는 작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야인시대' 이야기가 그려진다. 완전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배우분들이 무서운 사람이 아니고 재밌고 유쾌하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각인돼서 CF도 많이 찍고 다른 방송에 많이 캐스팅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야인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시작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도 있지만 '야인 이즈 백'만의 색깔이 분명히 있어요. 아재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야인시대'를 몰라도 재밌는 코드가 숨어있어서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30대의 개그코드가 잘 맞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낯설겠지만 기존의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걸 겪어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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