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모범택시' 종영 인터뷰
"제작진이 다칠까봐 걱정 많았다"
"존중하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재촬영? 큰 영향은 없었다"
배우 이제훈
배우 이제훈
배우 이제훈이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불거진 대역 논란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9일 종영한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이제훈은 극 중 육사,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자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 김도기 역을 맡았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악당들을 화끈하게 깨부순 다크 히어로로 활약했다. 사적 복수를 넘어 피해자들의 아픔에 감응하는 모습이 많은 공감을 이끌었다.

이제훈은 31일 텐아시아와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범택시'를 통해 처음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는 "무술팀이 너무 준비를 잘해줬다. 상당히 위험하고 고난이도였고, 특히 카액션 장면은 정말 위험한 게 많았다"며 "내가 스스로 해내기에 무리가 있는게 많았는데 잘 지도해줘서 이만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액션을 예전부터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 사전에 굉장히 많은 연습과 호흡을 맞췄고,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며 "액션 장면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에 촉박한 현장에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방영중 불거졌던 대역 논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아쉬운 건 감독님과 제작진이 주연배우가 혹시나 다칠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저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음에도 오히려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를 좀 말리는 게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당연히 나도 존중하고 받아들였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 무술감독님과 스태프들을 걱정시키지 말자면서 진행했다"고 토로했다.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이제훈은 또 "김도기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길 주저하는 인물인데 무지개 운수 사람들이 항상 따뜻하게 지지하니까 한회씩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촬영장 분위기도 그 어느 드라마보다 좋았다"고 했다.

그는 "김의성 선배님은 항상 기분 좋은 이야기와 농담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고, 장혁진, 배우람 배우도 재밌는 티키타카와 케미스트리로 현장을 웃게 만들었다"며 "김도기라는 캐릭터는 무게감 있고 진중하게 표현해야 되는데 자꾸 웃음이 터져서 흔들렸다. 중심 잡는 게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표예진 배우도 많은 촬영 분량을 빠른 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있음에도 너무나 긍정적으로 잘해줘서 감사드린다"며 "이솜 배우는 극 중 서로 노려보고 의심하고 상처되는 말을 주고 받는 사이였는데 현장에선 컷할 때마다 웃음이 나서 캐릭터와 현실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무지개 운수에 정 검사가 함께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앞으로는 더 재밌는 관계로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악역 배우들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그는 "각 에피소드마다 빌런들이 존재했는데, 배우들이 그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주셨다. 배우로서 연기한 뒤에 오는 데미지가 너무 강할 정도로 부정적인 인물인데, 이 작품에 대해서 얼마만큼 역할을 해야하는지 알고 소화해주셨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백현진 배우는 촬영하면서 모든 걸 다 쏟아냈다. 계속 실제 인물에 대한 인지를 충분히 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승화하는 방식에 대해 아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소영 배우는 외적인 변화, 김도기와 케미스트리를 이뤄내면서 풍자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줘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모두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김도기의 복수가 통쾌할 수 있었던 건 모든 빌런들이 자신을 불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태항호 배우, 불량 청소년 연기자들, 차지연 선배님, 쌍둥이 역의 이호철 등 모든 배우들이 강렬하게 표현해주고 시원하게 당해줬기 때문에 이런 드라마가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모범택시'는 이나은의 하차로 재촬영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큰 영향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다시 연기를 해야 하니까 조금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표예진 배우가 미리 체크를 너무 잘하고 각각의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잘 파악해줬기 때문에 많이 달라진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영 도중 작가가 교체된 것에 대해서도 "작가님이 바뀐 걸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대본을 볼 때 사실 첫 페이지는 넘어가고 읽다보니까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이지현 작가님을 직접 뵙진 못했지만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함께 만들어가는데 큰 의의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모범택시' 배우 이제훈
이번 작품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제훈은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갓도기'를 꼽으며 김도기가 자신의 인생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품 속 캐릭터가 인생 캐릭터에요. 항상 그게 제 전부라 생각하고 그걸 연기하는데 모든 것을 쏟아내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는 인생 자체인 거죠. 지금 제게 인생캐릭터는 김도기입니다"

이제훈은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부캐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캐를 묻자 "비주얼적인 부분은 왕따오지 인물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고 준비도 해왔다. 연변 사투리를 잛은 시간에 소화해야 됐는데 즐거웠다. 현장에서 선생님이 항상 함께해주셨다"며 "이런 캐릭터를 짧게 보여드린 게 아쉽다. 시즌2에서 또 보이스피싱을 다루기에 무리가 있지만 캐릭터만 다시 가져와서 다른 에피소드로 보여주면 시청자들도 반길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생 선생님이나 어리버리한 회사원 등 이번 작품을 통해 선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 고무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시즌2에서 하고 싶은 부캐를 묻자 이제훈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배우 박정민을 언급했다. 그는 "언젠가는 (트렌스젠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나도 준비한 부분이 있었는데 박정민 배우가 하면서 그 기회가 날아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 캐릭터를 차용해서 보여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직도 하고 싶고 안 해본 캐릭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의 캐릭터를 맡게 되더라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제훈은 '모범택시'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감독님께서 제작을 해주셔서 잘 입고 있다. 배지도 제작진이 준비를 해주셔서 붙이고 나왔다"며 "나도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기념이 될만한 작은 선물을 주고 싶어서 손 선풍기를 드렸다. 이솜 배우도 맨투맨 티셔츠, 김의성 선배도 모자를 선물해줬다"고 말했다.

그만큼 '모범택시'에 남다른 의미를 가진 이제훈. 그에게 '모범택시'란 어떤 의미일까. 이제훈은 "직접적으로 사랑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운 지인과 사람들에게도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받았다"며 "너무 소중하고 잘 연기하고 싶고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촬영이 시작되고 90% 정도 지났을 때 방송이 나갔는데 그 이후에 에너지와 힘을 받아서 끝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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