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세번째 게스트
"이국종, 내겐 선생 아냐"
"미숙아로 태어나 소아과 단골"
"의사란 직업 멋져 보였다"
'대화의희열3' 오은영/ 사진=KBS 캡처
'대화의희열3' 오은영/ 사진=KBS 캡처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KBS2 '대화의 희열3'에서 의사를 꿈꿨던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이날 오은영 박사는 "궁금한 게 많다"는 MC들의 이야기에 "좋은 일이다. 궁금한 게 많다는 건 알고 싶다는 얘기고, 알고 싶은 걸 물어본다는 건 배우고 싶다는 얘기"라며 "배우면 조금씩 바뀐다"고 강조했다.

오박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왔다. 전공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흔히 말하는 정신과 의사"라며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되려면 한번 더 해야 한다. 성인 정신과와 완전히 다른 과다. 0세부터 100세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지금까지 몇 명의 어린이를 상담했냐'는 질문에 "세어본 적은 없다. 30년째 의사생활을 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을 봤을 것"이라며 아주대 이국종 교수가 제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의과대학 교수를 할 때 이국종 선생이, 사실 선생이라고 하면 안 된다. 나보다 아래니까 이국종이라 해야 된다"면서도 "명망 있는 제자분이라 이름을 막 부르기는 그렇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굉장히 눈에 띄었다. 그 당시 선배 교수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됐다. 학교장으로 보내드리는데 굉장히 진심을 다해서 졸업생 대표로 선생님을 보내드려서 좋은 의미로 '별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이 교수가 웃음이 원래 없었냐는 물음에 "그때는 좀 더 웃었었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더 그렇게 됐을 것"이라며 "항상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 가족들을 만난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고독하고 외롭다. 진료실 안에서는 내가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정신과는 특히 힘들고 괴로워할 때 오기 때문에 그 삶을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미숙아로 태어났다. 요즘엔 '이른둥이'라는 말을 쓰는데 8개월 만에 태어났다"며 "그 당시에 그렇게 태어나면 의학적으로 생존이 어려웠던 시기였다. 자기 호흡을 스스로 할 수 있느냐의 기로였다. 1900g으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대화의희열3' 오은영/ 사진=KBS 캡처
'대화의희열3' 오은영/ 사진=KBS 캡처
오 박사는 자신의 부모님의 특별한 육아법도 들려줬다. 그는 잔병치레 많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소아과를 가면 '골고루 안 먹어서 아픈 것'이라고 했다. 잘 챙겨준 어머니 입장에선 억울할 법 한데, 어머니는 '얘가 소아과가 단골인 걸 보니 의사가 되려나 보다'고 생각하셨다"며 "아버지는 죽을 것 같던 아이가 산 게 대견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는 왜 이렇게 안 먹냐고 물으면 '얘가 달리기 얼마나 잘하는데요' 했다"고 돌아봤다.

의사의 꿈에 대해 "흔들린 적 많다. 놀고 싶은 적도 많다. 잡다하게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할 때 유혹이 많았다"며 "그 당시에 아버지가 수술 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멋지게 보였다.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는구나, 가족이 겪는 아픔에 같이 발을 넣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정에 같이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어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유희열이 중3 딸과 멀어진 것 같다는 말에 "부모와 자녀는 원래 친해야 한다. 친할 때는 기본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다"며 "청소년기에는 멀어져야 한다. 멀어진다는 게 사이가 나빠지라는 게 아니다. 냉정하게 자식은 탯줄이 끊기는 순간 나와 다른 타인이다. 그래서 사춘기 청소년이 되면 거리를 둠으로써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오 박사는 또 "나한테 공부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공부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1~2%의 성적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학자로 나가야 된다"면서도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는 대뇌를 발달시키는 과정 중 하나다. 지식보다는 상식을 많이 배우면서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인지 기능을 발달시키는 게 중요하다. 모두가 공부를 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부가 하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다. 공부가 너무 좋다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아이들은 당연히 쉬는 게 좋고 노는 게 좋다"며 "부모가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요' 하면 인정을 하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을 본인이 정당화 한다.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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