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이제훈 대역 논란
'억대 출연료' 논란으로 이어져
지나친 비판 공감 얻기 어려워
이제훈 출연료는 복합적 산정 결과
배우 이제훈/ 사진=SBS 제공
배우 이제훈/ 사진=SBS 제공
배우 이제훈이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액션신에 대역 배우를 썼다가 논란이 일었다. 배우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으나, 때 아닌 출연료 논란으로 이어져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모범택시' 4회에서 이제훈(김두기 역)은 극 중 조직폭력배 일당을 소탕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모범택시'가 화끈한 복수작인만큼 김도기는 통쾌한 액션으로 다수의 조폭을 무찔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짧은 머리의 김도기와 달리 긴 머리를 휘날리는 대역의 모습을 발견했다. 대역 배우가 이제훈의 외형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몰입도가 깨진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합리적인 비판이자 문제 제기였다. 하지만 대역 논란은 이제훈의 회당 출연료, 다른 배우들의 액션신과 비교 등 엉뚱한 곳으로 번져갔다.

일각에서는 "회당 1억 원에 달하는 배우가 액션을 직접 소화하지 않았다"며 "출연료를 과하게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고난도 액션신을 직접 소화한 타 배우들을 언급하며 이제훈을 나무랐다. 뿐만 아니라 그가 대역을 쓴 장면을 두고 "복잡한 액션신이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배우 이제훈이 대역 배우를 쓴 액션신/ 사진=SBS 제공
배우 이제훈이 대역 배우를 쓴 액션신/ 사진=SBS 제공
이제훈이 분한 김도기는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다수의 상대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자랑한다. 장성철(김의성 분), 안고은(표예진 분) 등 무지개 운수 일원들이 그를 돕지만 직접 악당들과 부딪히는 건 김도기가 유일하다. '모범 택시'의 시원한 복수 대행극을 완성하는 인물이다.

이에 이제훈도 제작발표회에서 관전포인트를 '액션'으로 꼽았다. 액션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그는 "체력적으로 부담됐고, 다칠까 봐 걱정도 했지만 제작진이 안전하게 장면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서 온몸을 불살랐다"고 말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이제훈에게 더욱 강렬한 비판을 보냈다. 투혼을 발휘한 척 하더니 대역을 썼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온몸을 불사르더라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주연 배우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자칫 이제훈이 무리하게 액션신을 소화하다 다친다면 극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모범택시' 속 이제훈/ 사진=SBS 제공
'모범택시' 속 이제훈/ 사진=SBS 제공
이제훈의 출연료 역시 불필요한 논쟁이다. 그가 받는 출연료는 연기력, 흥행성 등을 포함해 배우의 각종 능력을 복합적으로 고려, 산정한 결과다. 제작진이 이제훈의 액션신 소화 능력만을 보고 정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만큼 받을 만한 가치가 있기에 방송사와 제작사가 지불한 것이다.

이제훈은 연기력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배우다. 영화 '건축학개론', '파수꾼', '박열', '파파로티', 드라마 '시그널' 등 그간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흥행은 물론, 넓은 연기 스펙트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액션신을 대역으로 소화한다 해도 그가 억대 출연료를 받을 가치가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한다.

물론 미흡한 모니터링과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 것에 대해선 배우, 제작진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배우 개인에게 쏠리는 무리한 비판은 공감하기 어렵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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