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용두사미 종영
조승우X박신혜 비행기 재회
이해하기 힘든 전개, 황당한 결말
'시지프스' /사진=JTBC
'시지프스' /사진=JTBC
JTBC 수목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이하 시지프스)가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 조승우의 자살과 박신혜와의 알 수 없는 비행기 재회, 김병철의 의뭉스러운 엔딩까지 뭐하나 친절하지 않은 결말들이 문제였다. 영원히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후회'와 '선택'에 이야기를 해온 시지프스. 이렇듯 마지막 회까지 시청자들을 농락한 결말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을지 의문이 남는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시지프스'는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 분)과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 온 구원자 강서해(박신혜 분)의 여정을 담은 판타지 미스터리물이다.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된 사전 제작 드라마에 '믿고 보는 배우' 박신혜, 조승우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최근 드라마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던 JTBC 역시 '10주년 특별기획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최고의 기대작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사진=어설픈 CG로 논란이 된 JTBC '시지프스' 3회 방송 화면.
사진=어설픈 CG로 논란이 된 JTBC '시지프스' 3회 방송 화면.
그러나 베일을 벗은 '시지프스'는 기대했던 SF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미래의 대한민국 모습은 핵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극의 대부분은 미래에서 밀입국자들이 건너오는 현재의 시점에서 흘러갔다.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1990년대 때 봤음짓한 와이어 액션에 실소를 자아냈고, 거침없는 액션 장면은 찾기 힘들었다. 한태술은 도망가기 바빴고, 강서해의 액션 장면 역시 긴박감 없는 연출로 빛을 보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없는 전개 방식이었다. 시그마(김병철 분)는 어떻게 최초의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시그마가 자살하려고 한 순간 핵전쟁이 발발했다고 나오지만, 최초의 핵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미래에 한태술이 만든 타임머신인 업로더를 타고 과거로 가서 업로더에 핵폭탄을 싣고 한태술을 협박해 코딩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변하는 현재,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미래, 마치 신처럼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시그마와 그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듯한 한태술, 강서해에 모습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청률도 내림세를 보였다. 6%대로 시작한 '시지프스'는 5회부터 5%대로 떨어지더니 15회에서는 3.4%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종회는 4.4%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첫 회보다 1.2% 하락한 수치다.
사진=JTBC '시지프스' 방송 화면.
사진=JTBC '시지프스' 방송 화면.
이러한 피로도는 최종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지난 8일 방송된 '시지프스' 최종회에서는 성당 안에 있던 정체 모를 두 명의 저격수가 시그마를 사살했고, N 번째 회귀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는 한태술이 강서해와 함께 업로더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 시그마를 제거하는 '이기는 미래' 계획이었다. 업로더가 있는 성당 지하로 잠입, 에디 김(태인호 분) 모르게 딱 한 번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코딩을 짠 후 아시아마트 일동의 도움을 받아 과거로 돌아가 시그마에 붙잡힌 본인들을 구한 것.

그러나 이 역시 성당 지하로 잠입하기 위해선 총을 든 시그마들의 포위에서 벗어나야 했었지만, 최초의 탈출은 어떻게 이뤄져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열등감에 사로잡힌 에디 김이 제2의 시그마가 되어 나타나면서, 한태술은 업로더를 만들게 되는 자신이 죽는 길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자살했다. 방송 내내 한태술을 지키기 위한 강서해의 목숨 건 분투를 담은 만큼 한태술의 자살은 맥이 풀려버리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사진=JTBC '시지프스' 방송 화면.
사진=JTBC '시지프스' 방송 화면.
더 큰 문제는 그다음 장면이었다. 1회에서 나온 비행기 장면에서 눈을 뜬 한태술 옆에 강서해가 있었기 때문. 모든 밀입국자가 사라졌다면, 현재 한태술은 강서해란 존재에 대해 모르는 퀀텀 앤 타임 회장이며, 강서해는 어린아이로 존재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강서해는 성인의 모습으로 한태술 옆에 있었다. 그리고 한태술은 그런 강서해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어깨에 기댔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된 건지, 한태술의 환상인 건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보도 자료에는 '한태술과 강서해의 운명도 바뀌었다. 우리 꼭 다시 만날 거야. 내가 찾으러 갈게라던 강서해의 눈물의 다짐대로, 강서해가 또 다시 한태술을 찾아온 것. 이로써 강한커플은 다시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었는지,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왜 현재와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여기에 시그마의 화가 예명 '서길복'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그간의 일들이 적힌 사건 노트를 내려다보고, 한태술의 옷과 안경 등을 따라 하는 엔딩 역시 의문을 남겼다. 시즌 2를 암시하는 것인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결말만 보면 '시지프스'는 시그마의 승리로 끝나는 듯한 모습이다.
'시지프스' 스틸컷/ 사진=JTBC 제공
'시지프스' 스틸컷/ 사진=JTBC 제공
이처럼 '시지프스'는 결말까지 시청자들을 농락했다. 배려 없는 전개에 찝찝함만 남긴 것. 또한, 갈수록 SF가 아닌 로맨스에 치중되며 세상이 아닌 '여자'를 위해 업로더를 만드는 한태술의 선택도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그나마도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시지프스'는 또 한 번 뒤통수를 쳤다. 한태술과 강서해의 로맨스 모두 시그마가 설계한 것의 일부였다는 것.

시그마는 한태술을 인질로 잡은 채 강서해에게 "둘이 처음 만난 날 기억해? 짜릿했지? 내 목숨을 구해준 그녀, 근사하지 않아? 사람이 같이 힘든 일을 겪다 보면 없던 감정도 생기는 거야. 서로 구해주고, 살려주고, 희생하고, 그렇게 사랑이 싹트는 거지. 그럼 이제 물불 안 가리게 되는 거야. 아빠 원수도 못 갚게 하는 남잔데 결국 사랑하게 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두 사람은 꼭두각시 인형과도 같았다는 거다.

아역부터 탄탄히 연기력을 입증하며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왔던 박신혜의 걸크러시 변신과 tvN '비밀의 숲' 시리즈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승우의 첫 판타지 장르 도전이었던 '시지프스'. 그러나 어설픈 연출들로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힘을 잃고 말았다. 이들에게 '시지프스'는 필모그래피에서 뼈아픈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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