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옥문아' 출연
"이별 후 정자 기증 결심"
"싱글맘 독려하고 싶지 않아"
'옥탑방의 문제아들' 사유리/ 사진=KBS 캡처
'옥탑방의 문제아들' 사유리/ 사진=KBS 캡처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가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자발적 비혼모가 된 소회 등을 털어놨다.

지난 23일 방송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는 사유리가 출연해 출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사유리는 "기사가 나가고 홍석천 오빠가 10년간 TV에 못 나온 것처럼 (나도) TV에 못 나올거라 생각했다. 방송을 포기할 정도의 각오였다"며 "받아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유리는 자발적 비혼모가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남자친구는 어리고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안 한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하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고 그 남자가 갑자기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나와 헤어지겠다고 하면 저는 아기도 못 갖고 결혼도 못하니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를 미워하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연애를 끝내고 정말 갖고 싶은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냉동 보관한 난자를)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쓸 수 있다. 그래서 (난자를) 일본 병원에 보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된다"며 "일본에서 어렵게 난자를 뽑아서 시험관으로 낳았다. 자궁 수치가 안 좋아서 의사가 5번 시도해도 실패할 거라고 했는데 한 번에 임신이 됐다.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서양 정자 은행에서 기증을 받았다는 사유리는 "동양에선 핏줄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정자를 남에게 기증하는 의식이 없다"며 "외국에 있는 정자은행을 직접 찾았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기를 정말 가지고 싶었다. 아이가 안 가지는 것보단 비판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저는 목숨걸어서라도 아이를 정말 가지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답했다.

'무섭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괜찮다고 마음 먹었는데 현실이 되니까 갑자기 불안해졌다"며 "아빠 없이 혼자 키워야된다는 압박과 엄마가 되서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사람들의 비판 등을 생각하니까 두려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빠는 임신 5~6개월까지 몰랐다. 엄마와 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고민했다"며 "엄마가 편지를 써서 알렸다. 그런데 아빠가 대답이 없었다. '왜 안 물어보냐'고 하니 '사유리만 괜찮으면 상관 없다'고 했다. 아빠는 노산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안 죽으면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유리는 아이 아빠에 대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아이 아빠라고 하기가 그렇다"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선물을 줬으니까 '기프트씨'라고 부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증자의) 정보를 알 수 있지만 현재 얼굴을 볼 수 없다"며 "아이 때 얼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국적, EQ, IQ, 알레르기, 기증자의 가족력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사유리/ 사진=KBS 캡처
'옥탑방의 문제아들' 사유리/ 사진=KBS 캡처
사유리는 "친구들이 임신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니까 하지말래서 고민이 됐다"면서도 "미혼모가 아기를 낳다고 하면 찌라시가 돌 수도 있다. 얼굴도 서양 사람 같아서 '샘 해밍턴의 아들'이라고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으니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또 거짓말을 하면 그걸 다 기억해야 한다.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이한테 거짓말을 하지말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아빠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면 말이 안 되니니까 솔직하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같은 비혼모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그런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는 반면에 무조건 싱글맘이어도 괜찮다고 하고 싶지 않다. 결혼을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빠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런 삶이 있으니 이렇게 살라고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선택도 있다고 하는 걸 보여주는 건 괜찮은데 홍보하는 것은 안 좋다"고 밝혔다.

출산 후 뼈대가 굵어졌다는 사유리는 "3kg 밖에 차이가 없지만 옛날 옷이 안 맞는다. 또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둘째 계획에 대해선 "임신할 때 자궁 나이가 48세였다. 지금 또 아이를 가지면 자궁 나이가 60대일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둘째 욕심 있다. 날 위해서가 아닌 아들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사유리는 "아빠가 없는데 형제까지 없으면 외로울 것 같다. 젠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해야하나 생각한다. (그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이성과의 만남에 대해 긍정적이라던 사유리는 "한번 갔다온 사람과 만나고 싶다, 시어머니 혹은 남자친구가 아들이 있으니 싫어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전엔 내가 마음에 들면 최고였는데 요즘은 아이 아빠로 괜찮을지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방송 말미 사유리는 "한 봉사원에서 들은 말이 있다. 예쁜 아이가 있어도 예쁘다는 말을 하지 말라더라. 칭찬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다"며 "외모에 대한 칭찬은 금물이다. 잘한 행동에 대한 칭찬을 해줄 거다. 외모를 칭찬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칭찬이 중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되면 어느순간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 내 아이에 관한 일이면 갑작스럽게 화도 나고, 나에 대해선 관대해도 아이에 관해선 민감해진다"며 "내가 용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있어서 용기를 얻는 것이다.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무슨 일 있어도 하루라도 아들을 위해 더 오래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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