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문가, 내용 오류 지적
제작진 "자문 받고 검증한 내용"
"더 좋은 방송 만들겠다"
'벌거벗은 세계사' 포스터/ 사진=tvN 제공
'벌거벗은 세계사' 포스터/ 사진=tvN 제공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이 역사 전문가의 내용 오류 지적에 "관련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일 제작진은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지난 30일 방영된 페스트편은 관련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방송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제작진은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 최악의 질병 중 하나인 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페스트의 기원부터 급속도로 퍼져나간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날 방송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교수의 강연으로 꾸며졌으며, 중세 시대 손쓸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퍼져 나간 페스트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선택한 방법을 공개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4회/ 사진=tvN 제공
'벌거벗은 세계사' 4회/ 사진=tvN 제공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31일 자신의 SNS을 통해 '벌거벗은 세계사'의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적었다.

그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며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다"며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도 했다.

'벌거벗은 세계사'의 오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클레오파트라 편에 대해 고고학 전문가인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됐다. 그냥 보지 마시라"고 했다. 박흥식 교수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것.

당시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고정 출연자인 역사강사 설민석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지며 휴지기에 들어갔다가 지난 30일 한 달여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설민석의 빈 자리는 매회 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강연자로 초청하는 방식으로 메우고 있다. 다음은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의 입장 전문이다.안녕하세요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입니다.

1월 30일 방영된 페스트편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방송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제작진은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