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유재명.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배우 유재명.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배우 유재명이 등장하자 극 전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보는 이들마저 숨죽이게 만드는 카리스마로 순식간에 주위 사람들을 압도했다. 지난달 31일 처음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다.

유재명은 ‘이태원 클라쓰'(극본 조광진, 연출 김성윤)에서 요식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장가’의 회장 장대희 역을 맡았다. 체중을 감량하고 분장으로 눈가의 주름을 만들어 역할의 특징을 살린 그는 광진고 교장실의 문을 열고 처음 등장한 장면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면서 그 안에 매섭고 강인한 분위기를 담았다. 냉철한 눈빛과 표정에서 작은 포장마차에서 요식업을 장악한 회장이 된 그의 삶이 묻어나는 듯 했다.

장대희는 아들 장근원(안보현 분)을 때린 박새로이(박서준 분) 앞에서 권력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박새로이는 재벌2세라는 이유로 장근원의 학교폭력을 묵인하는 학교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껴 주먹을 휘둘렀다. 장대희는 박새로이의 아버지 박성열(손현주 분)이 오랜 기간 장가에서 일한 만큼 선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건을 붙였다. 박새로이에게 장근원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박새로이는 장대희의 제안을 거절해 퇴학 처분을 받았고, 박성열 역시 그 자리에서 퇴직을 선택했다. 이때 장대희의 권위주의적인 악인의 면모가 드러났다.

장대희는 강민정(김혜은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박성열의 퇴직을 언급했다. 이어 “내 말을 거슬렀네. 말 잘 듣던 개가 다 늙어서 쓸모 없어진 그 개가 주인을 몰라보면 어째야 하나”라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스스로를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인정하며 “굴다리 포장마차부터 지금의 장가를 이루기까지 장가에서 내 모든 결정은 정답이었거든”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장대희와 박새로이의 악연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장대희의 옷을 입은 유재명은 날카로운 표정과 말투로 상대를 짓밟았다.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었고, 극의 공기도 바꿔놨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모습으로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유재명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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