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프라임>, <별순검>만큼 재미있는 실화 ‘무원록’
, <별순검>만큼 재미있는 실화 ‘무원록’" /> 월-목 EBS 오후 9시 50분
장터에서 한 소리꾼이 “장화홍련전 중 사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 EBS 의 이번 주제는 조선 시대의 법의학 서적인 ‘무원록’이다. 없을 무(無)에 원망할 원(怨)을 써서 ‘원망할 일이 없게 하라’는 의미를 담은 이 검시 지침서를 근거로 한 암행어사가 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다큐멘터리 속의 드라마로 전개된다. 이를테면 재연극인 셈인데 이 극의 완성도나 다루는 사건의 극적인 내용은 3시즌까지 방영된 MBC드라마넷 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은 픽션이 아닌 사실이라는 점이다. 300여 년 전에 이미 철저한 검증과 의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법이 집행되고, 판결이 내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평산 박조이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 계기가 정조의 명령으로 인한 것이었음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박조이의 친정 쪽에서 자살로 결론이 난 사건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 억울함을 ‘없게’하기 위하여 암행어사에게 재수사를 명한다. 여기서 은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정조가 얼마나 살인 사건의 조사에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설명한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 드라마가 실화이고,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건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있을 법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는 것과, 있었던 이야기임을 알고 보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 다루고 있는 사건과 내용 속에서 드러나는 교훈은 역사의 교훈이다. 아직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1화의 교훈의 내용은 법을 집행하고 판결함에 있어 누구의 ‘억울함도 없게 하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당연한 논리가 이 땅에 300년 전부터 요구되어왔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위정자가 존재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며, 이를 지금의 현실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교육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대화한다면, 정조는 오늘의 법 집행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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