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이 어제를 오늘로 만드는 법
이 어제를 오늘로 만드는 법" /> 화 SBS 밤 11시 15분
“2년 동안 하셨던 명언 다 써도 A4 2장 나오네요.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형님.” 어디서 많이 듣던 명언을 쓴다고 게스트에게 면박을 들은 이승기는 이젠 없는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선배의 유산을 활용하지만 동시에 그를 희화화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살리는 전략. 이것은 강호동이라는 거인의 그늘 아래 있던 이승기가 단독 MC로서 홀로 서기 위해 쓰는 꼼수가 아니다. 언제나 능력 있는 후기지수는 윗세대를 숙주 삼아 성장한 뒤 배를 가르고 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어제의 은 쇼와 게스트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에일리언 메커니즘이 유효하단 걸 보여줬다.

은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트리뷰트 무대를 통해 게스트인 현진영을 힙합 전설이라는 90년대 영웅의 자리에 올리고 존경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며 이 곡을 만들었단 이야기를 끌어낸 건 “본인이 만든 거 아니죠?”란 붐의 깐족거림과 “너 나 무시하냐?”라는 현진영의 발끈함이었다. 이어 진행된 강한 여자 특집에서도 게스트인 디바와 베이비복스를 90년대 원조 걸그룹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걸그룹 특집이라 해서 나왔는데… 이건 아니잖아요”라는 남자 게스트의 투덜거림을 병치시켰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서도 베이비복스는 소지섭과의 에피소드를, 디바는 남자 폭행 사건에 대한 전말을 밝혔을지 모른다. 다만 자연스러운 맥락은 부족했을 것이고, 쇼의 재미는 휘발됐을 것이다. 은 과거의 유산을 지금 여기의 토크로 이끌어낼 줄 안다. 잘 이용한다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전설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토크쇼로서 재미를 챙길 줄 안다면, 영리하다고 할 수밖에.

글. 위근우 기자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