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101%의 소년
‘광희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에서 외제차 브랜드 B사에 다니시는 아버지를 둔 멤버’라는 긴 수식이 붙어야 더욱 명확해지는 1991년생 소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이다.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또렷이 다가온 단상은 그가 넉넉한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것보다, 이제막 주목받아 꽃피기 시작하려는 아이돌 스타라는 것보다, 이 스물두 살 난 소년의 사려가 유난하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12월, KBS 드라마스페셜 <시리우스>로 반대급부의 성격을 가진 두 쌍둥이 형제, 어린 은창과 신우를 모두 맡으며 한 얼굴로 두 명의 인물이 되어야 했던 부담에 관해 물으니 그는 말을 차분히 골라, “절대로 내가 그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어선 안 됐던 촬영”이라 대답했다. 예능에서 자꾸만 말을 아끼던 이야기엔, “솔로로 데뷔했다면 말을 마구 했을 수도 있지만, 그룹이기 때문에 혹시나 말실수를 해서 팀에 영향을 끼칠까봐 극도로 조심하게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솜털이 보송한 그의 얼굴 속엔, 미처 예상치 못한 강강한 속내가 빼곡했다.

말을 내세우지 않는 소년의 신념

의 신우와 은창 모두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고 한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OKknh2XdNQeawrldliG6.jpg" width="555" height="185" border="0" />



<시리우스>에서 “정 많고 의리 있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아는” 은창은 물론, “여려 보이지만 엄청난 분노를 억누르고 있기에 거의 속엔 악마를 품다시피 한” 신우를 두고,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다며 두 인물 모두에 스스럼없이 자신을 투영시키던 박형식의 언어에는 거칠 것과 거를 것이 없었다. 활동 초반, “굉장히 소심해서 모든 게 겁이 났고, 방송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닌 것들을 해야 할 때의 억울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우울증이 좀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죠”라는 말을 꺼낼 때 역시 구태여 짓는 경계나 애써 꾸미는 말이 없다. 언제나 말보다 행동을 믿으며, 말이라는 것을 모든 표현에 있어 최후방에 배치하며 지나온 시간이습관이자 신념처럼박혀버렸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걸 되게 안 좋아해요. 누군가 나에게 노랠 못 한다고 하면 말로서 해명하지 않아요. 그냥 더 열심히 연습해요. 저는 정말로 늘, 보이는 게 전부라고, 타인이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연습 많이 했는데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제가 더 열심히 못 한 거예요. 덜 한 거죠.”



“행동으로”만 덤덤하게 쌓아올린 내실을 그는 “무기”라 표현했다. 그리고 이 무기는 그가 이제껏 자신에게서 발견한 한 줄기의 가능성을 따르며 담금질돼왔다.중학교 3학년을 갓 마친 무렵, 그로 하여금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게 한 것은 중학생 시절 내내 밴드 활동으로 거두어왔던 성과와 더불어 마지막 학년, 마지막 대회에 나가 1등을했던 경험을 통해 자신의가능성을 확인했던 순간이었다. 그날, 무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나오던 그의 손엔 SM, JYP 등을 비롯한 기획사의 캐스팅 디렉터들의 명함이 두둑하게 쥐어졌다. 박형식은 “SM이 SM인지도 몰랐”을 만큼기획사와 오디션과 발탁의 과정들이 생소했지만 자신의 가능성 하나만 손에쥔 채 계속해서 다가갔고, 결국가수가 됐다. 데뷔 후 연기의 세계로 향하게 된 것 역시 연습생 때 연기 레슨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연기 계속 하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며 어렴풋이떠올렸던 일말의 가능성이 시작이었다.

“운명은 제가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형식│101%의 소년

박형식│101%의 소년
“101%”. tvN <더 로맨틱 & 아이돌>에서 남지현이 최종선택을 앞두고, 3박 4일 동안 짝으로 지냈던 박형식에 대해 가졌던 확신의 수치다. 박형식은 당시 출연한 여덟 청춘들 중, 처음 정한 마음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최종 선택 순간이 오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해버린 단 한 명이었다. 또한 이 101%는, 스쳐지나가는 지점이 될 수 있었던 순간과 조언들을 자신의 인생 속 한 꼭지로 만든 박형식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가진 확신의 양이기도 할 것이다. “전 정말로 운명은 제가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찰나에 어떤 생각으로 어떤 선택,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제 인생이 달라지는 거거든요.” 질문의 앞머리를 던지면 뒷부분을 미리 알고 대답하는 그와 꼬리에 꼬리를 잡으며 이야기를나누던 중 문득 박형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저는 사실 좀 답답한 성격인 것 같긴 해요.” 이런 진중함에 해사한 웃음이 적절히 스민 아이돌은 사뭇 오랜만이다. 아이돌이 아니라 박형식, 그냥 박형식이 아니라 가수이고 배우라며 그가 자신의 목소리로 분명히 소개할 수 있을 그날이 늦지 않게 아니, 제대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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